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리=이선영 기자]
◆ 방송 : 더팩트 유튜브 콘텐츠 'THE 미스터리경제' EP34.
◆ 출연 : 금융증권부 이한림, 이선영 기자
◆ 편집 : 디지털미디어본부 이상빈, 이환호, 유영림 기자
선영>세상에 당연한 경제는 없다. 팩트 뒤에 숨겨진.
한림>기묘하고 오싹한 경제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한림, 선영>더팩트 경제 추리 콘텐츠. '미스터리경제' 시작합니다.
선영>선배,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오늘 10월 31일입니다.
한림>'핼러윈 데이'잖아요?
선영>네, 전 세계 미디어와 영화계가 오싹한 콘텐츠를 쏟아내는 '핼러윈 데이'인데요. 오늘 주제가 여기에 딱 맞춘 특집이라고 들었습니다.
한림>네, 맞습니다. 사실 오늘 저희가 다룰 주제는 올해 유난히도 여름이 더웠잖아요? 그 여름에 메인카드로 기획했던 아이템이었는데, 오늘 이제 '핼러윈 데이'를 맞이해서 마침내 들고 왔습니다. 오늘 밤 집이나 극장에서 팝콘 들고 공포영화 보실 분이 참 많을 것 같아요. 영화계나 이런 콘텐츠 제작계에서도 '핼러윈 데이'가 되면 공포영화 같은 걸 편성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이 공포영화 보실 분들이 참 많을 텐데. 그 스크린 뒤에 숨겨진 자본의 법칙을 파고 들기에는 오늘이 딱 적당한 타이밍이다 싶었습니다.
선영>여름 대목은 놓쳤지만, 핼러윈 찬스로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 아이템 같은데요. 영화관에서 우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동안에도 그 뒤에서는 엄청난 돈의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는 말씀이시죠?
한림>그렇죠. 보통 '영화 산업' 하면 수천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붓는 대형 블록버스터가 돈을 가장 많이 벌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제 자본시장의 거물들,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눈독을 들이는 진짜 알짜배기 장르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바로 공포영화인데.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게 하는 이 공포영화가 도대체 왜 영화판에서 최고의 가성비 장르가 됐는지 오늘 그 미스터리를 추적해 보겠습니다. 네, 독자 여러분. 제가 현재는 경제부 증권 담당 기자지만, 과거 연예부 시절에는 영화 담당 기자였거든요.
선영>영화 담당 기자 얼만큼 하셨나요?
한림>한 1년 반에서 2년 정도, 그렇게 길진 않게 또 짧진 않게 했는데.
선영>그래도 2년 동안 거의 영화만 쓰셨으면 전문가셨네요.
한림>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남들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먼저 보고 시사회, 제작발표회, 배우들 인터뷰... 해외영화 같은 경우는 일정 맞춰서 배우들이 내한도 하거든요. 그런 인터뷰도 많이 했었고. 그때 현장에서 선배들한테 들었던 이야기가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가장 안전하고 마진율이 높은 자본 결합은 공포영화다.
선영>오, 안전하다고 하니까 공포영화는 마니아층만 볼 것 같은 느낌인데, 또 스케일이 큰 액션이나 영웅물이 더 대중적일 거라고 보통 생각하잖아요? 왜 투자사들이 공포영화를 안전하다고 느끼는 거죠?
한림>그 장르적 인기보다는 자본의 논리로 접근하면 좀 명쾌하게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공포영화는 영화 제작비에서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는 투톱 리스크, 즉 톱스타의 '고액 출연료'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CGI)'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히려 공포 장르에서는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가 나와서 소리를 지르고 놀라고 할 때 진짜 내 이웃에게 일어난 일이 아닌가? 하고 더 몰입하고 공포감을 느끼잖아요. 또 공간도 화려한 세트장이 아니라, 오래된 폐가나 한정된 방 한 칸이면 충분하다는 거죠. '쏘우'나 '백룸'이나 이렇게 이런 밀실공포 같은 거 봐도 그렇게 제작비가 많이 들어 보이지는 않거든요.
선영>듣고 보니까 그런데요. 귀신이나 살인마가 나오는 영화처럼 어두운 조명이나 음산한 효과음만 있으면 되니까. 저희도 스튜디오가 지금 검은색으로 되어 있는데 조명이 갑자기 '파바박' 꺼진다고 생각하면 바로 공포영화의 한 장면?
한림>다행히 지금 한적한 오후 3시 정도라서.
선영>저희 한 밤 10시에 촬영을 한다고 생각하면 좀 소름 끼치는 것 같습니다.
한림>그래서 공포영화 같은 경우가 요즘에는 그런 귀신물만 나오는 게 아니라, 분위기 아니면 스토리 이렇게 어떤 소품 가지고 관객들을 무섭게 오싹하게 하는 장르적으로 진화를 했기 때문에 제작비가 그렇게 많이 들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많이 들고 있진 않다고 볼 수 있어요. 실제로 전설적인 기록이 많습니다. 제작비 단돈 1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00만 원으로 캠코더 한 대 들고 찍은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있어요. 이 영화가 전 세계에서 얼마를 벌었는지 아십니까?
선영>얼마나 벌었을까요?
한림>무려 1억 9000만 달러, 약 2500억 원을 벌었습니다. 수익률로 따지면 120만 %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 '겟아웃' 역시 할리우드 기준으로는 푼돈인 450만 달러로 시작해서 2억 5000만 달러(약 3300억 원)를 쓸어 담았다고 하고요.
선영>2000만 원으로 2500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하니까, 주식 대박이나 가상자산 수익율보다도 무서운 자본 회수율 같은데요. 또 얘기를 듣다 보니까 환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공포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전부 이렇게 흥행에 성공하고 돈을 버는 건 또 아니잖아요.
한림>네, 그렇죠. 그 지점이 이 미스터리를 관통할 수 있는 반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도 대학 시절에 10년도 넘은 얘기지만, 모 영상학부 선배가 자기 졸업작품에 출연을 해 달라, 장르가 공포래요.
선영>주인공이셨나요?
한림>네, 주인공이었습니다. 혼자 그냥 약간 메소드 연기를 하면서 전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고..
선영>이거 나가도 되나요?
한림>뭐 상관없죠. 그래서 전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는데 이제 꿈에서 이렇게 나오고 그런 장르거든요. 그것도 공포영화인데 이게 제가 그때 받았던 출연료가 술 한잔 정도, 술 한번 사준거여서.
선영>15,000원 정도 되네요.
한림>그렇죠. 아주 저예산으로 찍었죠. 나름 영화는 영화인데 이건 성공하지 못했어요.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선영>영상은 가지고 계신가요?
한림>과거에는 한 30일 정도 엔드라이브 같은 거에 저장이 됐는데 그게 지나가지고 그때 남겨둘 걸 그랬어요. 어렸을 때 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선영>아쉽네요.
한림>아무튼 이런 식으로 모든 공포영화가 저예산으로 제작된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거죠. 보통 영화계 통계를 보면 1년에 수천 편의 저예산 공포영화가 제작되지만, 그 중 극장에 걸리거나 손익분기점을 넘는 작품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영화 내용 마냥, 장르 마냥 빛도 못 보고 창고에 갇혀서 쓸쓸하게 싸늘하게 죽어간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이 바닥은 '저위험 고수익'이 아니라, 철저하게 '로우 리스크, 초하이 리턴'을 노리는 도박판에 가깝다고 비유할 수도 있겠습니다.
선영>네, 또 듣고 보면 어차피 제작비가 적게 드니까 자본에 여유가 있으면 아홉 편이 망해서 돈을 다 날려도 한 편만, 딱 한 편만 전 세계적으로 제대로 빵 터지면 망한 아홉 편의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 구조가 될 수 있겠네요.
한림>그렇죠. 금융시장에서 벤처 캐피탈(VC)들이 스타트업 한 열 군데에 투자를 했다가 아홉 군데가 망하더라도 한 곳이 유니콘 기업이 돼버리면 초대박을 치는 투자 공식과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라노멀 액티비티'랑 '겟아웃'을 비롯해 '인시디어스' '해피 데스데이' '핼러윈' 최근의 '옵세션'까지 이 영화들을 모두 제작하면서 할리우드의 공포영화 제국을 건설한 '블룸하우스' 제이슨 블룸 회장이 설립한 이 제작사 '블룸하우스'가 바로 이 공식을 가장 영리하게 시스템화한 곳인데요. '블룸하우스'는 제작비는 무조건 최소화하되, 감독에게 전권을 준다는 공식을 계속 지키고 있다고 해요. 예산이 적으니까 실패해도 타격이 적고, 성공하면 전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우리가 극장에서 비명을 지르는 이 대박 난 공포영화들은 자본이 수 많은 실패작을 딛고 설계된 철저한 '확률 게임'의 승리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영>실패해도 타격이 적은 확률 게임이라고 하니까 자본가들이 좋아할 만 할 것 같은데요.
한림>또 창작자 입장에서도 감독에게 전권을 준다고 하니까 출연료라든지 감독 개런티를 많이 지급하지 않아서 좀 부담도 덜 할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할 것 같아요.
선영>공포영화 장르가 주는 힘이 느껴질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선배, 그 징검다리식 대박 공식이 극장가나 요즘 더 많이 보는 OTT 환경이나 완전히 바뀐 트렌드에서도 여전히 통하나요?
한림>그렇죠, 통하는 수준을 넘어서 현재 훨씬 더 정교하고 거대한 파이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극장에도 걸려 있는 '킬링타임'이나 '클레이 페이스'라는 공포영화들이 있거든요. 현재 상영을 하고 있지만 올해 전 세계 문화 산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통틀어 가장 미스테리한 흥행작이 따로 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바로 영화 '옵세션'입니다.
선영>네, 맞습니다. 올해 글로벌 흥행 1위를 기록한 영화라고 하는데요. 그러고 보니까 아까 '블룸하우스' 라인업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영화까지 이 공식이 적용된 걸까요?
한림>영화의 손익계산서를 좀 뜯어 보면 정말 오싹할 정도의 수치를 볼 수 있는데. 영화의 순수 제작비가 단돈 75만 달러였다고 해요. 우리 돈으로 고작 10억 원 남짓이었어요. '살묵지' 같은 경우가 30억 원 정도 들었다고 하거든요. 심지어 이 '옵세션' 감독도 할리우드 주류 출신도 아니고 완전 무명 유튜버였고, 촬영도 딱 한 달 정도 만에 끝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10억 원짜리 영화가 전 세계 극장에서 얼마를 벌었는지 아십니까? 올해 여름 집계까지만으로도 무려 4억 달러 이상, 약 5000억 원이 넘는 자본을 쓸어 담았다고 해요. 그리고 최근에 보니까 10월 18일 기준으로 6920억 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약 7000억 원을 벌어버린 거예요. 이처럼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저예산 공포영화 미스터리가 최신 트렌드에서도 여전히 입증되고 있다는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선영>선배가 찍으셨던 그 영화도 다시 공개가 되면 저예산으로 흥행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림>그분 지금도 영화 쪽 일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선영>그래서 오늘 얘기를 듣고 나니까 이번 주말에는 번화가나 사람 많은 극장으로 가는 대신, 집에서 편하게 불 끄고 웰메이드 공포영화나 골라서 보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혼자는 공포영화를 잘 못 보니까. 영화관에 가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림>어쨌든 '블룸하우스' 영화들 중에서도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오늘 밤 찾아 보시는 것도 추천하고 싶네요. 물론 '블룸하우스'라고 해서 다 성공한 건 아니거든요. 뭐 최근에는 '나이트 스윔'이나 '메간'의 속편, 야심 차게 내놓은 '메간 2.0' 이런 것들이 흥행에 실패해가지고 제이슨 블룸 회장이 직접 "우리가 자만했다"고 뼈아픈 반성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선영>이렇게 아무리 든든한 공식이 있어도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뜻일 수도 있겠네요.
한림>비즈니스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도 마찬가지겠죠. 매년 이맘때가 되면 우리 사회가 겪었던 깊은 아픔과 기억이 다시금 찾아오곤 하는데요. 콘텐츠 시장의 자본 공식보다 더 철저하게 작동해야 되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영>맞습니다. 여전히 아물지 않은 아픔을 늘 가슴에 새기면서 이번 주말에는 무엇보다 나 자신과 주변의 안전을 서로 챙겨주는 조용하고 평안한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인파가 밀집되는 장소나 복잡한 곳은 좀 피해 주시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따뜻하고 안전한 주말 보내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한림>네,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혹시 저 출연시켜서 공포영화 찍으셨던 선배님. 저한테 남아 있는 영상이 없으니까 혹시 이 영상을 보시면 저한테 연락 한번 주십시오.
선영>댓글로 남겨주셔도 재밌겠네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평안하고 안전한 주말 보내시기를 바라겠고요.
한림, 선영>구독과 좋아요. 미스터리경제. 다음주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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