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지역의 상생과 언론의 역할 논의

[더팩트|안동=오승혁 기자] "너 네이버 월간 얼마냐?" "포털 트래픽 얼마나 나오니?"
스포츠 기자의 이직 면접에서 먼저 나오는 질문으로 소개된 말이다. 어떤 사실을 발굴했는지보다 얼마나 많은 클릭을 만들어냈는지가 기자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는 현직 기자의 진단이다.
23일 ‘오승혁의 현장’은 경북 안동시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가 개최한 ‘2026 안동 심포지엄’을 찾았다. ‘지역, 인물 그리고 미디어: 스포츠의 응답’을 주제로 마련된 행사에서는 스포츠와 지역의 상생 방안과 함께 스포츠 언론의 수익 구조와 취재 관행을 돌아보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김현기 엑스포츠뉴스 기자는 스포츠 매체 사이의 이직 면접 때 포털 트래픽을 묻는 현실을 소개했다. 포털 성과가 기자 개인의 경력으로 여겨지는 반면, 이를 바꿀 산업적 기반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스포츠 콘텐츠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인력 유입과 전문성 축적을 가로막는다고 봤다. 기자 개인에게 좋은 기사를 주문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생존의 문제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취재 대상과의 관계도 돌아볼 과제로 꼽았다. 구단과 단체가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시각에서 보도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들과 밀착해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는 수익 압박이 기사 생산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고 짚었다. 빠르게 많은 기사를 내는 일이 중요해지면서 사실 확인과 기사 완성도가 밀리고, 이미 나온 기사를 재가공하거나 제목을 바꾸는 데 시간이 쓰인다는 분석이다.
그가 제시한 스포츠 기사의 역설은 명확하다. 기사는 많아졌지만 취재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자료를 확인해 새로운 사실을 찾을 시간이 반복적인 기사 생산에 밀린다는 설명이다.
기사 제목과 본문의 관계도 문제로 지목했다. 제목으로 궁금증을 유발한 뒤 핵심 정보는 기사 뒤로 미루는 방식이 독자의 이해보다 체류 시간을 우선하는 관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기자에게도 과제가 있다. 김세훈 기자는 구독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유혹과, 독자가 듣기 불편해도 필요한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 사이에 긴장이 있다고 봤다. 강하고 선명한 주장이 반응을 얻는 환경에서 언론의 기준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숙제라는 설명이다.
인공지능(AI) 역시 이런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악화시킬 위험도 가진 도구로 다뤄졌다. 자료 정리와 번역에 활용하면 취재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검증 없이 기사 생산량을 늘리는 데 쓰면 비슷한 정보만 넘쳐나는 상황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재희 마이데일리 기자는 해법으로 언론사 내부 평가 기준의 변화를 제안했다. 기사 수와 조회 수에 더해 독자적으로 확인한 사실, 정정과 후속 보도의 충실성, 독자의 재방문과 지불 의사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사량이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독자가 얻는 새로운 정보에 비해 유사한 제목과 내용이 반복되는 상황을 문제로 봤다. 해외 기사나 팬 몇 명의 반응을 재가공하면서 이를 외신 전체의 평가나 현지 여론으로 확대하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재 조직의 보완도 과제로 제시했다. 현장 기자 한 명에게 속보와 탐사보도를 모두 맡기기보다 데이터·법률·사회 분야 기자와 협업하고, 작은 매체는 공동 취재로 비용을 나누는 방식이다. 협회 운영 문제나 스포츠계 의혹을 한 차례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징계 집행과 제도 개선까지 추적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이러한 언론의 과제를 지역 사회와 스포츠의 관계로 넓혀 살피는 자리의 의미도 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스포츠가 지역 사회와 창출하는 상생 가치를 모색하고,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주제 발표는 정용복 제주언론학회장의 ‘스포츠로 잇는 제주: 관광·1차산업·미디어의 지역발전 전략’, 나영일 서울대 명예교수의 ‘한국 스포츠의 근대화: 소강 민관식을 다시 생각한다’, 권순용 서울대 교수의 ‘미디어의 전환, 스포츠의 비전’으로 꾸려졌다.
이에 앞서 이종유(상명대), 강다희(서울대), 이지원(연세대) 등 박사 과정 연구자들의 발표도 진행됐다.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인식 유형, 해외 스포츠 팬의 브랜드 반응, 지역 상생을 위한 로컬 협업 등을 주제로 지역과 팬, 스포츠의 접점을 살폈다.
스포츠 저널리즘 집담회는 이준성 연세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세훈·김현기·박현진·심재희 기자가 참여하는 순서로 편성됐다.
유상건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장은 개회사에서 지역 발전 전략과 스포츠 근대화, 미디어 전환을 함께 다루며 스포츠미디어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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