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동혁이 그리는 로드맵 '인하대-도쿄-OK저축은행'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남자 배구 대표팀이 지난해 8월 제18회 아시아선수권에서 7위에 그치며 16년째 '지구촌 대축제' 올림픽 초대장을 획득하지 못했다. 대한배구협회는 벼랑 끝에 몰린 남자 대표팀의 '환골탈태'를 위해 박기원 감독에게 S.O.S를 요청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열고 2020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고등학교-대학교 국가 대표 14명을 선발했다. 그리고 지난 1977년 장윤창(당시 만 17세) 이후 38년 만에 역대 최연소 배구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고교 특급' 임동혁(16·제천산업고)이 주인공이다.
아직도 키가 자라고 있는 임동혁의 신장은 2m(201cm)를 넘어섰다. 또래 동료들보다 우월한 신체조건을 앞세워 고교 무대를 장악하며 박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은 많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해 무릎에 무리가 왔고 파워 역시 성인 선수들과 비교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기량이 조금 떨어지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임동혁은 "대표팀 선발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신체조건이 좋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눈에 띄기 쉬웠던 것 같다"며 "아직 부족하다. 근육이나 점프력을 더 키우고 싶다"고 '최연소 국가 대표'에 선발된 소감을 밝혔다.
<더팩트>는 지난 8일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임동혁을 만났다.

◆ 포털 사이트 보고 알았던 생애 첫 태극마크
-본인을 소개해 달라.
국가 대표로서 아직 한 게임도 뛰지 못해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포시션은 라이트 공격수다. 다른 사람보다 배구를 일찍 시작해 기본기가 좋다고 생각한다. 또래보다 키가 크다 보니 배구하기 좋은 신체조건을 가졌다.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도 키 덕분인 것 같다.
-부족한 점은.
최근 무릎이 좋지 않아 점프가 힘들어졌다. 보강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한국에선 체격 조건이 좋은 편이지만, 외국 선수들과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 웨이트를 많이 해서 파워를 키우고 싶다.
-배구를 시작한 계기는.
원래 테니스를 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키(약 157cm)가 컸는데 배구 코치의 권유로 볼을 잡았다. 당시엔 배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코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점점 배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처음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 어땠나.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직접적으로 대표팀 발탁 이야기도 못 들었다. 우연히 포털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제 이름이 있었다. 최연소 국가 대표라고 하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했는데 한편으론 부담도 됐다.
-주변 반응은.
동기, 형들 모두 축하해줬다. 감독, 코치 선생님은 축하해주기보다 너무 일찍 뽑혔다고 오히려 걱정하셨다. 아직 고등학생이니 자만하지 말라고 하셨다. 대표팀에 가서 초심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앞서가지 말고 자리만 잘 지키고 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감독, 코치님 말씀만 생각하며 운동하고 있다.

◆ '반점매력' 박기원 감독님은 '츤데레'
-대표팀 분위기는 어떤가. 군기도 좀 있을 것 같은데.
고등학교와 분위기가 다르다. 재미있게 운동하고 있다. 대표팀 최고참 선배와 6살 차이가 난다. 형들이 막내라고 잘 챙겨주신다. 사실 고등학교에도 딱히 군기란 건 없었다. 운동할 때 기본적인 것만 지키고 훈련이 끝나면 형들과 장난치면서 친하게 지낸다.
-일과는 어떻게 되나.
새벽 6시 40분에 기상한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한다.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웨이트를 하고 점심을 먹는다. 오후 훈련은 3시 30분부터 6시까지 공을 가지고 운동한다. 8시부턴 개인 훈련이다.
-무릎은 괜찮나.
대표팀에 합류해 처음엔 정상적인 훈련을 했다. 이후 진료를 받다가 무릎 부상을 알게 됐다. 현재 주사 치료를 하고 있다.
-박기원 감독은 어떻나.
아직 초반인데 일단 성격이 급하시다.(웃음) 이것저것 시키고 안되면 바로 혼내신다. 감독님의 말을 빨리 알아들어야 한다. 제가 머리가 좋지 않아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많이 혼났다. 제가 없을 땐 칭찬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앞에서는 그렇지 않다. 많이 혼난다. 제겐 무서우신 분이다.
-어떤 지적을 많이 하시나.
공격할 때 스텝을 많이 지적받는다. 외국인 선수의 블로킹을 피하려면 공을 붙이고 때리면 안 된다.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훈련을 한다. 아직 적응을 못 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스타일을 버리고 대표팀에 맞게 훈련하니 스윙폼도 교정해야 한다.
-박기원 감독의 장점은.
대표팀 감독을 오래 하셔서 그런지 확실히 다르시다. 프로, 대표팀을 맡으시면서 여러 국제 대회에 나가셨다. 세계 배구 흐름을 잘 읽으시고 배구 스타일 역시 다르시다. 대표팀에 맞춰 운동하니 처음엔 많이 힘들기도 했다. 화를 많이 내시는데 은근히 많이 챙겨주신다. 츤데레(무심한 척 챙겨준다는 뜻) 스타일이시다.
-박기원 감독을 얼마나 알고 있나.
여기서 많이 들었다. 센터 출신이시고 이탈리아에서 날아다녔다고 하신다. 보지 못했으니 믿기진 않는다. 하지만 신체조건(키 196cm, 99kg)을 보면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기는 하다.(웃음)
-대표팀에서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박기원 감독님의 '스피드 배구'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대표팀 형들과 친분을 쌓고 싶다. 마지막으로 다친 무릎이 완치되는 것이다.

◆ 김세진 감독님-문성민 선수와 함께하고 싶어요!
-진학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일단 제 결정보단 감독, 코치님의 결정에 따르고 싶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가고 싶진 않다.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대학교에서 실력을 더 쌓고 완벽한 경기력으로 프로에서 뛰고 싶다.
-특별히 가고 싶은 팀이 있다면.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김세진 감독님의 지도를 받고 싶다. 팀 분위기가 좋아 보인다. 작전 타임 때 감독님이 선수들을 친구처럼 대하는 것 같다. 무작정 화를 내기보단 잘 타이르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반대로 피하고 싶은 팀이 있다면.
**화재이다. 훈련량과 강도가 정말 심하다고 들었다.(웃음)
-롤모델이 있다면.
현대캐피탈의 문성민 선수를 좋아한다. 실력도 좋으시고 언제나 파이팅 넘치신다. TV로 볼 때마다 멋있다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정말 좋아했다.
-프로에서 상대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빨리 프로에 가서 내 실력을 테스트해보고 싶다. 현재 내 실력으로 블로킹을 뚫을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목표가 있다면.
9월에 있는 인도 대회에서 주전으로 뛰는 것이 당장의 목표이자 현실적인 목표다. 더 멀리 본다면,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해 인하대학교에 진학하고 싶다. 2020 도쿄올림픽을 경험하고 프로 무대를 누비고 싶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뛰고 싶다.

-본인에게 태극마크의 의미는.
모든 선수의 꿈인 태극마크를 어린 나이에 달았다. 미안한 마음도 있다. 솔직히 실감이 많이 나진 않는다. 국가의 부름을 받았으니 보답은 확실히 해야 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훈련하겠다.
-마지막으로 가장 감사한 사람과 하고 싶은 말은.
어머니께 가장 감사하다. 이렇게 잘 키워주셨다. 열악한 환경에서 제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언제나 고마운 마음뿐이다. 처음 국가 대표가 됐을 때 엄청 좋아하셨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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