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분위기 짙게 깔린 서울 강북 전통시장

[더팩트|서울 수유동=오승혁 기자] "칼 쓰는 걸 보니까 이런 범죄가 처음인 사람은 아닌 것 같았어요. 칼로 사람을 처음 찔러본다면 벌벌 떨다가 실수해서 본인이 다칠 법도 한데, 바로 급소를 찌르더라고요."
27일 '오승혁의 '현장''은 전날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전통시장에 위치한 감자탕집을 찾았다. 손님에게 1000원짜리 로또 한 장을 선물로 주는 해당 식당에서 "로또를 왜 안 주냐"며 60대 사장 내외와 실랑이를 벌인 60대 남성 A씨가 이들 부부를 칼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사건 현장이다.
약 두 달 전 가게를 연 이들은 홍보 차원에서 현금 결제를 한 고객들에게 로또를 선물했고, 피의자는 카드 결제를 한 뒤 로또를 못 받았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 강북경찰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추가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A 씨의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불구하고 남성 사장이 아내를 구하기 위해 범인 제압에 나섰다. 인근 상인들도 가게 밖으로 뛰쳐 나와 힘을 합쳐 피의자의 흉기를 뺏고 바닥에 눕혀 경찰의 체포를 도왔다.
이후 식당 사장 부부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날 오전 여성 사장은 안타깝게도 숨을 거뒀다. 사건 현장에는 무거운 공기가 짙게 깔린 듯 어두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피의자 제압을 도왔다는 인근 상인들의 가게에는 사건 소식을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가게 사장들은 사건에 대해 자세한 소식을 묻는 전화를 피하며 영업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피의자의 칼을 뺏고 몸싸움을 한 상인 중 한 명은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너무 많은 질문을 받고 이야기를 하게 돼서,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다"며 "사건이 발생한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마치고 나왔는데 피의자가 점심 반주로 소주 2병을 마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식사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절대 아닌 듯하다. 칼 쓰는 것을 보니까 칼로 처음 사람을 찔러본 동작이 아니라 해본 동작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급소를 찔렀고, 칼도 과도나 식칼이 아닌 양쪽으로 날이 서있는 성인 남성 손 한 뼘 정도 길이의 단검이었다"고 말했다.
취재 중에 여성 사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취재진>은 해당 식당이 있는 전통시장 속 꽃가게에서 국화 화분 하나를 구매해 가게 앞에 두고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꽃집 사장은 "부부가 두 달 전에 가게를 열고 젊은 아들이 카운터를 보면서 엄청 성실하고 친절하게 일했다"며 "너무 무섭고 갑작스런 소식에 손이 떨린다. 그래도 가는 길에 올리는 꽃인데 깨끗해야 한다"며 화분을 열심히 닦았다.
<취재진>이 꽃을 식당 앞에 두던 시간 내부에서는 국립과학수사대(CSI)의 현장 검증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을 찾은 인근 중학교 학생들은 "무섭다. 진짜로 피냄새가 난다"며 "친절하신 분들인데 너무 무섭고 슬프다"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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