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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와 클로이, 그리고 최가온...'멋진 그들'과 '못난 지적질'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유타 레이르담의 논란과 반전 
올곧은 클로이 김과 '현수막 철거' 최가온
엉뚱한 보도와 논란은 못난 지적질


바로 이 장면! 최가온(오른쪽)이 지난 12일(현지 시간)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음 짓고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자신의 멘토인 클로이 김(왼쪽)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최가온은 클로이 김의 최연소 금메달 기록도 경신했다. 이 시상식에서 최가온은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눈물을 흘렸고, 클로이 김은 아낌없이 축하를 보냈다./ 뉴시스
바로 이 장면! 최가온(오른쪽)이 지난 12일(현지 시간)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음 짓고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자신의 멘토인 클로이 김(왼쪽)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최가온은 클로이 김의 최연소 금메달 기록도 경신했다. 이 시상식에서 최가온은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눈물을 흘렸고, 클로이 김은 아낌없이 축하를 보냈다./ 뉴시스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한국에서는 영 붐업이 되지 않는다는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19일 마침내 한국의 쇼트트랙 첫 금메달이 나오는 등 끝까지 볼거리가 많습니다. 그런데 유독 두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던 3번째 도전에서 멘토 클로이 김(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설상종목 첫 금메달을 딴 17세 최가온(한국)의 새침한 눈물은 감동적이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미모의 샐럽 유타 레이르담(네덜란드)이 금메달을 딴 직후 상의 지퍼를 열며 웃음 짓는 장면은 당당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두 장면 모두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그런데 유타와 가온, 그리고 그 사이의 클로이를 둘러싼 일부 보도와 논란은 몹시 불편합니다.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레이르담은 개막부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동료들이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동안 자신은 유명한 약혼자 제이크 폴(미국)이 내준 전용기를 탔죠. 컨디션 관리를 이유로 개회식에 불참했고, 침대에 누워 TV로 시청했습니다. 이 과정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당당하게 알렸습니다. 반면 미모와 실력, 여기에 톱연예인급 인지도를 갖춘 그를 인터뷰하려는 언론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죠. 그러자 비판이 쏟아지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선수로서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유명 가수나 배우가 전용기를 타고,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까요? 혹시 올림픽 참가선수들에게 우리가 모르는 의무규정이 있는지요?

지난 15일(현지 시간)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경기를 마친 후 트랙을 돌고 있는 유타 레이르담. 앞서 1000m에서 올림픽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레이르담은 500m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 뉴시스
지난 15일(현지 시간)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경기를 마친 후 트랙을 돌고 있는 유타 레이르담. 앞서 1000m에서 올림픽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레이르담은 500m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 뉴시스

# 비판과 논란은 레이르담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이번 대회 네덜란드의 첫 금메달을 따고, 이어 500m에서도 은메달을 따자 환호과 선정적인 관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금메달 레이스를 마친 후 그가 유니폼 상의의 지퍼를 내려 유명 브랜드의 스포츠브라를 노출한 것은 ‘지퍼 세리머니’라 불렸고, 그 홍보효과가 100만 달러(한화 14억 원)에 달한다는 기사가 내외신에서 넘쳐났습니다. 사실 ‘지퍼 세리머니’는 에너지소모가 큰 스케이팅 종목의 많은 선수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행위인데 말입니다. 만일 레이르담이 부진했다면 어땠을까요? 또 한국선수였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요?

#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여왕’ 클로이 김의 행동은 스포츠 윤리교과서가 있다면 맨 앞에 실려야합니다. 최가온에 뒤져 은메달에 그치며 올림픽 3연패에 실패했지만, ‘스포츠에서의 경쟁은 이래야 한다’는 감동을 전했습니다. 자신의 미국집에 초대할 정도로 최가온의 멘토 노릇을 해온 그는 이번 대회에서 최가온이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자, 현장에서 격려했습니다. "너는 정말 대단한 선수야. 방금 실수는 잊고 그냥 털어버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이어 최가온이 3차 시기에서 멋진 연기로 자신을 제치고 우승하자 진심어린 축하를 건넸습니다. 스포츠에서 우정과 선의의 경쟁은 바로 이런 것이죠.

최가온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대한 다수의 기사들(왼쬭)과 '입주민 일동'의 명의로 걸린 해당 아파트의 축하 현수막. 이 현수막은 고가 아파트 논란이 일자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 네이버 온라인커뮤니티
최가온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대한 다수의 기사들(왼쬭)과 '입주민 일동'의 명의로 걸린 해당 아파트의 축하 현수막. 이 현수막은 고가 아파트 논란이 일자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 네이버 온라인커뮤니티

# 클로이 김은 미국에서 유명인사입니다. 연간 수백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NFL 슈퍼스타인 마일스 개럿(클리블랜드 브라운스)과 열애 중입니다. 한국어에 능숙하고, 떡볶이와 불고기를 좋아하며 열성적인 K팝 팬이기도 하죠.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남자친구와 함께 인종차별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입니다.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 때 경기 중 트위터를 하고 있었는데 한 기자로부터 "왜 트윗을 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럼 딴 거 할 게 뭐 있나요(Like, What else are we supposed to do)?"라고 답했습니다. ‘선수는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이 가득한 질문에 재치있는 반문으로 우문현답을 만든 것입니다.

# 최가온에 대해서는 흐뭇한 보도가 많았습니다. 주관방송사가 주채널에서 최가온의 3차시기를 생중계하지 않을 정도로 1, 2차 시기에서 고전했는데, 영화 같은 역전 우승을 일궈낸 것이니까요. 그런데 역시나 불편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꼬마시절 가족이 출연한 방송, 그리고 그의 선전에 기댄 재벌 회장의 후원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그가 서울의 비싼 집에 산다며 ‘금메달보다 집이 더 부럽다’, '최가온 金에 반포 아파트 들썩', ‘최가온, 알고 보니 금수저였나?’ 등의 기사가 쏟아진 것입니다. 심지어 항의가 빗발치자 해당 아파트에 걸린 현수막이 철거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네의 끔찍한 속물근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원래 동계올림픽은 ‘부자들의 잔치’라는 비난을 받습니다. 가난한 국가, 가난한 가정 출신은 접하기 어려운 종목들이 많습니다. 비판하려면 그 본질을 비판해야지 역경 극복의 감동을 전한 17세 소녀를 왜 부모의 강남아파트로 재단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우리는 이미 앨빈 토플러가 말한 압솔리지(Obsoledge 무용지식)의 시대를 산 지 오래됐습니다. 압솔리지를 넘어 가짜뉴스에 AI가 작성한 콘텐츠까지, 보고 싶지 않고 보지 않아도 될 정보가 넘쳐납니다. 자극적이고, 과장되고, 엉뚱하고, 편향된 것들이 많습니다. 클로이 김의 말처럼 선수는 자기 인생에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전용기를 타든, 개회식에 불참하든, 애인과 동행하든, 트윗을 하든 그들의 선택입니다. 최가온이 사는 집은 그가 전한 감동과 무관합니다. 올림픽은 건강한 신체의 향연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건강한 정신이 곁들어져야 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유명한 말도 원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겁니다. 유타, 클로이, 가온은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이를 엉뚱하게 ‘지적질’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건강한 정신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클로이 김(왼쪽)과 마일스 개럿의 사진. 개럿은 이번 동계 올림픽 현장을 찾아 여자친구를 응원했다. 클로이 김은 코로나 팬데믹 때 미국 내 아시안계 혐오와 증오 범죄에 호신용 무기까지 지니고 다녔다고 고백한 바 있다. /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클로이 김(왼쪽)과 마일스 개럿의 사진. 개럿은 이번 동계 올림픽 현장을 찾아 여자친구를 응원했다. 클로이 김은 코로나 팬데믹 때 미국 내 아시안계 혐오와 증오 범죄에 호신용 무기까지 지니고 다녔다고 고백한 바 있다. /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클로이 김(왼쪽)과 마일스 개럿의 사진. 개럿은 이번 동계 올림픽 현장을 찾아 여자친구를 응원했다. 클로이 김은 코로나 팬데믹 때 미국 내 아시안계 혐오와 증오 범죄에 호신용 무기까지 지니고 다녔다고 고백한 바 있다. /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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