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자존심 회복 마지막 기회
국내 남녀투어도 이번주 투어챔피언십으로 마무리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이제 국내외 남녀 프로골프대회가 마무리에 들어간 시점이다. PGA투어는 지난 8월 페덱스컵 시리즈를 끝으로 사실상 시즌을 끝내고 가을시리즈를 진행중이지만 LPGA투어와 국내 남녀 투어는 그야말로 막바지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 개최된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이정환이 우승해 정서적으로 가깝게 다가온 DP월드투어 역시 마찬가지다.
KPGA는 오늘(6일) 부터 KLPGA투어는 7일 부터 시즌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 돌입해 올해 마지막 챔피언과 더불어 경합 중인 각종 타이틀의 주인공을 최종 가리게 된다. DP월드투어는 6일부터 UAE의 야스링크스GC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인 아부다비HSBC챔피언십을 펼치고 이어 다음주에는 시즌 최종전인 DP월드투어 투어챔피언십에서 최종 우승자가 탄생한다.
투어챔피언십은 한정된 필드로 진행되는 시즌 최종전이다. PGA투어는 30명, LPGA투어는 60명에게만 출전권이 주어지며, 국내의 경우도 남자 70위, 여자 57위까지다. 따라서 선수들에겐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투어챔피언십 출전권이 없다는 것은 내년도 시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고, 이는 피말리는 시드전(또는 퀄리파잉시리즈)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프로들 입장에선 마지막 자존심이 걸려 있는 마지노 선이다.
그런 면에서 윤이나는 ‘운명의 2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LPGA투어의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은 오는 20일부터 나흘간 미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런GC에서 열린다. 총상금은 1,100만달러(약 154억원)에 우승 상금은 무려 400만달러(약 56억원)다. 현재 이민지가 381만여 달러로 상금랭킹 선두인데 이 대회 우승상금이 400만달러이니 다소 불합리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방에 역전’도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시즌 7승을 거둔 넬리 코다(미국)가 디펜딩 챔피언 지노 티띠꾼(태국)에 상금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이 대회 우승상금의 힘이다. 티띠꾼은 시즌 중 단 1승(다우챔피언십)에 그쳤지만 막바지 대역전극을 펼친 바 있고 여세를 몰아 현재는 세계랭킹 1위를 질주 중이다.
하지만 윤이나의 입장에선 상금의 많고 적음이 관심사가 아니다.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 여부가 아직 미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Q시리즈를 8위로 통과해 올해 투어에 데뷔했을 때만 해도 윤이나에 대한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가 지난해 국내투어 최고의 자리에 올라 스스로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고 뛰어난 장타력에다 강한 멘탈로 무장,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다시 일으켜 세워줄 적임자로 한껏 주목을 받았었다. 앞서 국내 1인자 자리를 차지한 뒤 LPGA에 진출했던 다수의 선수들이 기대에 충족한 성적을 낸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웬 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야마시타 미유, 다케다 리오, 이와이 쌍둥이 자매 등 막강 일본 신인들이 펄펄 나는 사이, 윤이나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주 메이뱅크챔피언십까지 올시즌 출전한 24개 대회에서 단 한차례의 톱10도 기록하지 못했고 무려 8번이나 컷오프를 당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데뷔전이었던 파운더스컵에서 미스컷을 당해 불안한 출발을 보인 윤이나는 3, 4월 두 달 동안 출전한 5개 대회에서 예선탈락은 없었지만 JM이글 LA챔피언십의 공동 16위 외에는 모두 20~50위권에 그쳤고 5월 들어서는 블랙데저트챔피언십, 미즈호 아메리카스오픈, 멕시코 리비에라마야오픈 등 3개 대회서 잇달아 컷 통과에 실패하는 등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또한 메이저대회서는 US여자오픈에서는 공동 14위로 그런대로 체면치레를 했으나 셰브론챔피언십(공동 52위)과 아문디에비앙챔피언십(공동 65위)은 50~60위권에 그쳤고 KPMG위민스PGA챔피언십과 AIG챔피언십은 예선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이러한 반전 없는 부진으로 인해 우승은 언감생심이고, 기대했던 신인왕 경쟁에서조차 7위에 그쳤다. 더구나 신인왕 레이스 상위 12명 중 톱10이 한차례도 없는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매 대회 목표가 톱10 진입이 될 정도다.
윤이나의 6일 현재 CME포인트 순위는 67위. 그나마도 지난주 메이뱅크챔피언십에서 올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 11위를 기록해서 9계단이나 끌어 올린 순위다. 상금 1,100만달러가 걸린 투어챔피언십에 출전 자격을 획득하려면 아직도 7명을 제쳐야 한다. 시드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시즌 막판인데 60명에게 기회를 주는 투어챔피언십 출전 여부조차 알 수 없다면 KLPGA투어 1인자 출신으로선 체면이 말이 아닌 셈이다.
이제 윤이나의 운명을 결정지을 대회는 단 2개. 이번 주 일본 시가현 세타GC에서 열리는 토토재팬클래식(총상금 210만달러)과 다음주 미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칸GC에서 치러지는 ‘더 아니카 드리븐’(총상금 325만달러)이다. 이 2주간의 결과에 따라 윤이나의 투어챔피언십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이 중 윤이나가 보다 집중할 대회는 토토재팬클래식. LPGA투어와 JLPGA투어 공동주관인 이 대회는 필드 사이즈가 78명인데 LPGA투어 몫으로 출전하는 43명의 선수 중 포인트랭킹 톱10 이내 선수는 이민지(2위)와 야마시타 미유(3위), 다케다 리오(4위), 이소미(10위) 등 4명에 그치는 등 톱 랭커들이 대거 불참한다.
한국의 김효주, 김세영, 최혜진, 김아림 등 한참 물이 오른 선수들이 모두 휴식을 선택함으로써 경쟁의 두께가 상당히 얇다. 물론 홈코스의 점을 안고 출전하는 JLPGA투어 몫의 35명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여타 대회보다는 한결 낫다고 할 수 있다. 단지 60위 턱걸이 경쟁자들인 사키 바바(63위), 줄리아 로페스 라미레스(65위) 등 62~66위 선수 5명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라 톱10이내의 성적이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들만이라도 앞서야 하는 입장이다.
이어 벌어지는 더 아니카 드리븐에는 디펜딩 챔피언 넬리 코다와 일본세 돌풍의 주역 대부분, 그리고 최혜진, 김아림, 유해란 등 강호들이 다시 대거 등장할 예정이라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현재 포인트 399.598점으로 60위(캐시 포터, 479.812점)에 80점 정도 뒤져 있는 윤이나는 결국 남은 2개 대회에서 한차례 톱5를 하면 안정권, 그렇지 못할 경우 톱10을 한번 이상 해야 최종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인트는 우승하면 500점, 2위는 320점 등 순위에 따라 차등 부여되며 7위가 100점, 10위는 75점 등이다. 과연 윤이나가 막판 대분전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운명의 2주간’이 시작된다.

한편 KPGA 투어챔피언십은 64명이 출전하는 가운데 제주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다. 총상금은 11억원. 제네시스 포인트 70위까지 출전권을 부여하지만 DP월드투어 플레이오프에 나간 이정환 등 6명이 출전을 안했다. 제네시스 대상을 조기에 확정지은 옥태훈의 시즌 4승 달성 여부가 최대 관심사이며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 출전관, DP월드투어 시드,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시리즈 출전자격 부여 등이 걸린 제네시스포인트 상위 선수들도 이 대회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KLPGA투어 최종전인 대보 하우스디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역시 관전 포인트가 많다. 공식 명칭이 투어챔피언십은 아니지만 투어챔피언십 포맷으로 펼쳐진다. 서원힐스에서 처음 열리며 우승상금이 일반대회의 18%와는 달리 25%로 늘어났다. 지난 대회에서 위메이드 대상 수상을 확정한 유현조가 상금왕, 최저타수상까지 거머쥐게 될 지 초미의 관심사다. 또한 나란히 3승씩을 기록중인 홍정민과 방신실, 이예원의 다승왕 경쟁도 눈길을 끈다. 서교림, 김시현, 송은아 등이 펼치는 신인왕 경쟁도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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