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오는 대만인들에게
'대만 사람이에요' 배지 유행

[더팩트|명동=이상빈 기자] '대만 사람이에요.' 'I'm from Taiwan.'
흰 바탕에 이와 같은 검은색 문구가 쓰인 이 배지는 한국에서 만든 게 아니다. 한글을 모르면 알아볼 수 없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에서 파는 물건이 아니다. 한국에 관광을 온 대만 사람들을 위해 제작됐다. 이 배지는 지난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에서 반중(反中) 시위가 일어나자, 대만 단체 관광객이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생길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더팩트>는 APEC 정상회의가 끝난 지 한 달이 훌쩍 지난 1일 오후 2시께 중화권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거리를 취재했다. 지금도 서울에 관광을 온 대만인들이 저 배지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반중 정서가 얼마나 심한지, 또 대만인들은 거기에 대해서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실제로 배지를 단 대만인 관광객을 찾게 됐다. 해당 배지와 똑같은 제품을 가진 대만인 관광객 4명을 만났다. 일행 중 한 남성은 배지가 잘 보이게 가방끈에 달아놓기까지 했다.

대만인 A 씨는 배지를 챙겨온 이유에 대해 "지금 한국에 가면 반중 정서가 남아 있어서 저희 같은 대만인도 중국인으로 오해하는 일이 생긴다고 들었다"며 "이 배지가 있으면 한국인들이 저희를 대만인으로 알아보고 차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 오기 전에 친구들과 하나씩 샀다"고 밝혔다.
A 씨는 이 배지가 대만에서만 판매하며 가격은 개당 40대만달러(한화 약 1872원)라고 설명했다.
'배지를 단 게 효과가 있었냐'는 물음에 일행 B 씨는 "서울에 와서 지금까지 시비가 걸린 적은 없었다. 저희가 걱정했던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생각보다 한국인들이 저희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0월 10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한국 여행을 준비하는 대만인이 이 배지 사진을 찍어 올린 뒤 "최근 한국 내 반중 정서가 강해졌는데, 이 배지를 달아야 하냐"고 물어본 게시물이 화제가 된 바 있다.
10월 27일 대만 언론 '타이완 뉴스'는 이 배지를 만든 디자이너의 사정을 소개했다. 디자이너는 10월 16일까지 주문이 폭증한 이유가 이 게시물로 인한 관심 증가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pk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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