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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신년인터뷰 ⑤] '19살 탁구 에이스' 양하은 "난 끊임없이 공부하는 노력형"

양하은은 자신을 천재형보다 노력형이라고 평가했다. / 인천 = 남윤호 기자
양하은은 자신을 천재형보다 노력형이라고 평가했다. / 인천 = 남윤호 기자

'파란 양의 해' 을미년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대형 이벤트가 많았던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스포츠 세계의 잔잔한 감동 드라마가 이어진다. 굵직한 대회는 적지만 1월 아시안컵, 6월 여자 축구 월드컵, 7월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비롯해 종목별 올림픽 예선과 세계선수권대회가 치러져 열기를 더할 예정이다. 주어진 기회를 지렛대 삼아 내일의 도약으로 삼으려는 유망주들은 조용한 칼날을 간다. 이들에게 대회 명성은 중요치 않다. 모든 경기가 이름을 날릴 새로운 장이자 도전이며 과제다.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 질주하고 있는 '될성부른 떡잎'을 먼저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이미 '선배 뺨치는' 실력을 갖춘 멋진 후배들이 기지개를 켤 준비를 마쳤다. '내일은 최고'를 꿈꾸며 기량을 갈고닦고 있는 '예비 스타'들을 <더팩트>에서 <신년인터뷰> 기획 코너로 미리 만나 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인천 = 이현용 기자] 유망주가 스타가 되기 위해선 계기가 필요하다. 큰 대회에서의 경험은 성장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알을 깨고 한 단계 더 성장한 한국 탁구 국가 대표가 있다. 아시안게임 동메달부터 전국종합선수권 우승,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신인상까지 2014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양하은(19·대한항공)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양하은은 어린 시절부 한국 여자 탁구를 이끌 기대주로 각광을 받았다. 중학생 때 고등학생 언니들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잠재력을 보인 그였으나 기대만큼 빨리 성장하지는 않았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굵직굵직한 대회를 치르면서 유망주에서 스타로 우뚝 섰다. 12일 인천 서구의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만난 양하은은 지난해 좋은 기억들을 뒤로하고 여전히 탁구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만 19세에 한국 탁구의 주축이 된 양하은은 나이답지 않게 침착했다. 감정을 쉽게 나타내는 또래 소녀들과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그는 "아직 자신감이 없다. 많이 부족하다. 성장하고 있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만족보다는 '발전'을 떠올리는 그는 끊임없이 분석하고 공부하는 선수였다.

양하은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차분하고 침착하게 인터뷰를 이어 갔다.
양하은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차분하고 침착하게 인터뷰를 이어 갔다.

◆ 탁구만 바라보는 '19살 노력형 천재'

- 대회가 끝나고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나?

대회 끝나고 조금 쉬었다. 선발전이 생겨서 준비하고 있다. 9시 10분부터 준비 운동하고 한 파트가 한 시간이다. 오전에 두 파트를 하고 오후는 3시부터 다시 두 파트를 한다. 그리고 웨이트트레이닝과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조금 힘든 면도 있지만 경기가 있으니 거기에 맞춰서 하고 있다. 하루 연습해도 할 게 정말 많다.

- 연습은 만족스러운가.

잘 되고 있다. (연습 때 표정은 좋지 않아 보였다) 과거에 비해 잘 되는 편이다. 안 되면 더 표정이 난리가 난다. 연습 때 생각하고 해야 할 것이 많아서 조금 심각하다. 생각보다 탁구가 섬세한 운동이다. 조금만 힘이 더 들어가도 연결 동작에서 끊어진다. 한 가지라도 빠지면 나사가 풀린 것처럼 안 맞는다. 그 리듬을 찾아가야 한다.

- 어렸을 때부터 주목을 많이 받았다. 본인은 천재형인가 노력형인가?

나는 노력형이다. 남들보다 더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탁구를 할 때만큼은 열심히 집중하려 한다. 탁구 생각을 많이 한다. 어머니도 탁구 선수였고 밥 먹다가도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 탁구 생각을 일상에서도 많이 한다. 잠시만 탁구 생각을 안 해도 잘 안 된다. 매번 생각을 하고 쳐야 한다.

- 재능이 없었다면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시키는 대로 했다. 아버지는 정신적인 면에서 알려줬다. '포기하지 말라'고 많이 말했다. 포기하고 나오는 경기에서 정말 많이 혼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습관이 되다 보니 지금까지 포기하는 경기가 없다. 어머니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계속 말한다. 반문하는 것 없이 다 따라 했다. 그래서 좋은 선수가 됐다.

- 본인에게 국가 대표는 어떤 의미인가?

어렸을 때는 잘 몰랐다. 우리나이로 20살이 넘어가면서 중요한 건지에 대해 알게 됐다. 내 행동 하나하나가 신중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책임감이라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양하영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양하영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 AG 동메달+종합선수권 우승 '비상한 2014년'

- 아시안게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우선은 과정이 참 힘들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과 할 때의 과정도 힘들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후회가 남진 않는다. 그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후회는 없다. 단체전이 가장 아쉽긴 하다. 혼합복식에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 선수들이 워낙 잘했다. 실력이 부족했다. 단체전은 내가 넘길 수 있는 고비가 있었다. 그걸 극복하지 못해서 아쉽다. 예선전에서 일본이랑 붙었는데 내가 마지막 순서였다. 7-4로 이기고 있었는데 찬스 볼이 떴다. 그런데 그걸 못 끝내 경기가 뒤집혔고 8강에서 북한을 만나 졌다. 가장 아쉽다.

- 여자 단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장 마지막에 열렸다. 두 달 전부터 준비할 때도 단식은 1%도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누구한테나 얘기했다. 정말 편안한 마음이었다. 그 전에 다 못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응원하러 온 관중이 정말 많았다. 힘이 됐다. 하나하나 포기하지 않았고 좋은 결과가 있었다.

- 메달을 예상했나?

아니다. 시드 자체도 좋지 않았다. 원래 9번 시드였는데 싱가포르 선수가 아파서 기권해 8번 시드로 올라갔다. 9번 시드였다면 바로 중국 선수들과 경기를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전혀 생각도 안 했다. 정말 얼떨떨했다.

- 지난해 12월 종합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축하한다.

아시안게임 끝나고 스스로 심리적인 면에서 성장했다고 느꼈다.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종합선수권 단체전에서 첫 경기를 바로 졌다. 정말 '멘붕'이 왔다. 머리가 터질 정도로 탁구 생각만 했다. 공이 잘 맞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단식에서도 기대하지 않았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각오였다. 종합선수권에서는 잘한 기억이 없었다. 4번 모두 8강에서 탈락했다. '이번에도 인연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기대를 안 한 경기가 항상 잘되는 것 같다. 우승하고 나니깐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해 보답 받는 기분이었다.

- 과정이 쉽진 않았다.

8강이 가장 힘들었다. (박)영숙 언니와 했다. 정말 어렵게 이겼다. 계속 리드했다. 마지막 세트에 7-2로 이기다가 8-9로 역전을 당했다. 거기서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져도 여한은 없다라는 마음은 있었다. 그렇게 쫓기다 보면 힘이 들어가는데 '이렇게 하다 져도 후회는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것을 넘기니깐 편안해졌다. 준결승 (전)지희 언니와 경기도 어려웠는데 마음이 덤덤했다. 탁구는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 조급해지면 안 된다. 항상 차분해야 한다. 그 부분이 아시안게임 끝나고 많이 좋아졌다. (서)효원 언니랑 할 때에는 정말 편안한 상태였다.

- 공이 바뀐 첫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나에게 불리한 것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공이 바뀌면서 연결이 많이 된다. 나의 장점이 연결력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하나를 더 받을 수 있어진 것 같다. 서브 리시브 같은 초구 변화가 많지 않다. 모든 변화가 폭이 줄어들었다. 그 면에서 덜 자극을 받는다. 내가 키가 커서 공을 때리는 타점이 높다. 위에서 치다 보니 상대방이 밀리는 것이 있는가 보다.

- 지난해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솔직히 그렇게 큰 상인 줄 몰랐다. 갔는데 정말 사람들도 많고 규모가 컸다. 높으신 분들도 많고 수상자들도 화려했다. 부담됐다. 아시안게임 동메달로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대회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잘했다고 주니깐 '이걸 받아도 되나'라고 생각했다. 너무 굳어서 수상 소감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올림픽에서 잘하겠다고 말했다.

양하은은 2015년 랭킹을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양하은은 2015년 랭킹을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 양하은의 2015년 목표 '세계 수준으로 도약!'

- 올 시즌 본인이 목표로 삼는 대회가 있나?

국가 대표 선발전을 잘해서 세계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아시아선수권도 있다.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랭킹 관리가 중요하다. 시스템이 바뀌어서 자동 출전권을 2명씩 줬는데 지금은 그것이 없어졌다. (지난해 20위가 목표였다. 올해는 10위를 노리나?) 그러면 좋겠다. 랭킹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효원 언니는 수비형 선수다 보니깐 하위권 선수들에게 지는 경우가 없다. 나는 공격 선수라 상대성이 있다. 하위권 선수들에게 지지 않고 랭킹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 본인의 장단점을 설명해 달라.

나는 정면 돌파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상대방 경기를 보고 약점을 공략한다. 경기 전에 분석을 많이 한다. 비디오를 찾아봐서 코스나 구질에 대해 고민한다. 분석적으로 접근한다. 연결력이 좋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보기와 다르게 구질이 까다롭다는 말도 들었다. 회전과 박자 변화에 능한 편이다. 경기 운영 능력이 좋다. 다른 분들이 보면 머리가 좋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머리가 터질 것 같다.(웃음) 머리를 많이 쓰는 스타일이다. 단점은 상대성이 다른 선수와 할 때 고전한다.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 자신감이 없다 보니깐 경기 때는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실력이 부족하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중국 선수들은 자신에 대한 흔들림이 없는데 나는 내 것이 불안할 때가 있다.

- 어린 나이지만 침착한 것 같다.

그렇다.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경기에서 파이팅이 많은 스타일도 아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내가 몸이 달아오르면 달려들어서 경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한다. 최대한 감정을 조절하려고 한다.

- 서효원과 한국 여자 탁구 1인자를 두고 다투고 있다.

효원 언니랑은 재작년까지 그렇게 친하진 않았다. 같은 방을 쓰는 것도 아니고 해서 기회가 없었다.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세계 대회 출전하면서 같은 방을 썼다. 의지를 많이 했다. 서로 안 되는 것, 잘 되는 것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지금은 서로 응원하고 있다. 올림픽을 함께 출전해야 하니깐 둘 다 잘했으면 좋겠다. 라이벌이라기보다 파트너다. 효원 언니는 나보다 안정감이 뛰어나다. 세계 대회에서 잘한다. 뛰어난 선수다. 나는 그렇지 않다. 지금 성장하고 있다.

-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중국을 넘어야 한다.

중국을 상대로 고전하는 이유는 20~30%가 정신적인 부분이다. 기술적인 면이 70% 이상이다. 같이 쳐 보면 구질이 다르다. 실책들이 없다. 내가 잘해서 득점을 해야 한다.

- 우리나라에 중국 귀화 선수가 많다.

귀화 선수들이 오는 것에 대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 자극을 받고 경쟁을 한다. 우리가 귀화 선수들에게 국가 대표로 밀리면 안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대표팀 대다수가 귀화 선수였던 적도 있었다. 일본은 귀화 선수가 제한이 많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아니다. 밀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 본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내가 6세일 때부터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뒀다. 계속 내 뒷바라지했다. 무조건 가족이 먼저다. 언니에게 미안한 것도 있다. 아버지, 어머니가 바라는 것도 내가 잘하는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는 탁구다. 세 번째는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가 안 좋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평상시에도 상대방 기분을 맞춰 주려고 노력한다.

sporg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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