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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질주' 차민규... 부진 이겨낸 값진 은메달 [TF초점]

  • 스포츠 | 2022-02-13 00:00

2021~2022 월드컵 시리즈 시련... 더 큰 경기서 도약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 한국 차민규가 역주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 한국 차민규가 역주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더팩트ㅣ이승우 기자] "실수한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메달을 따서 기분이 좋아요."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34초 39의 기록으로 통과, 은메달을 차지한 차민규(29·의정부시청)의 모습에선 기쁨이 떠나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한 2021~2022 시즌 네 차례 월드컵에서 번번이 순위권에 실패하는 바람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그였지만 이날 은메달을 따낸 목소리에서는 감격에서 오는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경기도 안양 관양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몸이 허약해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던 차민규는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스타' 모태범을 꺾으며 선수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2017년 12월 열린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은메달과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동메달을 차지한 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34초 42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만 해도 차민규에게 세계 제패는 시간 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2021~2022년 월드컵 시리즈에서 네 차례 모두 평범한 성적을 내면서 부진에 빠졌던 것. 때문에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 경기는 차민규에게 그동안의 징크스를 날릴 절호의 기회였다.

직선 주로가 길어 강한 힘을 필요로하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선 하체와 상체의 고른 발달이 중요하다. 쇼트트랙은 하체근육에 집중하는 반면 스피드스케이팅은 코스를 질주하는 팔의 동작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빙상관계자는 최근 <더팩트>와 만남에서 "(차민규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비장한 각오로 이번 대회 준비에 나선 차민규는 빙상 기술 훈련과 함께 쉴 틈 없이 상체와 하체 근육 강훈련을 병행했다. 그렇게 흘린 땀방울이 모여 그동안의 부진을 시원하게 뚫었고, 마침내 그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차민규, 김준호가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차민규, 김준호가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차민규는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월드컵 때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이번) 올림픽에 최대한 포커스를 맞췄고 더 집중해 노력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은메달을 따낸 소감에 대해서는 "가족들과 (저를) 기도해주신 분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메달을 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친 뒤 남은 선수들의 기록을 기다릴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차민규는 "생각했던 것 보다는 살짝 기록이 아쉬운 부분이 있어 조마조마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차민규의 이날 기록은 4년 전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기록 34초 42보다 0.03초 앞당긴 결과다. 당시의 34초 42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의 케이시 피츠랜돌프가 세운 34초 42 이후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다. 이날 10조 바깥 코스에서 출발한 차민규는 100m 구간의 빙판을 빠르게 움직이며 9초64로 통과했다.

차민규는 초반부터 강하게 스피드를 내며 앞질러 갔던 중국의 가오 팅위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불과 0.07초 차이로 경기를 마쳤다. 일본의 모리시게 와타루 선수가 34초 50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가져갔다.

이날 차민규와 함께 500m에 출전한 김준호(27·강원도청)는 메달을 놓쳤지만 34초 54의 좋은 기록으로 6위에 오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선 한국이 대회 4번째 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한국은 12일 현재까지 쇼트트랙 남자 1500m 황대헌의 금메달 1개에 이어 쇼트트랙 여자 1000m 최민정의 은메달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차민규의 은메달, 그리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김민석의 동메달 등 총 4개의 메달을 차지하며 종합 순위 15위로 기록했다.

차민규는 오는 18일 1000m 대회에 출전해 다시 한번 메달 사냥에 나선다. 1000m 경기에는 차민규 외에도 김민석(23·성남시청)이 함께 출전을 앞두고 있다.


press0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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