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김보름 "노선영에게 폭언 피해"
[더팩트 | 최영규 기자]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인 김보름(26·강원도청)이 사실은 대표팀 선배인 노선영(30)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체육계가 '쇼트트랙 성폭력' 논란에 이어 다시 한 번 충격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김보름의 폭로는 그동안 가해자로 지목받은 선수가 사실을 피해자였음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보름은 11일 채널A 뉴스 인터뷰에서 "선수촌에 합류한 2010년 겨울부터 올림픽이 있던 작년 시즌까지 대표 생활을 하면서 노선영 선수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코치가 랩타임 30초를 지시해 이에 맞춰 타고 있으면 (노선영이) 천천히 타라고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면서 훈련을 방해했다. 쉬는 시간에도 라커룸이나 방으로 불러 폭언을 한 적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말을 180도 뒤집는 발언이다.
김보름은 평창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8강전 당시 막판 체력이 떨어진 노선영을 멀찌감치 뒤에 두고 박지우와 둘만 먼저 골인함으로써 '왕따 주행' 논란의 장본인이 됐다. 경기 직후 노선영 탓을 하는 듯한 인터뷰까지 겹치자 팬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김보름의 선수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내용까지 올라왔다.
노선영은 평창올림픽 당시 인터뷰에서 "단 한 번도 팀추월 훈련을 함께한 적 없다. 김보름 등 특정 선수들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훈련을 하는 바람에 호흡을 맞출 수 없었다"고 주장함으로써 노선영은 피해자, 김보름 등은 가해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김보름은 이에 대해 "2017년 월드컵이 끝나고 12월 15일부터 태릉에서 함께 훈련했다. 경기 이틀 전에는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모여 팀추월에 대해 상의했다.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한 것은 회장배 대회가 열려 태릉 빙상장을 사용할 수 없었던 닷새뿐"이라고 밝혔다.
김보름은 레이스 내용에 대해선 "팀추월에서는 후발 주자가 선두와 벌어지면 소리를 쳐서 알리는 것이 관례이며, 우리도 늘 그렇게 해왔다"며 "하지만 올림픽 때는 노선영 선수가 뒤로 처졌음에도 신호를 따로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만 모르는 작전이 있었던 것 같다"는 노선영의 당시 주장과 달리 노선영이 마지막 두 바퀴 때 가장 뒤에서 달리는 작전은 올림픽 1년 전인 강릉 세계선수권과 삿포로 아시안게임 때도 똑같이 사용했다는 것이 김보름의 설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속 대응도 논란의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왕따 주행’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가 높아지자 문체부는 지난해 3월 30일부터 4월 26일까지 대한체육회와 합동해 빙상연맹을 상대로 특정 감사를 실시한 뒤 "'왕따 주행' 논란은 고의가 아니다"라고 결론내렸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김보름, 박지우와 노선영 간 간격이 벌어지자 선수들이 의도적으로 가속을 했거나, 일부러 속도를 줄였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팀 추월 순번에 대해서는 백 전 감독이 경기 당일 워밍업 전에야 선수들에게 의견을 묻는 등 지도자와 전수간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문체부는 백 전 감독에 대해 직무태만, 사회적 물의 등의 책임을 물어 징계조치 하라고 빙상연맹에 지시했다. 하지만 김보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빙상 대표선수들의 훈련 과정과 '왕따주행 논란' 진상에 대한 정확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된다. 김보름은 당시 감사 결과에 대해 지난해 7월 인터뷰에서 "조금 오해가 풀린 것 같아 마음은 편안하지만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오해가 많은 것 같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해 조사가 미진했음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김보름의 폭로는 심석희의 용기 있는 '성폭행 피해 사실' 공개와 함께 부끄러운 한국 체육계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어서 '사람이 중심'인 시대 흐름에 맞춰 '문제 투성이' 체육계의 정화를 바라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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