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5년 투어를 지배했던 두 남자의 '신(新)라이벌전'
침체된 남자골프의 새로운 흥행카드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2025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26년의 새 시즌을 전망하기 위해선 202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국내 남자 프로골프계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2년은 장유빈(23)과 옥태훈(27)이 각자의 시즌을 사실상 독점한 반면, 그 이전 3년은 특정 선수의 절대 강세가 존재하지 않았던 ‘전국시대’에 가까웠다.
2021년 김주형은 당시 19세의 나이로 SK텔레콤오픈 우승과 톱10 9회 등으로 대상포인트·상금 각 1위에 오르는 화려한 성적표를 남겼다. 평균타수 69.17타는 역대 최저 기록이었다. 그러나 총 17개 대회 중 단 1승에 그친 점은 시즌을 ‘압도했다’고 평가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이듬해 김영수는 시즌 막판 제네시스챔피언십과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연속 제패하며 대상의 주인공이 됐지만, 시즌 전반을 관통하는 지배력까지는 보여주지 못했다. 2023년의 함정우 역시 톱10 11회라는 꾸준함에도 불구하고 우승은 1승에 그쳤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8년 이형준, 2019년 문경준 역시 시즌 MVP격인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했지만 우승 없이 이룬 대상이라는 점에서 어딘가 허전함을 남겼다.

#그러나 2024년 장유빈, 2025년 옥태훈은 분명히 달랐다
국가대표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임성재, 김시우, 조우영과 함께 금메달을 따내 병역 문제를 털어낸 뒤 2024년 KPGA투어에 데뷔한 장유빈은 루키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시즌 내내 투어를 지배했다. 이미 2023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군산CC오픈을 제패하며 ‘스타 탄생’을 스스로 예고했던 장유빈은 데뷔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공동 4위로 출발한 뒤 전반기 마지막 대회인 군산CC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신고했다.
이후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 장유빈은 총 21개 대회에서 2승 외에도 준우승 5회 등 톱5만 9회(톱10 11회)를 기록할 정도로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그 결과 상금은 투어 사상 처음으로 10억 원을 돌파한 11억 2,900여만 원, 대상포인트는 상 제정 이래 처음으로 8,000점을 넘어섰다. 평균타수 1위(69.41타}는 물론이고 평균 비거리 311야드 이상으로 장타 부문 1위까지 차지하며 6관왕에 올랐다. 2024년은 말 그대로 ‘장유빈의 해’였다.

이렇듯 KPGA투어를 지배한 장유빈이 시즌 종료 직후 LIV골프로 향하자, 무대는 곧바로 ‘옥태훈 천하’로 바뀌었다. 2018년 2부 투어를 통해 데뷔한 옥태훈은 초기 몇 년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지난해 톱10 9회로 상금 랭킹 10위에 오르며 성장세를 예고했고 올 시즌 마침내 그 잠재력이 폭발했다.
시즌 초 4개 대회에서 3차례 톱5에 오르며 기세를 올린 옥태훈은 6월 KPGA선수권대회에서 투어 첫 승을 신고한 뒤 군산CC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여기에 10월 경북오픈 우승까지 더하며 시즌 3승 및 상금 10억 원 돌파와 함께 대상포인트, 평균타수 1위 등 5관왕에 올랐다. 수치상으로는 전년도 장유빈에 근소하게 미치지 못했지만, 시즌 지배력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실패를 통해 단단해진 두 선수의 재회
1년의 시차를 두고 국내 팬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 주며 침체된 국내 남자골프계에 활력을 제공했던 장유빈과 옥태훈. 이들이 2026시즌 다시 KPGA투어에서 진검 승부를 펼치게 돼 팬들의 큰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먼저 LIV골프에 진출해 활동했던 장유빈은 13개 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 속에 최종 53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시드 확보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LIV에서의 1년은 골프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KPGA투어와 아시안투어를 통해 경쟁력을 쌓은 뒤 다시 큰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옥태훈 역시 제네시스포인트 1위 자격으로 PGA투어 Q스쿨 최종전에 직행했으나 공동 92위에 그쳤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외국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두려움을 없앴다"며 스스로 성장을 강조했다.
두 선수 모두 자신들의 목표를 완전히 이루지는 못했지만, 도전하지 않았다면 결코 얻을 수 없었던 ‘실패의 경험’을 몸과 마음에 담았다. 이미 국내 최고 기량을 입증한 이들이 앞으로 선진 무대에서 얻은 ‘오답 노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플레이는 한층 더 성숙해질 가능성이 크다.

#스타일은 다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두 선수의 골프는 성향부터 극명하게 갈린다. 장유빈이 평균 310야드를 넘는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골프를 구사한다면, 옥태훈은 정교함과 흐름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한 번 물이 오르면 몰아치는 능력은 옥태훈의 최대 강점이다. 올 시즌 KPGA선수권에서 1라운드 8언더, 최종 라운드 9언더를 몰아친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군산CC오픈과 경북오픈에서는 4라운드 내내 60대 타수만 기록하며 정상에 선 바 있다.
#2026년, KPGA투어의 새로운 지존은 누구인가
내년 시즌 KPGA투어를 지배할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LIV골프에서 1년간 담금질을 하고 돌아온 장유빈일까, 아니면 ‘지옥의 문’으로 불리는 PGA투어 Q스쿨 최종전을 경험한 옥태훈일까.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선수가 다시 국내 무대에서 펼칠 '신(新) 라이벌전'은 침체된 국내 남자골프에 또 한 번의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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