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 막는 펜스가 질서 만들어

[더팩트|인천국제공항=오승혁 기자] "이거 설치된 뒤로는 새치기가 거의 없어졌어요."
20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E카운터를 찾았다. 중국남방항공 체크인 카운터가 있는 이곳에는 투명 플라스틱 안전가드가 설치돼 있었다. 승객들이 줄을 서는 동선을 따라 펜스가 길게 이어졌고, 안내 직원들은 입구와 대기 줄 주변에서 승객들을 차례로 유도하고 있었다.

이곳은 최근 인천공항에서 벌어진 이른바 ‘집단 새치기’ 논란의 현장이다. 일부 보따리상과 관광객들이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자 먼저 수속을 밟기 위해 통제선을 무시하고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차단선 아래로 캐리어를 밀어 넣고 허리를 숙여 통과하거나, 100m 달리기를 하듯 라인 아래로 몸을 낮춰 밀고 들어오는 장면이 온라인에 퍼지며 논란이 됐다.
문제는 단순한 질서 위반에 그치지 않았다. 이를 막던 안내 직원들이 인파에 밀려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는 일까지 발생했다. 공항을 이용하는 다른 승객들의 불편은 물론 현장 근무자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반복되자, 인천공항공사는 18일 결국 물리적 차단시설을 설치했다.
E카운터 앞에 설치된 안전가드는 일반 줄 구분용 차단봉보다 높고 단단한 형태였다. 승객이 허리를 숙여 차단선 아래로 넘어오는 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카운터 입구 주변을 감싸는 구조였다. 기존 텐스베리어만으로는 강한 충격이나 집단 이동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투명 플라스틱 가드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현장 안내 직원은 "설치된 뒤로는 실제로 새치기가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내내 지켜본 E카운터 주변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승객들은 펜스가 만든 동선을 따라 줄을 섰고, 체크인 순서가 다가오면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이동했다. 일부 승객들이 앞쪽 상황을 보려고 몸을 기울이거나 줄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있었지만, 이전처럼 통제선을 무시하고 한꺼번에 뛰어드는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펜스 앞에는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있을 경우 수속이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도 이뤄지고 있었다. 공항 측은 지난달부터 전광판을 통해 새치기 금지 문구를 송출하고, 현장 안전요원 배치도 강화했다. 단순히 "질서를 지켜달라"고 요청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시설과 인력으로 줄 관리에 나선 셈이다.
이 같은 조치는 공항 현장 근무자들에게도 의미가 작지 않다.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는 항공사 직원과 안내 인력이 승객을 직접 상대하는 공간이다. 항공편 출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승객들의 조급함은 커지고, 단체 승객이나 보따리상까지 몰리면 현장 통제는 더 어려워진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E 카운터 외에도 펜스가 필요한 곳들이 있다"며 "새치기하는 사람들만 없어져도 일이 진짜 덜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앞쪽으로 끼어들거나, 단체로 움직이면서 줄을 흐트러뜨리는 경우가 있다"며 "직원들이 계속 말로 막아야 하니 피로가 크다"고 했다.
공항은 빠른 이동이 중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빠른 이동이 곧 질서 무시로 이어질 경우 피해는 다른 승객과 직원에게 돌아간다. 누군가 줄을 건너뛰면 뒤에 선 승객은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이를 막는 직원은 몸으로 인파를 막아야 한다. 이번 펜스 설치는 그동안 현장에서 반복돼 온 불편과 위험이 결국 눈에 보이는 시설물로 드러난 사례다.
인천공항은 한국을 오가는 관문이다. 매일 수많은 내·외국인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작은 무질서도 금세 큰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이날 중국남방항공 카운터 앞에서는 투명 펜스 하나가 승객들의 동선을 바꾸고 있었다. 줄은 길었지만, 사람들은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였다.
집단 새치기 논란이 불거졌던 출국장에는 이제 안전가드가 세워졌다. 공항의 질서는 안내방송과 경고문만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사람이 넘기 힘든 물리적인 장치가 질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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