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방남, 한반도기 환호 속 ‘침묵의 입국’

[더팩트|인천국제공항=오승혁 기자] "아니, 도대체 누가 오는데 이렇게 기자랑 경찰들이 많이 왔어?" (시민)
17일 낮 오승혁의 '현장'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찾았다. 이곳의 출발·도착 게이트가 모두 주말 낮 수준의 평소와 같은 적당한 혼잡을 유지하고 있던 가운데, 도착장 A 게이트 앞만 유독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오후 2시 15분께 평양을 연고지로 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전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뒤 북한대사관 근처에서 훈련하던 이들은 중국국제항공편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북한 여자 축구 선수들이 한국에 온 것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으로는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다.
이들은 오는 20∼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전 경기가 진행되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내고향은 지난 12일 오전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에 도착, 북한대사관 인근에서 훈련하다가 이날 중국국제항공편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이번 입국단은 현철윤 단장을 포함해 선수 27명, 코칭스태프 12명 등 총 39명으로 구성됐다. 내고향은 오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들 중 승자가 23일 결승전에서 우승을 두고 경쟁한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4억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50만 달러다. 이들의 입국을 1시간 넘게 앞둔 시간부터 현장에는 기자, 경찰, 통일부 관계자 등 3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번 내고향 축구단의 방남은 경기 외적으로도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남북 선수단 공동 응원 경비 명목으로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일각에서 "북한 축구단 응원에 왜 국민 세금을 쓰느냐", "정부 주도의 관제 동원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통일부와 민간단체 측은 "특정 팀이 아닌 남북 선수단 모두를 함께 응원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요청이 아니라 민간단체가 먼저 추진하고 협의한 사안"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는 정치적 논란을 예방하고 AFC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인공기나 한반도기, 국가 호칭 대신 각 구단의 클럽기와 팀명, 선수 이름만 사용할 방침이다. 과거 남북 체육 교류의 상징이었던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 역시 이번에는 제외된다.
현장의 뜨거운 취재 열기와 경찰 관계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반도기와 '환영'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민단체는 내고향 선수들을 향해 "환영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반겼다. AFC가 이번 대회에서 사용을 금지시킨 한반도기는 공항에서 힘차게 흔들렸다.
그러나 착륙 후 35분이 지나 오후 2시 51분에 게이트를 통해 나온 선수와 관계자들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문 앞에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라탔다.
단발머리에 감색 정장을 착용한 상태로 백팩 또는 여행용 캐리어를 든 선수들은, 취재진과 환영 인파 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묵묵히 발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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