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여자프로배구에 탬퍼링 논란이 벌어졌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지난달 말 인터뷰 중 올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 IBK기업은행 김희진을 영입할 뜻을 비친데 따른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이같은 발언이 사전접촉(탬퍼링)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탬퍼링(Tampering)은 어떤 선수에 대해 현 소속팀 모르게 다른 팀으로 옮기도록 설득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FA 제도 하에서는 정해진 협상 기간 이전에 선수에 접촉하여 설득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특정 선수를 거론하며 영입 의사를 밝히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미디어를 통해 다른 팀 선수 영입 계획을 밝히는 것도 탬퍼링으로 볼 수 있다. 같은 행위를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태핑 업(Tapping up)이라고 부른다. 미디어를 통해 다른 팀 선수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드러내는 것도 태핑 업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경기 중인 선수에 대해 방송에다 "저런 선수라면 어떤 감독이라도 계약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한 관심 표명은 선수에게 전달돼 결국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발언은 의도와 관계 없이 선수 가치 평가나 계약과 연관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 감독이 다음 시즌 팀 운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김희진의 실명을 거론한 것이 사실이라면 "시즌 중 해서는 안 될 말"이라는 IBK기업은행 측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원 소속팀의 우선협상권이 없는 메이저리그에서도 FA 예정 선수에 대한 사전 접촉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시즌이 완전히 종료되고 선수 자신이 FA를 신청하기 전에는 접촉은 물론 언급 자체를 피한다. 지난해 올스타전 직후 다비드 오티스가 시즌 후 FA가 되는 토론토의 슬러거 에드윈 엔카나시온을 두고 자신의 뒤를 이어 다음 시즌 보스턴의 지명타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탬퍼링 논란을 빚었을 정도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는 FA선수와 원소속 구단의 교섭기간 중 다른 구단과 계약 협상을 위한 접촉을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사전접촉 위반인지까지 세세하게 정해 놓지는 않았다. 물론 다음 시즌 팀 운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가볍게 한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선수의 실명을 거론한 것이 사실이라면 부적절한 발언임에 틀림없다. 가볍게만 볼 일은 아닌 것이다.
리그를 운영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이런 논란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세밀하게 조사하고 뚜렷하게 대처해야 제도는 확실해진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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