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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성 해트트릭에도 남은 '경고음'...4-1 勝 이민성호, ‘방심은 금물’
15일 이민성호, 카타르 4-1 완파하며 AG 4연패 첫발
전반 압박·공격 속도 기대 이상...후반 선수 교체 뒤 1실점


이민성호의 '와일드 카드' 엄지성(가운데)이 15일 카타르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D조 1차전에서 전반전에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4연패의 문을 활짝 열어제치며 기뻐하고 있다./나고야=KFA
이민성호의 '와일드 카드' 엄지성(가운데)이 15일 카타르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D조 1차전에서 전반전에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4연패의 문을 활짝 열어제치며 기뻐하고 있다./나고야=KFA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준비 과정에서 제기됐던 우려를 상당 부분 씻어낸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공격은 빨랐고 압박은 적극적이었다. 무엇보다 엄지성의 결정력이 폭발했다. 그러나 4-1이라는 완승의 스코어만 보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평가하기에는 한 가지 숙제가 남았다. 후반 선수 교체가 잇따른 뒤 경기의 밀도가 떨어졌고, 결국 막판 실점으로 이어졌다.

아시안게임 4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민성호가 첫 경기에서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확인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5일 일본 나고야 파로마 미즈호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D조 1차전에서 임지성의 해트트릭과 김명준의 추가골에 힘입어 카타르를 4-1로 꺾었다.

승리의 중심에는 '와일드 커드' 엄지성(24·스완지 시티)이 있었다. 엄지성은 전반 7분 선제골을 시작으로 20분과 전반 막판까지 연속 득점하며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한국은 전반을 3-0으로 마친 뒤 후반 22분 김명준의 쐐기골로 한 골을 추가하며 사실상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결과만큼 반가웠던 것은 전반의 경기 내용이었다. 한국은 대회 준비 과정에서 공격 전개가 단조롭고 공수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좋은 공격 자원을 보유하고도 상대 수비를 효과적으로 흔들지 못했고, 공을 빼앗긴 뒤 수비 전환 과정에서 공간을 허용하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카타르전 전반은 달랐다. 이민성 감독은 김명준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엄지성-배준호-양현준을 2선에 내세운 4-2-3-1 전형을 가동했다. 이기혁과 이승원이 중원을 지켰고 배현서, 김지수, 신민하, 최석현이 포백을 구성했다.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의 우려를 딛고 첫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승리를 거둔 이민성 감독./천안=김성렬 기자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의 우려를 딛고 첫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승리를 거둔 이민성 감독./천안=김성렬 기자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공격의 속도였다. 공을 잡고 불필요하게 좌우로 돌리기보다 상대 수비 뒷공간이 보이면 곧바로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엄지성과 양현준은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배준호는 중앙과 하프스페이스를 오가며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엄지성의 선제골은 이런 변화의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후방에서 길게 한 번에 넘어온 롱 패스를 받아 왼쪽 뒷공간을 파고든 뒤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두 번째 골은 전방 압박의 결과였다. 카타르 수비진이 볼 처리를 주저하는 순간 엄지성이 공을 탈취한 뒤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세 번째 골은 엄지성 개인 능력이 빛났다. 왼쪽에서 공을 잡은 뒤 수비수들을 상대로 직접 슈팅 공간을 만들어 골문을 갈랐다. 뒷공간 침투, 압박을 통한 볼 탈취, 개인 돌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 골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한국 공격이 한 가지 해법에만 의존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23세 초과 와일드카드 선수로 뽑힌 '캡틴' 이기혁이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나고야=KFA
23세 초과 와일드카드 선수로 뽑힌 '캡틴' 이기혁이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나고야=KFA

수비도 전반에는 안정적이었다. 이기혁과 이승원이 중원에서 카타르의 전진을 막았고 김지수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은 상대 롱볼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단 한 차례의 슛도 내주지 않았다. 공격이 끊긴 직후 주변 선수들이 빠르게 압박하면서 카타르가 제대로 역습을 전개할 시간도 허용하지 않았다.

문제는 후반 선수 교체가 이어진 뒤였다. 이민성 감독은 3골 이상의 리드를 확보한 상황에서 체력 안배와 선수 점검을 위해 교체 카드를 적극 활용했다. 후반 27분 이승원 배준호 김명준을 불러들이고 강상윤 이현주 양민혁을 투입했다. 후반 43분에는 엄지성과 박승수를 교체했다. 아시안게임처럼 일정이 짧고 연속 경기가 이어지는 대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이 빠지고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전반에 유지됐던 조직적인 압박과 공수 간격이 조금씩 흐트러졌다. 중원에서 상대 볼 소유자를 압박하는 타이밍이 늦어졌고 수비라인 앞 공간도 전반보다 넓어졌다. 공격에서도 공을 잃은 직후 즉각적인 압박 강도가 떨어지면서 카타르가 공을 운반할 여지가 생겼다.

엄지성이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세 골을 기록하자 손가락으로 숫자 3을 그려보이고 있다./나고야=KFA

15일 카타르전에 나선 이민성호의 스타팅11./KFA
15일 카타르전에 나선 이민성호의 스타팅11./KFA

결국 한국은 후반 40분께 실점을 허용했다. 단순히 ‘4-0으로 앞서 방심했다’고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장면이었다. 선수 교체 이후 바뀐 조합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압박과 수비 조직이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는 향후 토너먼트를 생각하면 의미 있는 숙제다. 아시안게임 우승까지 가기 위해서는 선발 11명만 잘해서는 부족하다. 연속 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회 특성상 주축 선수의 체력 관리가 필요하고, 경기 중 교체 선수들이 투입된 뒤에도 팀의 전술적 구조와 경기 강도가 유지돼야 한다.

특히 8강 이후 단판 승부에서는 교체 카드가 승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주전이 빠진 뒤 압박 강도가 크게 떨어지거나 수비 간격이 벌어진다면 일본이나 우즈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처럼 결정력을 갖춘 상대는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날 후반 실점은 단순한 ‘옥에 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민성 감독에게는 선발 선수들의 경기력만큼이나 교체 이후에도 같은 축구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첫 경기에서 얻은 성과는 분명하다. 대회를 앞두고 가장 큰 의문은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 과연 ‘좋은 팀’으로 작동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카타르전 전반 45분은 그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특히 엄지성의 폭발은 반갑다. 한국이 최근 아시안게임을 제패했던 과정에는 확실한 해결사가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황의조가 9골, 2023 항저우 대회에서는 정우영이 8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엄지성이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세 골을 기록하자 손가락으로 숫자 3을 그려보이고 있다./나고야=KFA
엄지성이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세 골을 기록하자 손가락으로 숫자 3을 그려보이고 있다./나고야=KFA

첫 경기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작성한 엄지성이 그 계보를 이어간다면 한국의 사상 첫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 가능성은 한층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진짜 강팀은 베스트11만 강한 팀이 아니다. 선수를 바꿔도 경기 방식이 유지되고, 경기 시간이 80분을 넘어가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팀이 토너먼트에서 살아남는다.

카타르전은 이민성호에 두 개의 장면을 남겼다. 하나는 엄지성의 해트트릭으로 대표되는 전반의 완벽에 가까운 공격, 다른 하나는 선수 교체 이후 조직력이 흔들리며 나온 후반 막판의 한 골 실점이다.

4-1이라는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하지만 금메달을 바라본다면 4골에 취하기보다 마지막 1실점의 원인을 더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3 항저우에 이어 사상 첫 4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이다. 첫걸음은 힘찼다. 이제 이민성호가 보여줘야 할 것은 누가 들어가도 흔들리지 않는 90분이다.

남자 축구는 총 15개 팀이 참가해 A조부터 D조까지 총 4개 조(A~C조 4개 팀, D조 3개 팀)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진행하며 각 조 1, 2위가 8강 토너먼트에 올라 우승을 가린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2023년 개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축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오는 22일 사우디 아라비아와 D조 2차전을 통해 8강 진출 여부를 결정한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1차전

대한민국 4-1 카타르

득점: 엄지성(전7, 전20, 전45+1) 김명준(후21, 이상 대한민국) 마르완 하산(후40, 카타르)

출전 선수: 김준홍(GK), 배현서(후45+4 최우진), 김지수, 신민하, 최석현, 이기혁, 이승원(후27 강상윤), 엄지성(후43 박승수), 배준호(후27 이현주), 양현준, 김명준(후27 양민혁)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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