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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방 8승 3패, '금빛 한일전'...골프가 마무리한다 [박호윤의 IN&OUT}
농구 야구 펜싱 배드민턴까지 이어진 금메달 릴레이
일본과의 결승서 잇단 승전보, 골프가 잇는다
김주형 남자단체 2연패 선봉


김주형이 30일 오전 시작된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골프 1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김주형은
김주형이 30일 오전 시작된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골프 1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김주형은 "조금 피곤하만 국가를 대표해서 출전한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대한골프협회 제공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금메달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소위 ‘맞짱’을 뜨는 장면이다. 그것도 개최국 일본의 안방에서다.

처음에는 구기 종목이 눈에 띄었다. 남자 농구가 결승에서 일본을 67-57로 꺾고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여자 농구도 일본을 75-70으로 제압해 남녀 동반 우승을 완성했다. 야구 역시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누르고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했다. 여자 핸드볼은 풀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을 27-23으로 꺾고 우승했다. 엄밀한 의미의 결승전은 아니지만 두 팀이 전승으로 마지막 경기에서 만나 금메달을 가린 사실상의 결승이었다.

그런데 시야를 구기 종목 밖으로 넓혀보면 이번 대회의 ‘금빛 한일전’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45-44로 극적으로 꺾었다. 41-44로 뒤진 마지막 승부에서 오상욱이 내리 4점을 뽑아 뒤집은 명승부였다.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45-31로 제압했다. 반대로 여자 플뢰레에서는 일본이 강했다. 박지희가 개인전 결승에서 우에노 유카에게 패했고, 단체전에서도 한국이 일본에 28-29, 단 한 점 차로 졌다.

e스포츠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대전격투 종목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5-2로 눌러 금메달을 땄지만 뿌요뿌요 챔피언스에서는 강동신이 일본의 11세 구리하라 유키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리고 29일에는 안세영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일본의 간판 야마구치 아카네를 2-0(21-17 21-9)으로 완파했다.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사상 최초의 2연패였다.

29일까지 정식 결승에서 한국과 일본이 직접 금메달을 놓고 맞붙은 승부만 10차례. 한국이 7번 이겼고 일본이 3번 이겼다. 사실상의 금메달 결정전이었던 여자 핸드볼까지 포함하면 11차례, 한국의 성적은 8승3패다. 일본 안방에서 펼쳐진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한국 선수들이 유독 강했다는 얘기다.

김주형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여성 팬들이 김주형의 플레이를 관전하며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모습./대한골프협회 제공
김주형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여성 팬들이 김주형의 플레이를 관전하며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모습./대한골프협회 제공

그리고 이제 시선은 골프로 향한다.

한국 골프는 30일 오전 아이치현 가스가이CC 동코스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1라운드를 시작했다. 이번 골프에는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등 모두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단체전은 남녀 모두 엔트리 3명 가운데 매일 좋은 스코어를 낸 2명의 성적을 합산한 뒤 4라운드 합계로 메달 색깔을 가린다.

한국은 남자 단체 2연패를 노리고 있다. 3년 전 항저우 대회에서 임성재, 김시우, 장유빈, 조우영을 앞세워 합계 76언더파를 기록하며 2위 태국을 무려 25타 차로 따돌리고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0 광저우 이후 13년 만의 정상 탈환이었다. 개인전에서는 임성재가 26언더파로 홍콩의 다이치 고에게 한 타 뒤져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번에는 김주형, 김성현, 문도엽이 단체전 2연패에 도전한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김주형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미국 시카고 메디나CC에서 프레지던츠컵을 치른 뒤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왔다. 13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과 14시간의 시차, 짧은 코스 적응 기간은 부담이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치열한 실전을 치른 직후라는 점은 반대로 강점이 될 수도 있다. PGA투어 멤버인 김성현과 국내 정상급으로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아 각오가 남다른 문도엽도 좋은 성적을 기대케 하고 있다.

문도엽이 1라운드 페어웨이에서 안정된 자세로 그린을 공략하고 있다. 문도엽은 4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오르며 한국의 단체전 2위를 이끌었다./대한골프협회 제공
문도엽이 1라운드 페어웨이에서 안정된 자세로 그린을 공략하고 있다. 문도엽은 4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오르며 한국의 단체전 2위를 이끌었다./대한골프협회 제공

상대도 만만치 않다. 특히 개최국 일본은 이번 대회 골프 사상 처음으로 프로 선수를 대표팀에 포함시켰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나카지마 게이타와 경험 많은 히가 가즈키, 아마추어 본 다이시가 남자 대표로 나섰다. 나카지마는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개인, 단체 2관왕에 오른 바 있고, 히가 가즈키는 한일 양국 공동투어인 신한동해오픈에서 두차례 우승한 강호다. 여기에 익숙한 환경과 홈 관중의 응원까지 등에 업은 일본이어서 한일 양국의 첨예한 경쟁이 나흘간 ‘결승 한일전’ 처럼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 남자 첫날 경기는 일본이 근소한 차로 개인, 단체 1위에 나섰고 한국이 추격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일본의 히가가 5언더파로 왕웨이쉬안(대만)과 공동 선두, 나카지마가 4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랐고 단체에선 합계 9언더파로 1위다. 한국은 문도엽이 4언더파 공동 3위, 김주형이 3언더파 공동 7위, 김성현이 2언덮 공동 9위에 랭크했고 단체 합계는 7언더파로 일본에 2타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박서진, 김규빈, 양윤서 등 아마추어 3명이 출전한다. 프로가 단 1명도 없지만 이들은 모두 다양한 국제대회 경험이 있고 특히 양윤서는 올시즌 아시아 태평양 여자아마추어선수권(WAAP)에서 무려 8타차로 우승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국은 항저우에서 여자 단체전 은메달과 유현조가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다.

여자부의 경쟁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항저우에서 개인, 단체를 휩쓴 태국이 당시 2관왕 아피차야 유볼을 필두로 강한 전력을 꾸렸고 중국은 최근 LPGA투어 FM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통산 6승의 세계 정상권 프로인 인뤄닝을 앞세워 우승을 노리고 있어 이들과의 첨예한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김성현(오른쪽)이 1라운드 경기 중 캐디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대한골프협회 제공
김성현(오른쪽)이 1라운드 경기 중 캐디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대한골프협회 제공

물론 골프를 앞선 한일전들과 똑같이 볼 수는 없다. 농구나 펜싱, 배드민턴처럼 결승에서 일본 선수 한 명이나 일본 대표팀을 꺾으면 곧바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방식이 아니다. 중국과 태국,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강자들이 모두 같은 필드에서 나흘 동안 스코어를 겨룬다.

그래도 묘하게 흐름은 이어진다. 농구 코트에서, 야구장에서, 핸드볼 코트에서, 펜싱 피스트에서 그리고 배드민턴 코트에서 한국은 개최국 일본과 금메달을 건 마지막 승부를 벌였고 대부분 웃었다.

이제 무대는 가스가이CC다. 농구공과 야구공, 핸드볼공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종목의 경계를 넘어 펜싱 검과 배드민턴 셔틀콕까지 이어졌다.

일본에서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금빛 릴레이’. 가위 바위 보도 이겨야 한다는 바로 그 한일전.

이번에는 골프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김성현(오른쪽)이 1라운드 경기 중 캐디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대한골프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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