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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LIV골프, 돈은 여전히 넘치는데 왜 주춤한가 [박호윤의 IN&OUT]
상금 증액, 72홀 경기 방식 변화 불구
간판 켑카 탈퇴 등으로 분위기 가라 앉아
자칫 추가 이탈 가능성도...변화 불가피


로리 맥길로이가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역대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무릎을 꿇고 감격해 하고 있는 모습. 맥길로이는 LIV골프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선수다./AP.뉴시스
로리 맥길로이가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역대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무릎을 꿇고 감격해 하고 있는 모습. 맥길로이는 LIV골프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선수다./AP.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LIV골프가 2026시즌 개막을 약 4주 앞둔 9일(한국시간)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리칸토의 블랙다이아몬드 랜치에서 ‘LIV 골프 프로모션’을 개최한다. 나흘간 열리는 이 대회에는 24개국에서 83명이 출전해 단 3장의 LIV골프 출전권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상위 3명은 올 시즌 LIV골프 출전권을 확보하고, 동점자를 포함한 톱10 선수들은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출전 자격을 얻게 된다. 지난해 KPGA투어에서 한차례씩 우승을 경험한 김홍택, 박성국, 전가람 등 국내 선수 8명도 도전장을 던졌다.

2022년 중반 출범한 LIV골프는 골프 역사상 전례 없는 파격으로 전 세계 골프계를 뒤흔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를 재정적 배경으로, 창설과 동시에 천문학적인 계약금을 제시하며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필 미켈슨 등 톱클래스 선수들을 영입했다. 대회당 총상금 2,500만 달러, 54명의 선수가 컷 탈락 없이 54홀을 샷건 방식으로 치르는 파격적인 포맷, 경기 중 시종 음악을 틀고 자유로운 응원에다 음주까지 허용하는 분위기는 기존 골프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2024년 LIV골프 영국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존 람(가운데)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는 모습. LIV골프는 PGA투어와는 달리 개인전과 단체전이 동시에 열린다./AP/뉴시스
2024년 LIV골프 영국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존 람(가운데)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는 모습. LIV골프는 PGA투어와는 달리 개인전과 단체전이 동시에 열린다./AP/뉴시스

2024년 시즌을 앞두고는 당시 세계랭킹 1위 존 람(스페인)을 6천만 달러라는 역대급 계약금으로 영입하며 LIV골프의 기세는 절정에 달하는 듯 보였다. 지난해 5월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LIV골프 코리아’ 역시 국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LIV골프는 올 시즌을 앞두고 경기 방식을 기존 54홀에서 72홀로 확대하고, 대회당 총상금을 3,000만 달러(약 435억 원)로 증액하는 변화를 택했다. 또한 프로모션 대회를 통해 선수 선발 구조에도 변화를 줬다. 표면적으로는 더 커지고, 더 강해진 듯 보인다.

#상금은 늘었는데 위협은 줄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IV골프는 이전만큼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로는 ‘명예와 기록의 부재’가 꼽힌다. 선수들에게 상금만큼이나 중요한 세계랭킹(OWGR) 포인트를 LIV골프는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LIV 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세계랭킹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고, 마스터스나 US오픈 같은 메이저 대회 출전권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최근 간판 선수였던 브룩스 켑카가 LIV 탈퇴를 고민하다 실행에 옮긴 배경 역시 ‘역사에 남는 기록을 쌓을 수 없다’는 상실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돈의 가치 하락도 무시할 수 없다. LIV 출범 초기에는 상금 규모 자체가 충격이었지만, PGA투어 역시 시그니처 이벤트를 통해 총상금 2,000만 달러 규모의 대회를 다수 신설했고, 메이저 대회들은 이보다 더 높은 상금을 내걸고 있다. 이제 상금은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

경기 자체의 긴장감 부족도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컷 탈락이 없는 구조, 꼴찌를 해도 거액의 상금을 받는 시스템은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약화시키고, 팬들에게는 매 대회 비슷한 선수 구성과 흐름으로 지루함을 안긴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다양한 흥행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시청률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PGA투어와의 통합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출범 당시에는 단기간 내 통합이 이뤄질 것처럼 보였지만, 법적 문제와 선수들의 반발로 논의는 안갯속에 빠졌다. "잠시 다녀오면 된다"는 계산으로 LIV를 선택했던 선수들에게 고립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켑카의 이탈은 그 상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브룩스 켑카가 LIV를 탈퇴해 행후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켑타는 LIV골프의 간판 선수로 활동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켑카가 지난 2019년 PGA챔피언십을 2연패한 뒤 우승컵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AP.뉴시스
최근 브룩스 켑카가 LIV를 탈퇴해 행후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켑타는 LIV골프의 간판 선수로 활동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켑카가 지난 2019년 PGA챔피언십을 2연패한 뒤 우승컵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AP.뉴시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선수들의 인식이다. 선수들은 더 이상 ‘돈만 많은 무대’를 선택하지 않는다. 누구와 경쟁했는지, 그 결과가 어떤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우승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지는 순간, 그 우승의 무게는 자연스럽게 가벼워진다.

최근 LIV골프에서 새로운 슈퍼스타 영입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히려 추가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톱 선수들에게 LIV는 이제 ‘새로운 도전의 무대’라기보다는 커리어 후반부의 선택지로 인식되기 시작한 듯하다.

#LIV골프의 다음 카드는 무엇인가

물론 LIV골프의 공헌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PGA투어라는 ‘고인물’ 구조를 흔들었고, 선수 처우와 상금 체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갤러리 친화적인 관전 문화, 빠른 경기 템포 등은 골프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이었다.

다만 자본만으로 만들어낸 변화에는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판을 흔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판의 기준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골프는 오랜 시간 경쟁과 비교를 통해 질서와 역사를 쌓아온 스포츠다. 이를 단기간에 자본만으로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LIV골프는 이제 또 다른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팀 스포츠화를 통한 구조 개편, 팀별 독자 스폰서 유치, 지역 연고제 도입 등 ‘이름값으로 버티는 시대’를 넘어 ‘시스템으로 수익을 만드는 시대’를 준비 중이다. 이 전환이 성공해야만 LIV골프의 미래도 열릴 수 있다.

과연 LIV골프는 또 한 번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제 시험대에 오른 것은 돈이 아니라 구조와 지속 가능성이다.

한편 지난해 5월 초 국내에서 개최됐던 'LIVGOLF KOREA'대회는 아직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으나 올해 5월 하순으로 일정을 변경해 열리며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브룩스 켑카가 LIV를 탈퇴해 행후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켑타는 LIV골프의 간판 선수로 활동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켑카가 지난 2019년 PGA챔피언십을 2연패한 뒤 우승컵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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