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에 2-0(23-21, 21-12) 승리...2연패, 통산 3회 우승 금자탑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간판이자 세계 랭킹 1위 안세영(24·삼성생명)이 또 한 번 세계 배드민턴 역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전날 치른 숙적과의 피 말리는 혈투로 인한 체력적 한계를 정신력과 압도적인 기술로 극복해 내며, 왜 자신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란 듯이 증명했다.
안세영은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라 세나얀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난적’ 야마구치 아카네(3위·일본)를 게임 스코어 2-0(23-21 21-12)으로 완파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은 그 어느 때보다 값진 결실이었다. 안세영은 바로 전날 준결승전에서 세계 배드민턴 역사에 남을 천위페이(중국)와의 1시간 18분에 걸친 처절한 혈투 끝에 대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를 만한 극한의 체력적 부담을 안고 결승 코트에 들어섰다.
설상가상으로 결승 상대는 불과 일주일 전 싱가포르 오픈 결승에서 3게임 막판까지 안세영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던 숙적 야마구치였다. 실제로 1게임 초반은 순탄치 않았다. 체력적 열세 탓에 라켓 셔틀콕의 타이밍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4-8까지 뒤처졌다. 그러나 안세영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상대의 정교한 드롭샷을 끈질긴 풋워크로 걷어내며 흐름을 바꿨고, 순식간에 5연속 득점을 올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치열한 공방 끝에 20-18 게임 포인트에서 20-20 듀스를 허용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21-21의 긴박한 승부처에서 안세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야마구치의 허를 찌르는 매서운 직선 스매시 두 방을 연속으로 꽂아 넣으며 23-21로 첫 게임을 거머쥐었다. 기선을 제압한 2게임은 그야말로 안세영의 독무대였다. 8-8 팽팽한 균형 속에서 단숨에 5연속 득점으로 달아났고, 경기 막판 16-12에서도 다시 한 번 5연속 득점을 폭발시키며 21-12로 경기를 매조지했다.
안세영은 이번 인도네시아 오픈 제패로 명실상부한 ‘독주 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지난주 싱가포르 오픈에 이어 2주 연속 국제대회 정상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2021년, 2025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우승 및 대회 2연패 석권을 이룩했다. 올 시즌에는 말레이시아·인도오픈, 아시아선수권, 싱가포르오픈 포함 시즌 5관왕을 달성했다. 야마구치를 상대로는 최근 9경기 8승 1패로 압도했고, 통산 전적 20승 15패로 격차를 확대했다.
과거 안세영을 괴롭혔던 ‘천적’들의 그림자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천위페이와 야마구치를 연달아 격파하며 보여준 이 압도적인 지표들은, 현재 세계 여자 배드민턴계가 ‘안세영의 시대’ 아래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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