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5엔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일본 금융당국이 마침내 강한 구두개입을 했다. 또 일본 중앙은행은 금융기관에 환율수준을 문의하는 등 시장 직접 개입 사전 조치로 환율 점검 조치도 벌여 시장에 직접 개입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엔화가치 하락은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상반된 금리 정책의 결과여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고 일본의 금융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한 멈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인 14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환율) 움직임이 급속하고 일방적이어서 매우 우려된다"면서 "그런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어떤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즈키 재무상은 '정부 방안에 엔화 매수를 통한 직접 개입도 포함되냐'는 물음에 "모든 가능한 수단을 취하는 것을 논의 중이므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시장 직접 개입도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스즈키 재무상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 정부 관료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 중 가장 강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4일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환율 점검'을 벌였다고 전했다.이는 실제 엔화 매수에 나서기 전 매수규모와 시기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그만큼 외환당국도 현재의 엔화 약세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4.96엔까지 떨어졌다. 이후 스즈키 재무상의 구두 개입과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보도된 이후 엔달러 환율은 오후 오후 2시에 143.21~52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요 7개국(G7)의 동의를 얻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이 마지막이다.
또 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사들인다고 해서 환율이 진정될지도 미지수다. 엔화 약세의 근본 이유가 미국의 고강도 긴축,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 등 양국 정책 차이인 만큼 이 두 가지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에 개입할 경우 실탄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 증가에 대응해 일본 정부는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통화 긴축 정책을 펴야 하지만 국가 부채 규모가 커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미일 중앙은행의 상반된 금리정책으로 달러화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미국은 지난 6월과 7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해 기준금리가 연 2.25~2.50%로 올라갔지만 일본은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해 제로(0)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올들어 25% 가까이 떨어졌다. 즉 그만큼 엔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BOJ는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의 구두개입으로 대처했지만 이번에도 약효를 낼지는 의문이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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