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의 전설 요기 베라의 이 명언이 올해 광명 스피돔을 관통하는 최고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인기 순위대로 들어오는 '앙금 없는 찐빵' 같은 경기가 줄어들고,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승부가 요동치는 '드라마'가 속출하면서 경륜 팬들의 심박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 '절대 강자'는 옛말… 숫자로 증명된 '이변의 경륜'
올해 경륜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반전 드라마'다.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총괄본부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광명에서 열린 19회차, 총 928개 경주를 분석한 결과, 상위 인기 선수의 독주 체제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기 순위 1, 2위 선수가 나란히 들어오는 이른바 '정배당' 경주의 감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의 38.58%(358건)에 달했던 이 비율은 올해 32.11%(298건)로 6%p 이상 하락했다. 반면, 인기 2위 선수가 1위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쌍승 뒤집기’ 경주는 지난해 77건(8.3%)에서 올해 88건(9.48%)으로 증가했다.
특히 '회차의 꽃'이라 불리는 일요일 경주에서 이러한 반전은 더욱 도드라졌다. 올해 일요일에 발생한 '쌍승 뒤집기'는 35건으로, 지난해(21건) 대비 무려 66% 이상 폭증했다. 결승전이 열리는 마지막 날일수록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투지가 폭발하며 순위표가 요동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굳어진 구도를 깨는 '투지'의 힘
올해 경륜은 '본질로의 회귀'다. 과거 경륜은 득점이 높은 강자가 앞서고 나머지가 뒤를 따르는 이른바 '기차놀이'나 '점수 경륜'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스피돔에는 '방심대적(放心大敵)', 즉 '방심이야말로 가장 큰 적'이라는 경구가 선수들의 가슴속에 깊이 박힌 듯하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이변은 '선행형 선수'들의 과감한 승부수에서 기인한다. 최근 선행 선수들은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승부수를 던진다. 토머스 페인은 그의 저서에서 "싸움이 격렬할수록 승리는 더욱 영광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일찍 매를 맞은 선행 선수의 체력 소모는 극심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노련한 마크·추입형 선수들에게 '역전의 틈'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관습을 중시하는 필자의 시선으로 볼 때, 이러한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스포츠는 예측 가능한 순간 생명력을 잃는다. 신은섭(18기, S1), 최근영(19기, A2) 같은 베테랑들이 2위에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페달을 밟아 1위를 탈환하는 모습은 경륜이 단순한 도박이 아닌 고도의 심리전이자 체력전임을 입증한다.
반면 신인 최건묵(30기, B1)이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류재열(19기, SS) 등이 여러 차례 역전을 허용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하듯,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뿌리칠 수 있는 '위기 관리 능력'과 '막판 뒷심' 없이는 더 이상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 "점수보다 투지"… 경륜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예상지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김태호, 유다훈처럼 저평가받던 선행 선수들의 역전승은 기량을 넘어선 정신력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제 팬들은 단순히 선수 이름 옆에 붙은 점수나 인지도만으로 승패를 점칠 수 없게 됐다.
올 시즌 경륜은 기록적인 수치를 넘어 경기 자체의 밀도가 높아졌다.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0.01초 차이로 순위가 뒤바뀌는 찰나의 미학은 경륜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짜릿함이다. 초반 대열이 형성됐다고 해서 TV를 끄거나 고개를 돌리지 마라. 올해 광명 스피돔의 진정한 승부는 결승선 50m 전부터 시작된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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