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제가 여기에 있다는 게 믿기질 않아요."
신인배우 권소현을 처음 마주한 건 지난 5월, 프랑스 드뷔시 극장이다. 영화 '마돈나'(신수원 감독)에서 주인공 미나 역을 맡은 그는 이 작품이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되면서 데뷔작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는 영예를 끌어안았다.
지난달 20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전 세계 외신과 관객들이 모인 팔레 데 페스티발 드뷔시 극장에 오른 권소현.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뒤 상기된 표정이 채 가시지 않은 그를 당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이 현지에서 직접 만났다.

푸른 니스 해변에 선 권소현. 그의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이 반짝반짝 빛난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프랑스에 도착하면서부터 내내 지니고 있었다는 그의 말에서 고운 마음을 짐작케 한다.
'마돈나'는 권소현을 신인 여배우에서 '칸의 신예'로 만들어준 영화다.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평범한 여자 미나(권소현 분)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그를 담당하게 된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 분)이 과거를 추적하며 밝혀지는 놀라운 비밀을 담은 작품이다. 국내 개봉은 다음 달 2일.

데뷔작으로 칸영화제까지 진출한 권소현, 격양된 목소리로 극장 무대에서 눈물을 보이던 그의 표정은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정말 꿈만 같아요(웃음). 처음 왔는데 프랑스가 이렇게 좋은 곳인지 몰랐거든요. 또 오고 싶은 곳이에요. 욕심나는 영화제죠."


권소현은 '마돈나'에서 가슴이 크고 뚱뚱한 몸매 탓에 마돈나라는 별명을 얻는다.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미나 캐릭터. 본래 좀 통통한 몸매였지만, 신수원 감독의 요구로 살을 좀 더 찌웠다.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어요. 살을 찌우는 건 쉬우니까요(웃음). 영화 마치고 나서 15kg 감량했는데 빼는 건 정말 힘들어요. 오히려 영화를 보면서 '살을 더 찌울걸'하고 후회했죠. 미나라는 인물이 상처를 받으면 받을수록 폭식하는 거로 자신의 허한 영혼을 채우거든요."

사실 신수원 감독의 캐스팅에도 몸매가 도움됐다. 미나 역을 맡을 캐릭터에게 요구되는 것은 젊고 통통해야 했는데 최근 늘씬한 몸매가 필수로 여겨지는 20대 여성, 그 중에서도 외모가 중요한 여배우 중 통통한 배우를 찾기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뮤지컬과 연극무대에서 오래 연기했어요. '그리스' '헤어스프레이' '노래하는 샤일록' 등에 출연했죠. 하지만 어떤 작품을 하든 남자 역할이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줬죠. 쇼스타라고 해야 할까. 외모가 문제였나 봐요(웃음). 하지만 '마돈나'는 제게 정말 배우가 될 기회를 만들어 준거 같아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느리고 둔한, 먹는 일이 가장 행복한 '마돈나' 속 미나를 가슴 시리게 사랑한다는 권소현. 칸에서 의미있는 인터뷰를 마치고 '착한 사람이 잘 되는 모범 답안 같은 좋은 세상이 오길 바란다'며 그에게 악수를 건넸다.
"칸영화제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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