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만 갤러리, '가장 LIV같은 PGA대회'
LIV골프 콘셉트의 출발점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역설적으로 '가장 LIV골프 같은' PGA대회...WM피닉스오픈
역설적으로 가장 ‘LIV골프 같은(?)’ PGA투어 대회가 이번 주 열린다. 5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 스타디움 코스에서 벌어지는 WM 피닉스오픈(총상금 960만 달러)이다.
이 대회는 PGA투어 중에서도 압도적인 갤러리 규모로 유명하다. 2018년 집계된 공식 기록에 따르면 대회 기간 동안 총 71만9,179명이 입장해 역대 최다를 기록한 바 있고, 3라운드 하루에만 21만6,818명이 몰려 일일 최다 관중 기록도 세웠다. 마스터스 같은 메이저 대회의 주간 갤러리 수가 20만 명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피닉스오픈은 그보다 3~4배 많은 인파가 몰리는 셈이다.
주최 측인 ‘더 선더버즈(The Thunderbirds)’는 안전과 혼잡 관리를 이유로 2018년 이후 공식 집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현지 언론이나 관계자들은 매년 70~80만 명이 찾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6번홀(파3)은 '골프 해방구'
그러나 이 대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엄청난 갤러리 숫자보다는 일반의 PGA투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때문이다. 소위 ‘골프 해방구’라 불리는 파3 16번 홀이 그 중심이다. 2만 명을 수용하는 3층 규모의 스탠드가 콜로세움 형태로 둘러싸인 이곳에서는 정숙을 강조하는 일반 대회와 달리 음주와 함성이 허용된다.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터지고, 홀인원이 나오면 맥주컵이 비처럼 쏟아진다. ‘잔디 위에서 펼쳐지는 지상 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 on Turf)’라는 별명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신사의 스포츠’라는 골프의 오래된 시선으로 보면 명백한 일탈이다. 그럼에도 PGA투어는 이를 금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투어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키워왔다. 그리고 이 선택은 훗날 뜻밖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LIV가 노린 건 '경기 방식'이 아니라 '관람 방식'
2022년 사우디 아라비아 자본을 재정적 배경으로 출범한 LIV골프가 던진 핵심 질문은 단순했다. "골프는 왜 이렇게 조용해야 하지?"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틀고, 음주를 허용하고, 팀 대항전을 도입하고, 팬을 관중이 아닌 ‘참여자’로 만들겠다는 발상이 나왔다. 그런데 이 철학은 이미 피닉스오픈 16번 홀에서 부분적으로 검증된 모델이었다. LIV는 그것을 대회 전체로 확장했을 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시 말해 이 홀은 ‘관객 중심 골프’의 원형 가운데 하나였던 셈이다.
이처럼 PGA투어와 LIV골프의 경계를 넘나드는 광란의 무대 한가운데,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심장한 조합이 한 무대에 등장한다. 바로 부동의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30)와 돌아온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36)다.

#최강 셰플러-메이저 사냥꾼 켑카 첫 대결
셰플러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당대 최고의 골퍼다. 흔들림 없는 경기력, 압도적인 연속성,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리듬. 16번 홀의 소란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샷으로 말하는 선수’다. 피닉스오픈이 열리는 TPC 스코츠데일은 그에게도 각별하다. 2022년 자신의 PGA투어 첫 승을 거둔 무대이자, 이제는 통산 21승을 향해 다시 서는 장소다. 올 시즌 개막전이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으로 20승 고지에 오름으로써 평생 출전권과 투어 역사상 세 번째 1억 달러 상금 돌파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이미 정점에 올라 있는 선수지만, 올해의 출발은 오히려 더 매섭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이 대회서 기록한 공동 25위는 그의 시즌 최악의 성적이었다. 이후 셰플러는 단 한 번도 톱20 밖으로 밀려나지 않으며 메이저 2승을 포함해 6승을 쓸어 담았다. 그런 점에서 피닉스는 그가 자신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킬 수 있는 절묘한 무대다.

그러나 이 대회의 서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인물은 켑카다. LIV골프를 경험한 뒤 PGA투어가 '그를 위해(?)' 마련한 ‘리턴 멤버 프로그램’을 통해 돌아온 그는 지난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컷을 통과하며 복귀의 첫 단추(공동 56위)를 끼웠다. 이제는 그야말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TPC 스코츠데일은 켑카에게도 더 없이 친숙한 무대다. 2015년 이곳에서 나중에 셰플러가 그랬던 것 처럼 생애 첫 투어 우승을 차지했고, 2021년 다시 정상에 올랐다. 그는 LIV골프 창설 초기, 투어를 떠난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였으며 ‘조용한 골프’와 ‘시끄러운 골프’ 양쪽을 모두 경험한 흔치 않은 선수다. 그리고 다시 PGA투어로 돌아 와 가장 소란스러운 대회에서 셰플러와 우열을 가린다. 아직 완벽한 경기력이라 보긴 어렵지만, 압박 속에서 더 강해지는 메이저 챔피언의 본능이 살아난다면 수십만 갤러리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정교함과 연속성의 셰플러, 폭발력과 승부사 기질로 무장한 켑카. 승부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든, 이들이 같은 무대에 서는 자체가 최대 관심사다.
#김시우...11위-6위-2위, 그 다음은?
한편 올 시즌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김시우가 피닉스오픈에서 앞선 두 대회의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다가 셰플러에거 우승을 내주고 공동 6위, 파머스 인슈어런스에서는 '미친 경기력'의 저스틴 로즈를 넘지 못하고 공동 2위에 올랐던 김시우는 요즘의 흐름만 놓고 보면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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