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미국 달러화에 견준 일본 엔화의 환율이 20일 일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15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은 것은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앞으로 엔화약세가 지속되고 환율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으로 일본의 수입물가 상승에 이어 소비자물가가 급등하면서 가계와 기업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본 외환금융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이날 오후 엔달러 환율은 일시 150.057엔을 기록했다.
최근 급격한 엔화 약세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저금리 엔화를 팔고 고금리인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브레이크 없이 계속되고 있다. 엔화 가치는 지난달 1일 24년 만에 1달러 당 140엔까지 추락했다. 이후 약 2개월 만에 추가로 10엔이나 하락하며 150엔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부터 하락 폭은 30엔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도 일조했다. 9월 말로 끝난 2022회계연도 상반기 동안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10조엔 이상 불어난 11조 750억 엔으로 1979년 이후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9월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2조 940억 엔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엔화 약세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등 수입금액이 늘어난 것도 한몫을 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엔화 약세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즈호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48.6% 상승했는데 환율요인22.3%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상승 요인 21%를 앞섰다.
일본은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처음으로 엔화를 매입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후 엔화 약세가 다시 가속화되면서 엔화가치는 개입 이전(1달러=145.90엔)의 수준보다 더 떨어진 상태다.
슌이치 스즈키 재무상은 이날 재무성에서 기자들에게 "투기에 따른 과도하고 급격한 변화는 용납할 수 없다"는 말로 구두개입을 했지만 엔화 약세, 환율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일본 당국의 시장개입을 당연한 것으로 보면서 개입 주체와 시점만 남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닛케이는 "멈추지 않는 엔화 가치 하락에 대응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대규모 엔화 매입 개입을 단행할지가 초점"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억제를 위해 지난 6월과 7월, 9월에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데 이어 11월에도 또 0.7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고 총재는 돈을 푸는 통화 완화 정책을 계속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미국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 엔화가치는 더욱더 하락하면서 엔달러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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