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지 종목' 럭비, 17년 만의 값진 銀
국내 스포츠 간 규모 차이 심해...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다
[더팩트ㅣ이윤경 인턴기자] 싸우고, 뺏기고, 구르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 같은 7인제 럭비 한국대표팀이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17년 만의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간 동메달이라는 실적으로 주춤했던 적이 있으나, 메달을 따오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안타까운 상황에도 힘겨운 환경에도, 럭비 대표팀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통했다.
이명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럭비 대표팀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사범대 창첸캠퍼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럭비 7인제 홍콩팀과의 결승전에서 아쉽게도 패했다. 홍콩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7인제 럭비 우승 경력이 있는 위협적인 상대였다.
전반을 0-7로 마치고 후반 0-14까지 내주며 홍콩팀에 밀리는가 싶더니 금세 7-14로 추격했다. 하지만 이후 힘겨루기 끝에 더는 점수 차를 좁히지 못 하고 7-14으로 마무리를 했다.
비록 금메달을 따지 못 했지만 그 이상의 값진 결실을 거뒀다. 지난 아시안게임들을 치루며 눈에 띄게 경기력이 좋아졌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경기를 마쳤기에 무엇보다 소중한 은메달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7인제 럭비는 1998년 방콕, 이명근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고,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까지는 동메달 열전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대한럭비협회는 은퇴한 박완용(39·한국전력)을 불러오고, '국가대표 상비군 신설'까지 만들어 부활을 준비했다. 더불어 많은 게임에서 축적됐던 선수들의 경험이 4강에서 중국팀도 꺾고 홍콩팀의 영국계 선수들에게서도 버틸 수 있었다. 경기의 승패는 갈렸지만, 럭비의 점수 합산에 따라 트라이 5점, 추가 컨버전 골 2점이 오갔으므로 실상은 박빙의 승부였다.
럭비 7인제 대표팀의 이 같은 성적은 역대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도 개선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을 선수들이 극복하고 거뒀다는 점에서 더 찬사를 받을 만하다.
스포츠 실업팀의 등록 현황을 보면 2023년 기준 궁도(양궁)가 380개, 배구가 331개지만 럭비의 실업팀은 5개뿐이다. 직장 소속으로 근무하며 일하는 실업팀이다. 선수는 중·고·대학·실업 포함 1000명 안팎이다. 실질적으로 팀을 꾸릴 수 있는 선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최윤(58·OK금융그룹) 대한럭비협회 회장은 럭비가 비인기 스포츠라는 국내 매체의 지적에 "알고 보면 재미있는 '비인지' 종목" 이라고 밝히면서 2021 취임을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열정이 넘치는 선수들과 회장 아래 럭비라는 스포츠는 비록 일반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가장 큰 종목으로 평가를 받는다. 공을 쟁탈하며 서로 부닥치는 격렬한 스포츠 럭비, '올포원, 원포올(One for all, All for one)'의 정신을 가진 희생과 신뢰의 대표팀의 경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졌지만 참 잘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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