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매봉산=오승혁, 이환호 기자] 어린 아이들을 위한 매봉산 유아숲이 윤석역 전 대통령을 위한 '경호의 숲'으로 변했다.
9일 낮 방문한 서울시 매봉산에는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들면 경찰이 보였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많은 경찰 병력들이 등산로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시 중구, 용산구, 성동구에 걸쳐 자리한 매봉산 등산로 자락에서 한남동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가 내려다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 병력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매봉산을 오르는 이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했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명함 등의 확인 가능한 서류를 요청한 경찰은 취재진의 동의 하에 명함을 촬영한 뒤 매봉산을 촬영한 영상의 삭제를 요청했다.
매봉산 유아숲의 모습이 담겨있는 영상일 뿐이었지만 이들은 "뒤에 보이는 배경이 군사 보안 시설이라 촬영이 어렵다"며 삭제를 요청했다. 이후 이들은 서로 무전을 통해 취재진의 이동 경로 등의 정보를 공유했다.
유아들이 숲을 체험하며 자연을 즐기고 배우는 공간인 매봉산 유아숲도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배치된 경찰 병력들의 대기 장소가 됐다.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인 매봉산 초입 벚꽃길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구간에 경찰 병력이 서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에 따라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날까지 일주일 가까이 대통령 관저에 머물고 있다. 현행법에는 탄핵된 대통령이 관저를 비워야 하는 기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 선고 사흘 후에 서울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대통령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있는지, 이사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 관계자들은 "저희도 언론에 나온 기사 이상의 정보를 알거나 전달 받은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내외가 이사할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는 매봉산과 달리 경찰 병력 등이 아직 투입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연일 이어지는 취재와 유튜버들의 방문으로 인해 건물 경비 직원들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대통령 경호 인력으로 보이는 이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사저 내부에서는 인테리어 시공업자들이 페인트 작업을 하며 이사 준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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