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홍보’ 위해 예능 출연
역도 김태현의 16연패 경신이 목표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김동회라는 이름은 복싱계나, 관심이 많은 팬들은 알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아이 엠 복서'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그렇다면 성공이겠네요. 지난 11월 21일 시작된 tvN의 복싱 서바이벌 예능 '아이 엠 복서'가 화제입니다. 액션배우이자, 복싱체육관(빅펀치복싱클럽)을 운영하는 마동석이 직접 설계하고, 진행을 맡았죠.
아마추어 및 프로복싱의 전 현직 선수들이 출전하고 다른 격투기 종목 강자들이 더해 줄리엔 강, 장혁 등 연예인까지, 주먹 좀 쓴다는 출연자 90명이 나와 상금 3억 원을 놓고 서바이벌 경쟁을 펼칩니다. 시작부터 케이블 및 종편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높습니다. 이 무대에 현역, 그것도 헤비급, 전국체전 15년 연속 우승을 기록하고 있는 김동회(37·보령시청)가 등장했습니다. 유튜브 쇼츠 제목처럼 ‘저 분이 여기 왜 나와’라는 반응과 함께 새삼 그의 복싱인생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말이 15연패(연속 우승)이지, 특정종목 그것도 부상이 많은 복싱에서 강산이 한 번 반 변하는 긴 시간 동안 정상을 지키는 것은 경이적입니다. 전국체전의 종목 불문 최다 연속우승은 ‘헤라클레스’로 불린 역도 김태현(56·은퇴)의 16연패(1988~2003년)입니다. 김동회는 기록경신을 코앞에 두고 있죠.
김동회가 부모님보다 더 말을 잘 듣는다는 스승 임영수 관장(78·부여 금성복싱체육관)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을 까먹어 너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만 없었다면 올해 17연패를 달성했을 테니까요. 참고로 대한복싱협회 규정 상 현역선수는 만 40세까지만 가능합니다. 생일이 상반기인 김동회에게는 2026, 2027년 두 번의 체전이 남아 있습니다.
# 김동회는 국내 최고 권위의 전국체전에서 15년 연속 정상을 지켰을 뿐 아니라 출전한 대회는 모두 우승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진 경기를 물으니 "10년이 넘은 거 같은데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요. 경기실적증명 보고 말씀드릴게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셀프 확인 결과, 2015년 대한복싱협회장배 대회의 준결승에서 상무 선수에게 2라운드 닥터스톱 판정패를 당했다고 합니다.
헤비급답지 않은 유연함과 스피드, 그리고 압도적인 복싱 스킬을 갖춘 김동회는 1라운드 탐색전에서 펀치를 교환한 후 2라운드 이후는 아예 유효타를 맞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3분 3라운드). 당시 2라운드에서 상대선수 얼굴에 출혈이 생겨 경기가 중단됐고, 그때까지의 점수에서 근소하게 뒤져 판정패를 당한 겁니다. 물론 김동회는 바로 다음 대회에서 그 선수를 꺾었고, 지금까지 무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김동회에게는 한 가지 의문부호가 늘 따라붙습니다. ‘명실상부 레전드급의 국내 최강인데, 왜 국가대표는 하지 않느냐?’는 것이죠. 정확히 표현하면 김동회는 국가대표를 하다가 중단한 것입니다. 2009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밀라노 세계선수권에 출전했죠(16강). 2009년과 2010년에는 태국 킹스컵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습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3차례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태극마크를 반납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표선발전에는 나서지 않고 있죠. "태극마크 자체가 영광이기에 국제경쟁력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현역선수이기에 말을 아낍니다. 확실한 것은 가족 영향이 크고, 제가 태극마크보다는 전국체전 한 우물을 선택했다는 것이죠."
# 알고 보니 김동회는 중학교 친구인 아내와 2009년 결혼했고,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을 자녀로 두고 있습니다. 일찍 결혼했고, 자녀도 빨리 얻어 ‘아빠 복서’로 오랫동안 살아온 겁니다. 아이를 얻은 것과 국가대표를 포기하고 전국체전에 올인한 것이 시기적으로 일치합니다. 장시간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하는 것보다, 직업복서로 출퇴근하며 운동하고, 가정을 돌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제게는 운동 말고는 가족뿐입니다. 아, 운동에는 관장님이 포함돼 있습니다. 관장님이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하면 그대로 믿을 정도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전국체전 올인’이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연봉이 올라 30대 초반에 연봉 1억원을 돌파했고(현재는 1억1,700만원), 별도로 전국체전 금메달 보너스가 매년 2,500만원에 달합니다.

# 김동회의 별명은 ‘복싱도사’입니다. 귀신, 괴물 등의 수식어도 있지만 ‘도사’가 제격입니다. 15년이나 한국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도사’일 겁니다. '아이 엠 복서'에서도 김동회는 "링의 주인은 복서"라는 말을 입증하듯 수준 높은 복싱기량을 선보였습니다. 첫 경기에서 삼보 세계챔피언 출신의 이상수를 현란한 복싱기술로 몰아붙이며 승리했죠.
"사실 '아이 엠 복서'는 2025년 전국체전을 준비하면서 첫 촬영에 임했어요. 대기시간이 워낙 길어 그게 힘들었습니다. 일단 제 분량은 촬영을 다 마쳤어요. 내용은 비밀입니다(웃음). 앞으로도 촬영분이 방송될 것으로 아는데 복싱 홍보라는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방송 자막 및 관련 정보에 ‘전국체전 14연패’로 하나 적게 나오는 이유가 이해됐습니다.

# 김동회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1년이 365일이면 거의 365일을 늘 같은 패턴으로 운동합니다. 4번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만 어쩔 수 없이 운동을 쉬었습니다. 웬만해서는 예외가 없습니다. 저에게는 복싱이 일이잖아요. 일반인들이 자기 직업에 충실하듯 저도 그렇게 복싱을 합니다. 자기 일에 미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명한 이치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정상을 유지하는 원동력에는 ‘꾸준함의 미학’ 말고 다른 게 있을 수 없죠. 김동회는 은퇴 후 삶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을까요? "남은 두 번의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선수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은퇴 후를 생각해 체육관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충남 아산 지역을 보고 있는데, 빠르면 2026년에 체육관을 열 생각입니다."
조만간 ‘관장님 선수’가 대기록을 달성하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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