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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식의 농구생각] 3점슛의 심리학

  • 스포츠 | 2016-12-08 11:52
삼성생명 최희진. WKBL 제공
삼성생명 최희진. WKBL 제공


[더팩트 선임기자] "오늘도 잘 들어가야 할텐데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했어요."

7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kDB생명전. 홈팀 삼성생명이 75-72로 이겼다. 최희진이 19점으로 팀내 최다득점. 3점슛 11개를 던져 6개나 넣었다. 경기가 끝난 뒤 최희진은 "지난 두 경기에서 슛이 잘 들어간 것이 부담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선발출장한 최희진은 일찌감치 벤치로 불려들어갔다. 슛이 안 들어갔다. "감독님이 항상 강조하는 게 수비와 리바운드인데 내가 조은주 언니에게 많이 뚫렸다. 수비가 안 되면 슛도 안 들어간다"고 했다.

흔히 슛이 안 들어가면 TV 해설위원들은 체력과 집중력을 이야기한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집중력도 떨어지고 슛이 부정확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 초반에 안 들어가는 것은? "부담을 많이 가져서"라는 진단이다.

선수의 심리 상태가 슛의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은 현장의 감독과 선수들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에 뛰어난 국내 선수 빅맨까지 있어 '높이'가 좋은 팀이 있다. 공격 리바운드에서도 리그 1위다. 원래 이 팀의 포인트가드는 외곽슛 능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포스트가 강화된 뒤 3점슛을 많이 넣는다. 이 선수는 말한다. "안 들어가더라도 골밑에 있는 동료들이 잡아줄 거라고 믿으니까 자신감이 생긴다"고.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희진이가 넣은 것보다 넣을 수 있도록 빼준 선수들이 잘했다"고 했다. 로포스트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상대 수비를 자신에게 끌어들인다. 골밑에서의 패스아웃은 와이드 오픈 찬스를 자주 만들어 낸다. 3점슛을 던지는 선수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너무 완벽한 기회가 오면 오히려 불안해져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날 삼성생명의 최다 어시스트 선수는 가드가 아닌 파워포워드 배혜윤(8개)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슈팅 코치 버즈 브래먼은 "자신감과 집중력 부족은 서투른 슛의 결과이지 그 원인이 아니다. 공이 링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자신감과 집중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심리가 아니라 기술의 문제라는 것이다. 공을 똑바로 던지지 못하거나 거리를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하거나 그 둘 다일 경우 슛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자신감이 떨어지는데 자신감을 찾으려면 슛이 들어가야 한다. 최희진은 벤치에 앉아서 "다시 나가게 되면 수비부터 하자"고 다짐했다. 3쿼터에 안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던 슛이 들어갔다. "그때부터 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 쿼터에 3개를 넣었다. 이날 삼성생명과 최희진의 3점슛 성공 숫자는 6개로 똑같았다.

임 감독은 "원래 외곽슛 능력이 있는 선수다. 그런데 대부분 받아먹는 슛이다. 그런 게 한 경기에 몇 번이나 오겠나. 그래서 오프시즌에 움직이면서 슛하고 기회를 만드는 연습을 많이 시켰다"고 말했다. 슛 기회가 많아야 많이 던지고 많이 넣을 수 있다. 많이 넣어봐야 자신감이 생겨 다시 많이 던질 수 있다.

좋은 3점슈터가 되려면 훈련이 중요하다. 많이 던지기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완벽한 슛 동작이 머릿속에 뚜렷하게 새겨져야 한다. 상황에 관계없이 던질 수 있게 해주는 '근육 기억'에는 자신감도 포함돼 있지 않을까.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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