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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목포의 딸' 세터 염혜선, ‘8개 손가락 투혼’…“엄마, 일 한번 낼거야!”
4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대한민국과 터키의 경기, 대한민국 김연경이 염혜선(등번호 3번)과 기뻐하고 있다./ 도쿄=뉴시스
4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대한민국과 터키의 경기, 대한민국 김연경이 염혜선(등번호 3번)과 기뻐하고 있다./ 도쿄=뉴시스

“도쿄에서 사고 치겠다”며 오른손 2개 손가락뼈 골절 부상 이겨내고 4강 견인

[더팩트 l 목포=김대원 기자] '목포의 딸' 염혜선(30세,KGC인삼공사)이 8개 손가락만을 사용하는 부상 투혼으로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진출을 이끌며 45년 만의 메달획득을 다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염혜선의 어머니 소금자 씨는 5일 <더팩트>취재진과 단독 인터뷰에서 "(혜선이가) 오른손 골절상을 입은 두 개의 손가락이 완전치 않아 8개의 손가락으로 경기를 하고 있지만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한다. 전화를 하며 '엄마 일 한번 낼게'라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소금자 씨는 "키가 작았던 혜선이는 당시 배구를 하는 또래들에 비해 유달리 손과 발이 작고 팔도 짧은 편이었다. 그래서 저녁에 연습을 하면서 불리한 신체 조건 때문에 많이 울었다"고 설명하며 "그래서 혜선이는 벽에 공을 튀기는 연습을 남들 1000개 할 때 1만개를 하며 노력으로 극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히며 그 의지로 준결승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염 선수 어머니는 "영상통화를 통해 딸과 얘기를 자주 나눈다"며 "엄마, 이왕 왔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일 한번 낼거야라고 했다"면서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는 일본만 이기면 원이 없겠다고 했는데 이기고 나서는 ‘주전으로 처음 일본을 이겼다’며 펑펑 울더라"고 전했다.

한국 여자배구 염혜선 선수가 '2020-21 시즌 V리그'를 준비하는 연습도중 블로킹을 하다 오른쪽 새끼손가락과 손등 사이 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고 수술한 부위 모습. 염 선수는 통증을 이겨내고 도쿄올림픽에서 부상투혼을 보이며 4강 진출을 견인했다. /염혜선 선수 가족 제공
한국 여자배구 염혜선 선수가 '2020-21 시즌 V리그'를 준비하는 연습도중 블로킹을 하다 오른쪽 새끼손가락과 손등 사이 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고 수술한 부위 모습. 염 선수는 통증을 이겨내고 도쿄올림픽에서 부상투혼을 보이며 4강 진출을 견인했다. /염혜선 선수 가족 제공

염혜선은 지난 4일 일본 도쿄 이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경기에서 터키와의 8강전에 승리한 한국 선수들과 눈물과 환호 속에서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한국선수들 중에는 에이스 김연경(33세,중국상하이)과 막내 박은진(22세,KGC인삼공사)의 활약이 돋보였던 가운데, 승리의 중심 역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터 염혜선이 8개의 손가락으로 4강 진출을 이끄는 부상 투혼을 펼쳐 잔잔한 감동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여자배구 올림픽 대표팀의 ‘야전사령관’으로도 불리고 있는 염혜선은 ‘도드람 2020-21시즌 V리그’ 정규리그 GS칼텍스와 원정경기에 앞서 훈련 도중 블로킹을 하면서 오른쪽 손에 부상을 당했다. 이때 새끼 손가락과 손등 사이 뼈가 부러졌다.

손을 사용해야만 하는 배구선수로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염혜선은 당시 휴가를 반납하고 사비를 들여 1달여간 꾸준한 치료를 받았다. 이로 인해 염혜선은 정규리그를 포기하고 잠시 코트를 떠나야 했다.

오른손 부상 투혼을 펼치며 한국 여자배구의 올림픽 4강을 이끈 세터 염혜선./뉴시스
오른손 부상 투혼을 펼치며 한국 여자배구의 올림픽 4강을 이끈 세터 염혜선./뉴시스

그녀는 치료가 어느 정도 끝날 무렵 부러진 뼈를 고정했던 핀을 제거하지도 못한 채 지난 5월 25일부터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렸던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뛰게 됐다. 오랜만에 공을 만진 염혜선은 결국 제 기량을 다 하지 못하며 운동선수로서 힘든 시간을 겪어야만 했다.

또한 이번 도쿄올림픽에 앞서 열렸던 VNL에서 한국은 16개 참가국 중 15위에 머무르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염혜선의 도쿄올림픽을 향한 '부상 투혼'은 시작됐다.

염혜선 선수의 지인의 말에 따르면 심각한 부상으로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걱정해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불참했으면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올림픽만 나갈수 있다면 참고 해낼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염혜선 선수를 치료했던 주치의는 뼈를 고정했던 핀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핀을 제거하게 되면 또다시 2주간의 재활치료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대표팀에서 뛰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핀 제거를 포기하고 합류를 선택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부상투혼을 보이며 승전보를 울리며 진한 감동을 주고 있는 염혜선은 전남 목포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배구선수였던 염경열(61세)씨와 소금자(58세)씨 사이에 태어났다. 염 선수의 친할머니도 배구선수였다. 그 영향으로 목포 하당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배구를 시작한 그녀는 영화여중을 거쳐 목포여상을 다니면서 줄곧 세터로 활약했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경기에서 토스를 하는 세터 염혜선. 염혜선은 태극 마크를 달고 처음 일본전 승리를 거둔 뒤 펑펑 울었다고 어머니에게 털어놓았다./염혜선 가족 제공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경기에서 토스를 하는 세터 염혜선. 염혜선은 태극 마크를 달고 처음 일본전 승리를 거둔 뒤 펑펑 울었다고 어머니에게 털어놓았다./염혜선 가족 제공

염 선수의 가까운 지인 H씨는 "혜선이가 유독 한일전에서는 일본을 꼭 이겨야 한다고 했다"면서 "‘일본하고는 가위바위도 져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염혜선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 앞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했지만 본선에서는 벤치만 지켜왔다. 그 이후에도 이다영(25세,전 흥국생명)의 그늘에 가려져 활약에 비해 주전세터로 불려지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염혜선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다. 수술부위가 아직도 통증이 있지만, 나머지 8개의 손가락을 이용해 코트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염혜선은 "도쿄에서 꼭 사고를 내겠다"고 했던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의 승리를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

한국과 브라질의 2020 도쿄올림픽 준결승전은 6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다.

forthetrue@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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