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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안긴 ‘불굴의 金’ 최가온, '17세 신화'의 대관식 [박순규의 창]
13일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
역경 딛고 1위...클로이 김 이은 새 시대 '대관식'


한국 설상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최가온./리비뇨=AP.뉴시스
한국 설상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최가온./리비뇨=AP.뉴시스

'17세 천재 소녀' 최가온이 13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극적인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감격스러워하고 있다./리비뇨=AP.뉴시스
'17세 천재 소녀' 최가온이 13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극적인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감격스러워하고 있다./리비뇨=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감동은 ‘완벽한 승리’가 아니라, ‘처절한 시련 끝의 반전’에서 온다. 13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이 열린 리비뇨 스노파크, 그곳에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쓰여졌다. 주인공은 두 번이나 차가운 눈밭에 넘어진 17세 소녀, 최가온이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좌절하지 않고 최상단으로 치솟아오른 감동의 드라마는 모두의 눈물을 자아냈다.

이날의 날씨는 마치 최가온을 시험하려는 듯 가혹했다. 굵은 눈발이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 치러진 결선 1차 시기, 최가온은 파이프 벽면에 거칠게 충돌했다. 의료진이 투입될 정도로 큰 충격이었고, 전광판에는 한때 기권을 의미하는 'DNS'가 떠오르기도 했다. 2차 시기마저 연달아 넘어졌을 때, 현장의 누구도 그녀의 우승을 점치지 않았다. 이미 미국의 ‘스노보드 여제’ 클로이 김이 1차 시기에서 88.00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를 기록하며 여유롭게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가온은 포기하지 않았다. ‘불굴(不屈)’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투혼이었다. 마지막 3차 시기, 벼랑 끝에 몰린 최가온은 전략을 수정했다. 악천후와 부상을 입은 몸 상태를 고려해 무리한 초고난도 기술 대신, 완성도와 안정감에 승부를 걸었다. 스위치 백사이드 900으로 시작해 프론트사이드 900, 백사이드 900 등을 물 흐르듯 연결하며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결과는 90.25점. 여제 클로이 김을 2.25점 차로 따돌리는 기적 같은 역전극이었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미국의 클로이 김(왼쪽)으로부터 축하 박수를 받고 있는 새 올림픽 챔피언 최가온./리비뇨=AP.뉴시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미국의 클로이 김(왼쪽)으로부터 축하 박수를 받고 있는 새 올림픽 챔피언 최가온./리비뇨=AP.뉴시스

이번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는 단순히 금메달을 땄기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전설적인 존재이자 자신의 우상인 클로이 김을 넘어서며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렸기 때문이다.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은 2018 평창, 2022 베이징 대회에 이어 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하프파이프의 절대강자였다. 1차 시기 88점으로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지만, 쫓기는 입장이 되자 2, 3차 시기에서 잇따라 넘어지며 흔들렸다.

반면 최가온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최가온은 이번 금메달로 17세 3개월의 나이에 정상에 오르며, 2018년 평창에서 클로이 김이 세웠던 최연소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을 7개월이나 앞당겼다. 이는 단순한 기록 경신을 넘어, ‘천재 소녀’의 타이틀이 클로이 김에게서 최가온에게로, 스노보드의 여왕 자리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왔음을 상징하는 ‘대관식’과도 같았다.

한국 스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그동안 이상호, 김상겸, 유승은 등이 은메달과 동메달로 쌓아 올린 한국 설상 종목의 도전사가 마침내 최가온의 손에서 황금빛 결실을 맺었다.

두 번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 날아오른 최가온의 비상은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진정한 챔피언은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2026년 2월 13일, 리비뇨의 눈보라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전설의 탄생을 목격했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미국의 클로이 김(왼쪽)으로부터 축하 박수를 받고 있는 새 올림픽 챔피언 최가온./리비뇨=AP.뉴시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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