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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혁의 '현장'] 한강버스 아니고 관광버스?...출퇴근 이용은 '난망' (영상)
23일 오전 11시 마곡선착장서 첫 배 타고 잠실까지 2시간 7분 소요
출퇴근용 수상 교통 수단 가능성, 아직은 낮아 보여


한강버스 운항 첫날인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선착장에서 한강버스가 물살을 가르고 있다. /서예원 기자
한강버스 운항 첫날인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선착장에서 한강버스가 물살을 가르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한강버스 마곡선착장=오승혁 기자] "대기표 못 받으신 분들은 11시 첫 배 못 타요. 표 발권해도 12시30분에 오는 다음 배 타세요. 여기와서 대기표 받아가세요!"

"아이 XX, 이거 자전거도 이렇게 많고 여기를 어떻게 지나가라는 거야? 일처리가 뭐 이래?"

"여기 티머니 교통카드 인식 안 돼요!" "다른 교통카드 없으세요?" "이거 완전 X판이구만...총체적 난국이네"

23일 오전 8시 40분께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강서구에 자리한 한강버스 마곡선착장을 찾았다. 지난주 목요일인 18일부터 운항을 시작한 한강버스 탑승을 위해 서울 강서 방면 종점인 마곡선착장에 오픈 시간인 9시 보다 약간 일찍 도착했다.

성인 3000원의 요금을 내면 유람선을 타듯 관광하며 수상 교통 수단인 배를 타고 한강을 가로지르며 출퇴근을 할 수 있다는 서울시 홍보에 따라 직접 체험하며 장단점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언론의 영향탓인지 한강버스 승선 대기줄까지 생겼다고 얘기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23일 오전 11시 첫 출항을 앞두고 서울 마곡선착장으로 한강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한강버스 마곡선착장=오승혁 기자
23일 오전 11시 첫 출항을 앞두고 서울 마곡선착장으로 한강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한강버스 마곡선착장=오승혁 기자

서울시는 한강버스 도입 배경에 대해 워라밸 시대에 발맞춰 육상에 치우쳐 있던 기존 대중교통을 수상까지 확장하여 서울시민의 출퇴근 편의를 증진하고,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 곳곳의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3천만 관광객 시대’를 열기 위한 미래 서울의 핵심 교통수단으로서의 ‘한강버스’를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말 서울시의 홍보대로 한강버스는 제 기능을 하고 있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버스에 탄 뒤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치유의 기능이 있다. 노을이 아름답다"고 극찬하며 기존 목표대로 출퇴근 교통수단 목적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그럴까. 취재진은 오 시장과 달리 정반대 경험을 했다.

한강버스가 아니고 관광버스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출퇴근용이라는 말은 무색했다. 당장 한강버스는 출퇴근하지 않는 휴일에 적합한 교통수단으로 보였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37분까지(출발지, 도착지 기준)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강버스는 추석 연휴 이후 증편 예정이라지만 우선 시간에 맞춰 이용하기에는 무척 불편했다.

내달 10일부터는 마곡, 망원, 여의도, 압구정, 옥수, 뚝섬, 잠실에 서는 일반 노선 외에도 마곡, 여의도, 잠실에만 서는 급행 노선도 출퇴근 시간에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평일 운항시간은 07:00~22:30, 주말은 09:30~22:30, 10월 말 이후에는 48회로 확대 운항할 계획이어서 좀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8척이 운항중이고 10월에는 4척이 더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강버스 운항은 출퇴근과 거리가 멀었다. 오전 11시 마곡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오후 1시 7분 잠실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 건물 밖으로 나오자 오후 1시 15분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당초 한강버스로 마곡에서 잠실까지 75분이 소요될 것이라는 서울시 목표보다 한 시간이 더 걸린 셈이다. 시간은 걸렸어도 불편함보다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먼저 드는 아이러니라니.

실제로 서울시 첫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인 22일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10분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102호)가 강 한가운데에서 20여분간 멈췄다. 배에는 11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승객들은 뚝섬 선착장에서 모두 하차했다. 시는 하차 및 환불 절차를 안내했고, 일부 희망 승객은 다음 잠실행 선박을 탑승했다. 사고 선박은 잠실 도선장으로 이동해 현재는 수리를 완료한 상태다. 또 같은 날 오후 7시30분 출발 예정이었던 또 다른 한강버스(104호)도 출항 직전 전기계통 오류로 운항을 하지 못했다. 도입 초기 잇따른 사고는 탑승객의 불안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23일 오전 11시 첫 배를 타기 위해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서울 한강버스 마곡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에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 안내가 보였다. /한강버스 마곡선착장=오승혁 기자
23일 오전 11시 첫 배를 타기 위해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서울 한강버스 마곡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에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 안내가 보였다. /한강버스 마곡선착장=오승혁 기자

바다를 연상시킬 정도로 규모가 커 물살이 제법 강한 한강에서 여러 구간에 정박했다가 출발하며 계속 방향을 바꾼 탓에 멀미도 느껴졌다. 또한 마곡선착장 인근 역인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선착장까지 도보로 15분이 걸리는 점과 잠실선착장 인근 역인 2호선 잠실새내역까지 15분이 소요되는 부분도 실제 이용에 큰 장벽으로 느껴졌다.

서울시가 역에서 한강버스 선착장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따릉이 자전거 등을 이용해 선착장으로 오면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피곤한 출퇴근길에 도보 15분이나 셔틀버스, 따릉이 등을 선택해서 선착장으로 가고 배를 탄 뒤 내려서 또 인근 역까지 같은 행보를 반복해야 하는 점은 쉽지 않은 문제다.

실제로 이날 같은 배에 탄 이들 중 대다수는 나들이 복장을 한 중장년들과 사이클 복장을 하고 자전거를 배에 실은 이들,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본격적인 출근시간 운행이 시작된다고 해도 출퇴근을 위해 한강버스를 선택할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배는 199석의 좌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타실로 올라가는 계단 뒤에 츄러스 매장이 입점해 있고 남여 화장실과 장애인 화장실, 자전거 거치대 등이 배치되어 있다. 좌석 밑에 구명조끼가 있고 배의 후미로 향하는 곳에 구명조끼 등의 안전장비가 비치된 함이 있다. 하지만, 한쪽 함의 문은 앞에 놓인 경사로 때문에 잘 열리지 않아 수정이 필요해보였다.

강을 가로지르며 보는 여의도와 강남의 풍경은 참 좋았지만, 배 내부에서 계속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과 배 앞 공간으로 나가 사진을 찍는 탑승객들과 선착장에 닿을 때마다 이들을 통제하는 한강버스 직원들의 목소리가 섞여 피로를 가중시켰다.

관광명소로 알려진 덕인지 오전 11시 첫 배를 타고자 하는 인파가 제법 몰려 약간 늦게 마곡선착장에 온 이들은 다음 배인 12시 30분 배편을 기다리며 대기표를 받았다. 대기표는 현장 직원이 포스트잇에 펜으로 번호를 적어주는 방식이다. 900억원이 넘게 투입된 사업의 대기표라고 하기에는 동네의 평범한 식당에서도 사라진 듯한 대기표 시스템에 깨나 당황했다.

11시 출항을 앞두고 오전 10시40분 무렵 배가 선착장으로 들어오자 탑승객들과 자전거가 개찰구 앞을 빼곡하게 채워 탑승 전까지 여기저기서 "밀지 마세요" "미치겠네" 등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강버스의 연간 운영비는 200억원이고 탑승 수익은 50억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나머지 150억원을 광고 수익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미치겠네"라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 상황에서 과연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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