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27일~9월4일) 최고의 스타인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16일 오후 대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곧장 대구 그랜드 호텔에 여장을 풀고 17일부터는 경산 육상경기장에서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볼트가 격전지 대구에 입성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대체 얼마나 빠르기에 '총알 탄 사나이', '번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지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볼트의 스피드에 대해 입체비교를 해본다. <편집자주>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볼트가 '동물의 왕국'에 갔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포유류가 그 앞에 모여들었다. 사자, 호랑이, 코끼리, 치타, 누, 말, 경주견, 영양에 고양이까지. 동물들에게는 인간 세상의 가장 빠른 발을 지닌 사람이라며 득의양양하는 볼트가 신기하기만 했다. 만난 김에 내기를 제안했다. 똑같이 100m를 달려보자고. 동물들의 뜨악한 제의에 볼트는 마뜩잖게 스타트 라인에 섰다. 출발 총소리와 함께 볼트가 달려나갔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처참했다. 지난 2009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100m에서 9초58로 세계신기록을 쓴 볼트였지만 순위는 바닥이었다. 시속 110km를 상회하는 동물의 왕국의 '스피드 킹' 치타가 단연 1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치타 뿐이랴. 시속 105km의 속도를 자랑하는 영양도, 80km 대의 누와 가젤도 모두 볼트와 현격한 차를 벌렸다. 최고 시속 44km의 볼트는 말(70km), 경주견(67km), 사자(60k), 호랑이(56km)에도 뒤처졌다. 볼트 뒤에는 고양이(40km), 코끼리(35km) 정도만 남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다고 으스대던 볼트도 '동물의 왕국'에선 '루저'였다. 치타는 시속 110km를 넘는 속도로 200~300m를 너끈히 달릴 수 있고, 영양 역시 최고 속도는 평균 시속 64km로 40분간 질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동물학자들은 볼트가 포유류 중 최고 속도만 놓고 보면 30위권 밖에 머무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볼트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일 순 있지만 많은 동물들 사이에선 그저 그런 스프린터일 뿐인 것이다. 순간 스피드만 놓고 보면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존재다. 다이엘 리버만 하버드대 인간 진화 생물학 교수는 지난 해 '더 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볼트의 최대 스피드는 초당 10m를 가는 정도인데, 이는 포유류 중 하위권일 뿐이다. 스프린터로서 인간은 애처롭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진화학 차원에서 먹이를 구하기 위해 빨리 달리는 것보다 오래 달리는 것으로 변모해왔다"며 "대부분의 동물들은 운동 뒤 열을 낮추기 위해 헐떡이지만, 사람은 운동 뒤 열을 낮추기 위해 피부에서 땀이 배출된다. 이런 부분에서도 인간은 단거리보다 장거리에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오광춘기자 okc2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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