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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탐사보도-한류 사각지대④] 원로가수협회장 "말 하기조차 부끄럽다" 눈물




이갑돈 회장이 원로가수들의 생활고를 이야기하고 있다. / 이금준 기자
이갑돈 회장이 원로가수들의 생활고를 이야기하고 있다. / 이금준 기자

[ 이금준 기자]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

원로가수협회 이갑돈(80) 회장은 <더팩트> 취재진을 보자 가장 먼저 이같은 말을 건넸다. 그만큼 원로가수들의 힘겨운 사정을 돌아보는 사람이 드물다는 방증이었다. 이 회장은 "요즘 누가 우리를 신경쓰겠나"라고 말한 뒤 생활고로 시달리는 동료 가수들의 형편을 설명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사정은 드러난 소문보다 더 열악했다. 심지어 몇몇은 끼니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는 "원로가수들이 정말 어렵게 살고 있다. '여유'의 '여'자도 생각할 수 없다. 대부분이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겨우 생활한다"고 털어놨다. '홍콩아가씨'를 불렀던 금사향은 현재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 한명숙도 월세 생활 중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주인공 명국환도 형편이 나쁘다. 다른 원로 가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 회장은 "나는 그래도 일본 활동 때문에 생활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원로가수협회 회원들 대부분의 나이가 70세 이상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못하고 신체적으로도 어려움들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갑돈 원로가수협회장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금준 기자
이갑돈 원로가수협회장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금준 기자

이 회장은 과거를 회상하며 "우리는 한국전쟁 세대다. 고난 속에서 세월을 보냈다. 그 당시는 지금과 같이 경제발전이 안 돼 수입이라는 것도 많지 않았다. 특히 우리 분야는 저축을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에 대한 부분을 건드리자 한숨부터 크게 내쉬었다. 이 회장은 "옛날에는 저작권이라는 인식이 확실치 못했다. 노래로 돈을 번다는 게 주먹구구식이었다. 돈이 한 뭉치 들어오면 그냥 나눠 갖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누가 원로가수들의 노래를 듣겠나. 저작권이 들어온다는 몇몇 가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몇 푼 되지 않는다더라. 결국 원로가수들은 저작권 수입이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원로가수들이 노래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원로 대중예술인 공연단 '찾아가는 가요무대, 복고(福GO)클럽' 덕분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1년에 2번, 각 도시를 순회하면서 공연을 하고 있다. 한 공연 당 50만원 정도의 돈을 받는다"라며 "사정이 어려운 원로들에게는 단비 같은 공연 기회다. 돈도 돈이지만 마이크를 쥘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단법인 대한가수협회가 원로가수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찾아가는 가요무대, 복고(福GO)클럽'도 이들이 문화체육관광부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이갑돈 회장은 고마운 후배 가수들도 있다며 이름을 기억했다. / 이금준 기자
이갑돈 회장은 고마운 후배 가수들도 있다며 이름을 기억했다. / 이금준 기자

대한가수협회 김원찬 사무총장은 "원로가수들은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을 이끌어 오신 분들이다. 그들의 노래와 함께 우리는 웃고 울었다. 그만큼 대접을 받아야 하시는 분들이다. 미력하나마 원로들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가수협회는 매년 원로가수들의 복지를 위해 기금마련 콘서트를 진행한다. 아울러 추계수련회를 열고 선배들과 명소 탐방 기회를 갖는다.

특히 회장 태진아는 명절마다 앞장서서 원로가수들을 돌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갑돈 회장은 "자식들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것들을 후배들이 해준다. 대한가수협회를 비롯해 태진아, 송대관 같은 후배들 덕분에 원로가수들이 힘을 얻는다. 이들의 관심과 손길이 정말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특별한 후배로는 인순이를 꼽았다. 이갑돈은 "선배를 생각하는 것이 기특하다. 몇몇 원로가수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인순이가 직접 나서 장례식장을 챙기고 운구차를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원로가수협회는 인순이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젊으나 늙으나 우리 가수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무대다. 지방 행사나 축제 같은 곳에서 원로가수들을 찾아줬으면 좋겠다. 눈을 감는 그날까지 노래와 함께하고 싶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회장은 '백장미 일기', '로맨스 부기우기', '눈물의 구포다리' 등으로 사랑을 받은 원로가수다.

everun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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