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엔화 약세를 용인할 것임을 시사했다.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은 현재 달러당 132엔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과 주요국 간 금리격차에 따른 것으로 일본 내부에서는 수입물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외부에서는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해야 하는 한국에는 엔화 약세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 된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6일 교도통신 주최 행사에서 한 연설에서 "일본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여전히 회복 중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통화긴축은 적합한 조치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4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지만 일본은행의 2% 물가 목표가 달성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BOJ는 상품인플레이션이 계속될 수 없는 만큼 근원물가 상승은 일시에 그칠 것이려 내년 4월부터 시작하는 회계연도에는 1.1%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경제를 뒷받침하고 견실한 임금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강도높은 통화완화 정책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하고 소비자들도 물가인상을 더 용인하고 있는 만큼 BOJ는 안정된 인플레이션 혹은 연평균 2% 물가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엔화약세(엔달러 환율 상승)와 관련해 구로다 총재는 "엔화 약세가 급속하지 않으면 도움이 된다(positive)"면서 통화의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 기초여건을 반영한 것이라는 판에 박힌 말을 되풀이했다.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미국 동부시각)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전날에 비해 0.7% 밀린 131.52엔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일시 132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화환율이 132엔에 진입한 것은 2002년 4월 이후 20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엔화 가치는 시장이 긴축으로 전환하는 서방 주요국과 달리 통화 완화를 유지하는 BOJ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의 자세를 유지함에 따라 하락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5월 초 금리를 0.50% 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Big Step)'을 단행한 데 이어 6월15일과 7월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각각 0.5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유럽연합(EU) 역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와 유로 가치는 오르는 반면, 엔화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다른 주요 은행들과 달리 일본은행은 경제안정과 물가안정간의 트레이드오프(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지 않다"면서 "이런 이유로 일본은행이 금융측면에서 총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을 틀림없이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률 곡선 관리와 관련해 BOJ는 단기 이자율은 마이너스 0.1%로 정하고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제로 수준'을 유도하고 있다. 바로 '제로금리프로그램' 정책이다. BOJ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연율 0.25%를 넘어선다면 영업일마다 10년 만기 국채를 0.25% 고정금리로 무한대로 매입해 시중금리를 떨어뜨리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는 곧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정책임에 틀림없다.
미국 재무부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어 양국간 금리차는 자본이동을 촉발할 만큼 크다.이는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 엔를 팔도록 해 엔화 약세를 더욱더 가속화시킨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전세계 통화 약세는 불가피하고 일본 BOJ도 이런 흐름에 이용해 엔화의 하락을 계속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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