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A D3 디비전리그, 생활체육 넘어 도전의 무대로

[더팩트|오승혁 기자] KBA D3 디비전리그가 펼쳐진 코트 위에는 승패만 남지 않았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체육관에서는 2026 KBA D3 디비전리그 6라운드가 진행됐다. 이날 코트에서는 팀을 향한 애정으로 카메라를 든 선수와, 디비전리그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선수가 나란히 자신의 이야기를 남겼다.
고양 제이크루의 이진규는 팀의 승리를 누구보다 반겼다. 제이크루는 이날 네 번째 경기에서 서울 MSA를 65-55로 꺾었다. 이건희가 20점 5리바운드, 이주민이 14점 11리바운드로 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5일 열린 2026 하늘배 농구대회 수도권리그 8강전에서 MSA에 당했던 패배를 설욕한 승리이기도 했다.
이진규는 이날 2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개인 기록이 두드러진 경기는 아니었지만, 팀 승리가 주는 의미는 컸다. 그는 경기 후 "MSA와 지난 대회에서 만나 패배해서 설욕전을 기대했다"며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승리를 거둬 기분이 좋고, 팀원들과 함께 축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진규에게 제이크루는 단순히 함께 뛰는 팀을 넘어 기록하고 싶은 대상이다. 그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제이크루의 일상과 선수들의 훈련 모습, 팀 안팎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고 있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진규는 "처음엔 추억을 쌓는 용도였다"며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영상을 보고 팀을 응원해주셨고, 그 힘으로 본격적으로 유튜브 활동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카메라를 드는 순간은 주로 팀 안에 보여주고 싶은 서사가 있을 때다. 팀에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도 그에게는 좋은 콘텐츠의 주인공이다. 이진규는 "올해 새로 들어온 엘리트 출신 선수들인 강병진, 이건희, 이주민의 개인적인 성격을 조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뤄볼지 고민하고 있다"며 팀 동료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팀을 향한 마음만큼 농구 자체를 향한 애정도 크다. 이진규는 어린 시절 엘리트 선수를 꿈꿨지만, 여러 여건상 그 길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그는 "나중에 생활체육으로서 농구를 그만뒀을 때, 엘리트 농구에 도전하지 않았던 과거가 후회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디비전리그는 단순한 생활체육 무대가 아니다. 그는 "프로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디비전리그는 쇼케이스"라며 "경기 수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분명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인천SA의 박민찬에게도 디비전리그는 각별한 무대였다. 인천SA는 이날 세 번째 경기에서 김포 하늘정형외과와 맞붙었다. 양 팀은 5 라운드까지 나란히 2승 3패를 기록하고 있던 만큼 경기 내내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승부는 마지막 순간에 갈렸다. 경기 종료 1.6초를 남기고 인천SA가 76-75로 앞서 있었지만, 하늘정형외과 박재인이 극적인 앨리웁 슛을 성공시키며 경기는 76-77로 뒤집혔다. 인천SA 입장에서는 눈앞에서 승리를 놓친 경기였다.
박민찬은 4쿼터 막판 파울아웃으로 코트를 떠났지만, 3점슛 5개를 포함해 27득점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그는 경기 후 "우리가 준비한 대로 잘했는데 후반에 파울이나 리바운드에서 밀렸다"며 "마지막에 극적인 버저비터로 아쉽게 퇴근하게 됐지만,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박민찬의 농구 인생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충주고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했고, 초당대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농구선수의 꿈과 멀어지는 듯했지만, 지인의 권유로 인천SA에 합류하며 다시 코트에 섰다.
그는 이제 일반인 드래프트 도전을 바라보고 있다. 박민찬은 "사실 재작년에 일반인 드래프트를 준비하려고 했다"며 "군대를 다녀와야 해서 도전이 늦어졌지만, 올해 일반인 드래프트를 노려볼 생각이다. 성과가 좋으면 내년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준비는 현실적이다. 생업을 완전히 내려놓고 농구에만 매달릴 수는 없지만, 가능한 시간을 활용해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생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드래프트에 집중하기는 어렵다"며 "시간을 내 웨이트나 러닝 같은 기초 체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찬에게는 앞서 일반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무대에 선 사례도 자극이 되고 있다. 정성조(서울 삼성 썬더스)가 안양 아울스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24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은 전례는 디비전리그 선수들에게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박민찬은 자신의 강점을 알릴 무대로 디비전리그를 바라본다. 그는 "사이즈가 작다 보니 투맨 게임에서의 장점을 보여주고 싶다"며 "아쉽지만 선수 출신 코치님들을 만나 배울 기회가 없다. 디비전리그에서라도 최대한 나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규에게 디비전리그는 팀의 시간을 기록하는 무대다. 박민찬에게는 다시 한 번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무대다. 생활체육과 엘리트 농구의 경계에 선 선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코트 위에 서는 이유다.
KBA D3 디비전리그는 이기고 지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팀을 사랑해 카메라를 드는 선수도, 뒤늦은 도전을 위해 다시 몸을 만드는 선수도 있다. 코트 위에서 이들의 농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취재협조=2026 대한민국농구협회 D-COURT 크루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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