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또다시 가요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소송 문제로 가요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더구나 소송의 당사자가 한류의 중심인 아이돌 그룹 멤버이거나 젊은 가수들이란 점에서 가요계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그룹 H.O.T와 SES 핑클 젝스키스의 데뷔와 함께 형성되기 시작한 아이돌 시장은 빠르게 자리 잡으며 가요계를 책임지는 한 축으로 발전했다. 이후에는 동방신기 원더걸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그 명맥을 잇는 아이돌이 계속해서 데뷔하며 시장은 더욱 커졌다. 그렇게 K팝의 전성기가 열렸다.
소속사들은 아이돌 양성을 위해 자체 시스템을 갖추고 연습생을 발굴하며 K팝이 세계에서 그 존재감을 발휘하는 데 일조했다. 같은 꿈을 꾸는 가수 지망생과 제작자는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피와 땀을 흘려왔다.
하지만 부작용도 존재했다. 서로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상황을 부정하거나 대우가 부당하고 느껴질 때쯤 노력과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불만과 스트레스 등 곪은 상처가 터진다. 이는 곧 소송으로 이어진다.
소송을 진행한 가수들은 하나같이 강도 높은 일정과 합숙, 바쁜 삶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보상과 금전적 어려움, 부적절한 아티스트 관리, 인권 침해 등을 문제로 삼고 있다.

◆ 누가 소속사와 소송을 벌이나
올해만 벌써 3건의 사건이 발생했다. 소속사와 소송을 진행한 가수는 예전부터 꾸준히 존재해 왔다.
그룹 비에이피(B.A.P)의 방용국 힘찬 대현 영재 종업 젤로는 26일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전속계약무효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MBC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 메건리(19)는 지난 10일 그룹 god 김태우(33)와 그의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 소울샵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보다 앞선 지난 5월과 10월 그룹 엑소의 외국인 멤버 크리스(24·본명 우이판) 루한(24)이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전속 계약 해지 소장을 접수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그룹 블락비, 2011년 걸그룹 카라, 2010년 그룹 유키스 케빈(23·본명 우성현), 2009년 그룹 슈퍼주니어 한경(30)과 그룹 동방신기가 소속사와 법정 공방을 벌였다. 가수 양파(35·본명 이은진)는 소속사와 분쟁으로 활동하지 못한 대표적인 가수로 손꼽힌다.

◆ "번 돈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가수와 소속사의 소송 문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금전적인 문제다. '많이 벌었는데 왜 이것밖에 받지 못할까'라고 생각하는 가수와 '준비기간부터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기에 적자를 메우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속사의 입장 차에서 비롯된다.
비에이피는 법원에 "3년간 활동하면서 약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 7월 말까지 소속사로부터 단 한 차례도 수익금 정산을 받지 못했다. 수차례 항의 후 겨우 지급받았지만 멤버당 연 6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블락비도 소송 당시 "소속사가 적절한 교육 기회와 장소를 제공하지 않고 수입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았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대부분 소속사는 연습생 때부터 데뷔 후 인기를 얻을 때까지 투자 비용 부담을 토로했다. 걸그룹의 경우 한 멤버의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에 20~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지출된다. 여기에 식비, 의상비 등 비용은 추가되고 앨범 제작과 뮤직비디오 촬영 등 한 장의 앨범을 내는데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한 소속사 대표는 "대부분 이러한 문제는 가수가 인기를 얻기 전에는 수면 아래에 있다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뒤 수면 위로 올라온다"면서 "인기를 얻고 체감할 수 있는 타이밍에 주변의 말들이 더해지고 그때 염두해 둔 정도의 정산을 받지 못하면 불만을 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수익 문제만큼이나 가수들의 소송 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과도한 스케줄과 부당한 대우다.
카라는 "소속사가 지위를 악용해 멤버들이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을 강요하고, 인격 모독과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채 각종 무단 계약을 진행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동방신기는 "13년 전속계약은 사실상 종신계약을 의미한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립한 일정으로 몸과 마음이 너무나 지쳤다"고 호소했다. 유키스 케빈은 "계약 기간이 첫 음반 출반 일로부터 10년인데 이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에이피와 메건리는 "소속사가 소속 아티스트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으며 지나친 스케줄로 건강이 악화됐지만 이렇다 할 조치 없이 계속 스케줄을 강요한다"고 밝혔다.
연예계에는 '인기 있을 때 제대로 벌어야 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퍼지곤 한다. 실제로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로또 당첨 확률만큼이나 희박하다. 수년간 투자해 가수를 양성한 만큼 소속사 입장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자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소속사와 가수의 긴밀한 소통과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인 멤버들은 여기에 한국 문화와 가요계의 특성 교육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 해결 방안은 없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고질적인 문제다. 쉽게 바뀔 수 없는 게 이 바닥이다. 큰 틀이 변하지 않으니 반복되는 것"이라면서 "결국에는 대화다. 얼마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고 희생하느냐가 소속사와 가수의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수 기획사 대표는 "가수들은 자신이 연습생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금이 지출됐는지, 현재 활발히 활동하기 위한 인력과 노력 ,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지적하며 "소속사 또한 연예인의 심정이나 이해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측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갈 수 있는 비전이다"고 강조했다.
엑소와 SM엔터테인먼트의 소송 문제가 알려진 후 사석에서 만난 가수 A는 "가수는 소속사를 절대적으로 믿고 소속사는 소속 연예인을 자기 식구처럼 챙겨야 한다. 신뢰가 바탕이 된 역지사지 자세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가수가 탄생하기까지 그는 수년간을 연습생이라는 신분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데뷔 후 대중적인 사랑을 얻기까지 통상적으로 앨범 3장을 발매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정론이다. 그리고 나서야 소속사는 적자가 아닌 흑자를 기록한다. 하지만 데뷔 초기 무리한 홍보와 공연 등을 진행한다면 적자 폭은 더욱 커지고 흑자로 돌아서는 기점은 지연된다.
그렇기에 소속사에는 투명한 경영과 인간적인 매니지먼트, 가수에게는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소속사의 생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소송문제는 국내 문제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K팝에 악영향을 끼친다. 소속사와 가수 등 관련 종사자들의 성숙한 마인드가 필요하다. 코앞의 이익을 위해 시장 전체에 찬물을 끼얹는 어리석은 행동은 이제 볼 수 없었으면 한다.
royzoh@tf.co.kr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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