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반 연거푸 격파...각 지역팀 서열파괴 가시화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철옹성과 같던 경륜 슈퍼특선반의 위상이 최근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반대로 각 지역 2,3선발 또는 그 이하 급으로 분류되던 이른바 ‘만년 유망주’들은 최근 그야말로 잠재력이 터지면서 승승장구. 냉혹한 승부의 세계답게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들의 선전은 오랫동안 굳어진 팀 내 서열까지 흔들고 있어 밖은 물론 적잖은 내부 이슈로까지 격화되고 있다.
올 초 벨로드롬의 가장 핫한 남자, 팬들이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선수는 독보적 랭킹 1위 임채빈이 아니고 동서울팀의 정해민, 김포팀의 인치환이다. 우선 둘은 묘할 만큼 공통점이 있다.
정해민의 경우 전현 SS반 출신 신은섭 정하늘에 가려져, 인치환은 그랑프리 4연패의 정종진 그리고 좌우를 지키는 황승호 정정교 공태민 등에 가려져 늘 돌격대 역할을 자처했던 선수들이다.
팀 내 또는 인근 지역 강자들을 만나면 초반 흐름을 리드하는 등 대부분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덕분에 큰 경기에선 유독 실속이 없어 들러리란 팬들의 비난까지 감수해야했다.
하지만 달라졌다. 정해민은 지난해 11월(26일 광명 금요 특선) 충청권의 간판 황인혁을 누른 것이 시발점이었다. 요행도 없었다. 황인혁을 붙이고 앞에서 젖히기 자력 승부로 버텼기 때문이다.
이후 자신감이 붙은 정해민은 얼마 전까지 붙박이 SS반으로 활약하던 박용범 박병하를 연거푸 그것도 가볍게 제압하더니 급기야 지난 1월 30일 일요 결승에선 팀 내 원투펀치 정하늘 신은섭을 모두 따돌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역시 전매특허인 젖히기 자력승부. 내용상 이견이 없는 완벽한 승리였다. 2017년 데뷔, 6년 만에 이뤄낸 경사다.
비선수 출신인 인치환은 데뷔 초 외계인이란 칭호를 얻을 만큼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시점 허리 부상이 겹치고 이후 여러 가지 약점들이 갑자기 노출되면서 그저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부족한 인지도에서 오는 위치 선정의 제약, 단조로운 작전, 불안한 운영능력이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사실 그렇게 끝나나 싶었다. 하지만 인치환은 뜻밖의 행운이 찾아오면서 환골탈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작년 그랑프리는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명이었던 정종진의 갑작스런 퇴소, 결승 당일 두 명의 낙차, 한 명의 실격으로 얼룩진 그야말로 최악의 참사였다. 가장 후위를 달리던 인치환은 앞선 선수 세 명이 사라지면서 꼴찌에서 단박에 3위 입상하게 된 것이다. 물론 금․토 예선에서의 선전이 가능했기에 나타난 결과물이지만 결승진출만으로 내심 뿌듯했던 터라 3위 입상, 여기에 거금 4천만원의 상금은 엄청난 자극과 함께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후 탄력을 받은 인치환은 비록 전성기는 갔다지만 벨로드롬에서 레전드급으로 분류되는 이현구 박용범을 비롯 현 SS반 성낙송, 팀 내 라이벌 정재원, 지난주 역시 SS반 정하늘까지 연거푸 무너뜨리며 기세를 이어갔다. 불과 한 달 만에 믿겨지지 않을 만큼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위 두 선수 외에 정재원 공태민 전원규 김관희 엄정일 류재민 김범수 등이 안팎으로 최근 위상이 달라진 선수들, 양승원 김희준의 경우는 작년 말과 올 초 선전에 힘을 받아 단박에 충북 그리고 부산의 에이스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언제든 임채빈을 제외한 SS반을 위협할 재목들이기도 하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올 초 SS반을 반납한 신은섭을 비롯해 황승호 박용범이 예전만큼 막판 결정력이 날카롭지 못하고 한때 벨로드롬을 호령하다시피 한 성낙송 박병하 이현구 윤민우 등은 극심한 장기 공백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기 하위급은 시속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데 반해 상위 특선급의 경우는 오히려 더 빨라지고 경기력이 상승했다면서 이들이 한창때의 모습을 나타내기엔 좀 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경륜 원년 전문가인 최강경륜 박창현 대표는 ‘경륜의 승부는 단순히 힘만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이나 위치 선정에 필요한 인지도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면서 정해민 인치환의 경우는 충분한 기본기에 이 부족한 두 가지가 절묘하게 채워지며 전력 극대화를 이룬 케이스이다. 따라서 현 기세가 결코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계속해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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