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만개한 호수가 거닐며 망중한 즐기는 시민들

[더팩트|고양국제꽃박람회=오승혁 기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1990년대 후반, 배우 한석규가 대나무 숲을 걸으며 나직하게 읊조리던 어느 통신사 광고의 카피다. 치열한 일상을 뒤로하고 온전한 휴식을 권하던 그 문장이 2026년 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다시금 귓가에 울렸다.
24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일산 호수공원 일대는 말 그대로 '평화' 그 자체였다. 이날 고양국제꽃박람회가 개막한 만큼 눈이 닿는 모든 곳에 꽃이 피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한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꽃과 호수 사이의 길을 걷는 이들은 각자 추억을 걷는 속도로 움직이며 잠시 스마트폰에서 눈을 멀리하고 일상의 여유를 만끽했다. 버스, 지하철, 길거리 어느 곳에서나 스마트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익숙해진 탓인지 이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호수공원 산책로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테마 정원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간여행자, 펭수, 마음의 온도, 장미 등의 정원들이 관람객들에게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단순히 꽃을 전시하는 수준을 넘어,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 어우러진 조경 시설물들은 인위적인 느낌보다는 자연의 일부처럼 녹아들어 있었다. 스마트폰을 잠시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들어 하늘과 꽃을 번갈아 보는 이들의 얼굴엔 모처럼만의 여유가 가득했다.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되는 고양꽃박람회는 1997년 처음으로 막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국내외 9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명실상부 고양시 대표 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올해는 '꽃, 시간을 물들이다'를 주제로 화려한 야외 전시, 실내 특별전시, 공연·이벤트, 플라워마켓 등으로 25만㎡ 규모를 가득 채웠다. 야외 전시는 단순 관람이 아니라 머물고 참여하는 공간으로 전환해 주제 몰입도를 높였다
박람회는 단순히 정원 전시에서 그치지 않았다. 국경 없는 의사회, 유니세프 등이 만든 정원에서는 키링 만들기 등의 체험과 함께 나눔을 소개하는 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원 문화 체험관에서는 허브와 꽃을 이용해 스머지스틱 키링을 만드는 체험과 원하는 꽃의 씨앗봉투를 받는 경험을 선사했다.
화훼교류관, 화훼산업관에서는 일본, 중국, 케냐,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등의 해외 식물을 소개하는 장과 국내 식물 관련 기업들이 모여 전시와 판매를 병행했다. 이곳에 부스를 연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검역을 소개하는 한편 은퇴한 검역견의 입양을 위해 개들은 현장에 데려와 큰 관심을 모았다.
박람회장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물멍' 공간은 관람객들에게 최고의 인기 장소였다. 화려한 공연이나 시끄러운 행사 대신, 잔잔한 음악과 바람 소리가 어우러진 공간 구성은 휴식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지친 일상 속에서 진정한 '오프(Off)'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내달 10일 고양꽃박람회가 막을 내리기 전에 일산 호수공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석규의 광고 속 대사처럼, 당신의 스마트폰과 걱정을 잠시 꺼두어도 좋을 꽃밭이 그곳에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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