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한국 3-6 멕시코...이동경 2골-황의조 1골 '체면치레'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이동경의 황금 왼발이 2골을 터뜨렸지만 한국의 4강 진출은 좌절됐다. 공격형으로 운용한 중앙 수비형 미드필드진이 상대 공격 봉쇄에 실패하며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된 게 컸다. 개인기가 좋은 멕시코 공격수들은 헐렁한 한국 수비진을 헤집으며 예상 밖의 대승으로 4강에 합류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 토너먼트에서 왼발 킥이 좋은 이동경이 2골, 황의조가 1골로 분전했으나 중앙 수비진이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무려 6실점하는 바람에 3-6으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그동안 멕시코와 역대 올림픽에서 5차례 만나 3승 2무로 앞서 있었으나 이번 대회에서 처음 대패를 당하며 고배를 마셨다.
한국은 전반 10분까지 주도권을 잡으며 조별리그 연승 분위기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4-2-3-1전형의 수비형 미드필드진에 포진한 김동현 김진규가 공격에서는 좌우 연결 패스로 활로를 열었으나 수비에서 멕시코 공격진을 저지하는 데 실패. 정태욱 박지수로 구성된 4백의 센터백까지 뚫리면서 속수무책으로 6골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전반 12분 만에 헨리 마르틴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20분 이동경의 1-1 동점골로 따라붙었으나 30분 루이스 로모, 39분 코르도바에게 페널티킥골을 잇따라 허용하며 전반을 1-3으로 마쳤다. 당황한 김학범 감독은 김동현 김진규 강윤성을 빼고 권창훈 엄원상 원두재를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반격에 나섰다. 김학범 감독의 모험은 후반 6분 이동경의 만회골로 2-3으로 따라붙으며 성공하는 듯했으나 3분 뒤 프리킥 상황에서 헨리 마르틴에게 또 헤딩골을 내줘 2-4로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고 말았다.
마르틴의 골은 프리킥 당시 오프사이드 여부를 가리는 비디오판독을 거졌으나 아쉽게도 골로 인정됐다. 멕시코는 후반 18분 코르도바의 추가골을 점수차를 5-2로 벌렸다.
이동경은 4-2-3-1전형의 공격 2선 중앙공격수로 나서 0-1로 끌려가던 전반 20분 김진규의 횡패스를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잡아 왼발 중거리 슛으로 연결, 멕시코 골문 오른쪽을 뚫었다. 이동경은 1-3으로 끌려가던 전반 45분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을 날렸으나 멕시코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이동경은 후반 6분 김진야의 공격가담으로 얻은 공격 기회를 살리면서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멕시코 골문을 뚫어 난타전을 이어갔다.
황의조는 후반 종료 직전 프리킥 상황에서 만회골을 넣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학범 감독은 이날 황의조를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내세우고 공격 2선에 김진야와 이동경 이동준을 포진시켜 스피드로 공격 찬스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내보였다. 와일드 카드 권창훈을 벤치에 앉히고 이동경을 선발로 내세운 것이 결국 동점골을 끌어내는 한 수가 됐으나 수비를 소홀히 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고 말았다.
기대했던 황의조가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공격형으로 구성한 수비형 미드필드진이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전반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됐다.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빼고 김동현 김진규를 포백 수비진 앞에 포진시키며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으나 공격에서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대신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수비는 포백수비진과 골키퍼만 하는 게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와의 조직력이 중요한 데 여기서 문제를 드러냈다.
포백진은 강윤성 정태욱 박지수 설영우가 발을 맟추고 골키퍼에는 송범근이 나섰다. 루마니아, 온두라스와 조별리그 2, 3차전에서 교체 투입돼 연속골(3골)을 터트린 이강인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의외의 전반 대량 실점을 당한 김학범 감독은 결국 전반을 마친 후 수비형 미드필드진의 김동현 김진규를 모두 벤치로 불러들이는 강수를 뒀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 했다.
한국은 B조 1위(2승1패·10득점 1실점)로, 멕시코는 A조 2위(2승1패·8득점 2실점)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한국은 득점력과 실점률에서 멕시코에 우위를 보였지만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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