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논란에 여론만 피해 본다
도핑 논란을 낳은 '마린 보이' 박태환(26·인천시청)을 향한 팬의 시선이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한순간에 뒤바뀌고 있다. 박태환 측에 적절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여전히 입을 다문 결과다.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영웅의 추락'을 적극적으로 변호하던 태도에 최근 오락가락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5일 조선일보는 박태환에게 약물 주사를 놓은 T병원의 김 모 원장의 말을 들어 'T병원에서 치료받은 고객에게 남성호르몬 주사라고 알린다. 박태환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밝히며 박태환이 T병원에서 진료받을 당시 남성호르몬 주사인지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박태환 측이 이미 남성호르몬인지 알면서 일부러 남성호르몬인지 되물었다는 보도 내용도 있었다. 박태환 측은 이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으며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보도가 나가자 여론은 크게 들썩였다. '가족으로 구성한 전문성 없는 박태환 소속사가 문제', '박태환에게 실망이다', '박태환 측이 각본을 짠 건 아닌지' 등 박태환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직 어떠한 것도 확실히 '사실'로 판명되지 않았으나 당사자인 박태환 측의 해명이 미미하면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여론은 정반대였다. 동아일보가 '박태환이 지난해 10월 도핑에 걸린 뒤 주사를 맞은 T병원을 찾아가 김 모 원장과 대화 내용을 녹취했다'는 보도 후 '이슈화되기 전 병원까지 찾아갔다니 진짜 억울한 거 드러났다' 등 '박태환을 믿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박태환 소속사 팀GMP의 '박태환이 도핑 양성 반응을 받았다'는 지난달 26일 발표 직후와 박태환이 지난달 20일 T병원을 상해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때도 박태환을 향한 여론은 나쁘지 않았다. 수영 영웅의 예고 없는 추락을 안타까워하며 억울한 것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 많았다.
시간이 흐른 뒤 상황이 급변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빠른 해명이 필요했으나 애매한 의견으로 논란을 키웠다. 지금까지 박태환 측의 해명은 지난달 26일 당시 '당시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왔고 병원 측의 권유로 네비도 주사를 맞았다. 주사 맞기 전 금지약물이 들어있는지 수차례 확인했다'고 내용 정도다. 평소 감기약 하나를 먹을 때도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진 박태환이다. 표지에도 테스토스테론이 들어있다고 명시된 네비도 주사를 그대로 맞은 까닭, 10번 이상 T병원에 간 것에 대한 의혹, '지난해 10월 도핑 결과를 통보받고 3개월 뒤에야 밝힌 이유'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며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근거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여론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 여론에 신뢰를 줄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과감히 밝혀야 한다. 박태환을 사랑하고 아끼는 여론의 진정성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박태환 측은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가 끝난 뒤 의견을 밝힌다는 태도다. 진실이 무엇이든 애꿎은 여론이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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