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단지의 한인 대상 납치, 감금, 고문, 살인 등의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와중에도 매혹적인 조건으로 해외 알바 취업을 유혹하는 구인 게시물은 끊이지 않고 있다. /SNS 캡처

[더팩트｜오승혁 기자] "해외 고수익 알바, 월 수익 1000~2000만원 보장, 숙소 1인1실 제공, 비자 및 항공권 지원..."

14일 <더팩트> 취재진이 텔레그램의 한 해외 구인구직방에 들어가 받은 메시지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의 한인 대상 납치, 감금, 고문, 살인 등의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와중에도 매혹적인 조건으로 해외 알바 취업을 유혹하는 구인 게시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의 범죄로 인해 특별 여행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을 의식한 듯 이들 게시물은 중국,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내 다른 지역의 구인구직을 진행하는 분위기다. 언뜻 보면 합법적인 해외 취업 알선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한인들을 노린 조직범죄의 ‘덫’이다.

‘돈 벌기 전 기초생활비 지원’, ‘월~금, 오전 8시~오후 4시, 주 5일 근무’ 등의 문구로 신뢰를 쌓는 이 광고들은 실제로는 인신매매와 감금,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최근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지에서 납치·감금된 한국인 피해자는 올해에만 수십 명에 달한다.

특히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를 통해 접근하는 이른바 ‘스카우터’들은 국내 구직자들에게 "간단한 컴퓨터 업무", "콜센터 관리직" 등의 허위 직무를 제시하며 신분증과 여권 사본을 요구한다. 피해자들은 비행기 표와 비자를 모두 ‘회사 측이 지원한다’는 말에 속아 출국하지만, 현지에 도착한 직후 여권을 압수당하고 감금·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취업의 어려움을 겪던 피해자들이 해외 취업을 위해 텔레그램이나 SNS 광고를 보고 연락한 뒤 캄보디아에 도착하면 휴대전화와 여권을 빼앗겼고, 이후에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 개발자, 마약 운반책, 보이스 피싱 업체 직원 등으로 악용된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교민 사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한인 대상 모집글을 ‘현지 합법기업 채용’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숙소와 비자, 항공권을 전액 제공한다는 조건 자체가 위험 신호"라고 경고했다.

정부도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외교부는 이달 초 "캄보디아·미얀마 등지에서의 불법 리크루팅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해외 고수익 알바’나 ‘비자·숙소 지원형 채용’ 광고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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