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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 인터뷰] '핫' 하리수 "트랜스젠더 연기만 하고 싶지 않아요"

배우 겸 가수 하리수가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와인바에서 <더팩트>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배우 겸 가수 하리수가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와인바에서 <더팩트>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성지연 기자] 배우 겸 가수 하리수(40·본명 이경은)는 보자마자 "내 팔자는 이름 따라 가나 봐"라는 말로 '쿨'하게 인사를 대신했다.

하리수의 본명은 이경은. 하리수란 이름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그였지만, 본인의 말처럼 데뷔 때부터 '핫이슈'를 몰고 다닌다.

대한민국 최초 성전환 수술 연예인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한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슈몰이를 하기 충분한 것이었고 13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 트랜스젠더 1호 연예인'인 그는 여전히 뜨겁고 궁금한 존재다.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말이다.

하리수를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와인바에서 <더팩트> 취재진이 직접 만났다. 그리고 그날은 우연히도 하리수가 가수 미키정과 결혼한 지 7주년을 맞이하는 결혼기념일이었다.

◆ '핫'리수, 요즘 '뜸'하다 했더니….

하리수는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제14회 서울 LGBT 필름페스티벌에 집행위원으로 위촉돼 방송인 홍석천과 함께 영화제를 홍보했다./남윤호 기자
하리수는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제14회 서울 LGBT 필름페스티벌에 집행위원으로 위촉돼 방송인 홍석천과 함께 영화제를 홍보했다./남윤호 기자

가수부터 배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산하던 하리수는 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도 중국에서 바쁜 행보를 이어가던 그는 오랜만에 국내 팬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아트시네마, 인디스페이스 등지에서 개최된 제14회 서울 LGTB 필름 페스티벌에 방송인 홍석천과 함께 집행위원으로 위촉됐기 때문.

그가 집행위원으로 활동한 서울 LGBT 필름 페스티벌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성 소수자인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들의 삶과 욕망을 조망하는 국내 유일의 성소수자 영화제다.

"LGBT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김조광수 감독님이 특별히 부탁하셨어요. 집행위원 제의를 받았을 땐 자신이 없어서 망설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참석하게 됐죠. 한 해 동안 만들어지는 영화 중에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작품은 거의 없거든요. 게이와 관련한 작품이 가장 많고 레즈비언이 그다음이에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제가 홍보를 하고 싶었어요. 이번 LGBT 영화제에 상영되는 트랜스젠더 영화 '오픈 업 투미'(감독 시모 할리넨)가 굉장히 작품성이 빼어난 영화기도 했고요."

지난해 퀴어퍼레이드에 화려한 의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하리수./이새롬 기자
지난해 퀴어퍼레이드에 화려한 의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하리수./이새롬 기자

하리수는 LGBT 영화제에 집행위원장으로 참석하기는 처음이지만, 지난해 영화제 행사의 일부인 퀴어퍼레이드에 파격적인 의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퀴어퍼레이드란 LGBT(성 소수자) 단체 또는 개인이 모여 함께 즐거움을 나누며 자긍심을 갖자는 의미로 길거리를 행진하는 이색적인 퍼포먼스다.

"지난해 퍼레이드를 하면서 느낀 건 '한국도 많이 변했구나'였어요(웃음). 사람들이 내가 지나가는데 호응해 주더라고요. 뿌듯하고 따뜻했죠. 사실 요즘에도 길거리를 지나가면 '어, 하리수다. 트랜스젠더네' '징그러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제가 데뷔했던 1990년도에는 더 심했거든요. 성 소수자라서 인간으로 당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당한거죠.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나아진 거에요(웃음)."

지난 2001년 트랜스젠더 1호 연예인으로 데뷔한 이후 국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하리수지만, 그가 최근 중국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에게 들어오는 한정적인 배역 때문이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DB
지난 2001년 트랜스젠더 1호 연예인으로 데뷔한 이후 국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하리수지만, 그가 최근 중국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에게 들어오는 한정적인 배역 때문이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DB

자신이 '징그럽다'고 손가락질당했던 경험을 쓴웃음으로 대신하던 하리수는 13년의 연예계 생활을 묵묵히 견뎌내며 상당히 '강한 여자'가 된 듯했다. 하지만 그 또한 속상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리수가 연예 활동을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주로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저는 연기를 열심히 하는 여배우로 불리고 싶거든요. 그리고 잘하려고 무던히 노력해 왔고요(웃음). 하지만 한국에선 제가 트랜스젠더라고 항상 트랜스젠더 캐릭터만 제안하더라고요. '하리수라서 할 수 있는 배역'과 '하리수라서 못하는 배역'이 나뉜게 한국이에요. 저는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중국은 달라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없이 제게 여배우 캐릭터를 제의하거든요."

애교스러운 목소리였지만, 뼈가 있는 말을 뱉는 하리수의 눈은 빛났다.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은 하리수는 "그들에게 나를 좋아하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 하리수♥미키정 "다시 태어나도 그와 함께"

하리수는 지난 2007년 가수 미키정(오른쪽)과 결혼해 지금까지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다./더팩트DB
하리수는 지난 2007년 가수 미키정(오른쪽)과 결혼해 지금까지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다./더팩트DB

하리수를 만난 날은 5월 19일, 남편 미키정과 7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인터뷰에 앞서 그가 SNS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은 온라인 검색어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남편 미키정과 다정한 포즈로 함께 찍은 사진이다.

"남편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좋은 사람이에요. 우리가 결혼하면서 약속한 게 하나 있어요. '서로를 믿자' 이거 하나죠. 믿음이 깨지면 부부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서로 '쿨'하게 휴대전화 검사 같은 거 안 해요(웃음). 하지만 남편은 새벽에 잠을 자다가도 '여보 나 목말라'라고 하면 일어나서 물을 가져다주는 다정한 사람이에요(웃음)."

하리수는 남편 미키정의 이야기를 하며 이제 막 결혼한 새색시처럼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남윤호 기자
하리수는 남편 미키정의 이야기를 하며 이제 막 결혼한 새색시처럼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남윤호 기자

남편 자랑에 신이 난 하리수는 여전히 신혼의 즐거움을 즐기는 '새색시'같았다. 그는 만약 신이 존재하고 내세(來世) 또한 있다면 자신의 다음 삶은 지금과 달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하리수'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처음부터 아름다운 여자로 태어나서 남편을 다시 만나고 싶어요. 남편도 지금처럼 멋진 남자로 태어나서 저를 다시 만나줬으면 좋겠고요(웃음). 여보! 우리 7년 동안 기쁜 일, 슬픈 일 많았지만, 함께 할 수 있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우리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살아요. 사랑합니다."

마지막까지 남편에게 사랑이 넘치는 메시지를 전달한 하리수./남윤호 기자
마지막까지 남편에게 사랑이 넘치는 메시지를 전달한 하리수./남윤호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 ssent@tf.co.kr

[SSi영상] '방부제 미모' 하리수, "늘어난 몸무게…고민이에요~" (http://youtu.be/kA5I7KmO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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