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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의 눈] 여자 체조 꿈나무 뇌출혈 사고 은폐·조작 의혹! '사라진 골든타임 32분'

  • 스포츠 | 2014-07-05 12:00

김지현 양이 사고 13개월 후인 지난해 3월 병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 씨 제공
김지현 양이 사고 13개월 후인 지난해 3월 병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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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포항=이현용 기자] 2년 전 발생한 체조 유망주의 사고를 두고 피해자 가족과 학교 재단 측이 대립하며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사고 시간부터 결정적인 증거인 CCTV까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주장이 엇갈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과연 어떤 일이 잘못됐기에 한 어린 체조 꿈나무의 시련은 계속 되고 있는 것일까.

2012년 1월 26일. 포항제철서초등학교에 다니는 13살 여자 체조 유망주가 쓰러졌다. 김지현(15) 양은 포철중 체조전용경기장에서 훈련 도중 넘어지며 머리에 큰 충격을 입었다. 일어나 다시 훈련에 나섰지만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며 힘을 잃었다. 점점 의식은 사라졌고 구급차로 이송돼 장장 4시간의 대수술을 받았다. 병명은 뇌출혈(외상성 급성경막하혈종, 중증 뇌부종)이었고 약 40일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긴 시간 잠들어 있던 지현 양은 힘겹게 깨어났지만 몸 상태는 예전과 많이 달랐다. 뇌수술로 머리 한쪽은 움푹 패여 있고 눈은 사시가 돼 제대로 사물을 볼 수 없다. 몸이 마비되어 대소변을 가릴 수 없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어려웠다. 사시 교정 수술을 받았고 7월 현재까지도 병원을 다니고 있다. 지현 양은 상태가 호전돼 학교에 복학했지만 인지장애를 앓고 있다. 남들에게 쉬운 일이 그에겐 매우 어렵다.

약 1년 4개월 동안 지현 양의 가족은 학교를 운영하는 포스코교육재단과 경북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2000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충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원이 끊겼다. 지현 양의 아버지 김규 씨는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재단 측의 자세에 깊은 상처를 받아 긴 싸움을 시작했다. 현재 지현 양의 신체 감정을 의뢰한 상태로 법원의 1심이 열리지는 않았다. 변호사 간의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김규 씨는 "치료비 지원이 끊기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지난 1971년 포스코가 직원들의 자녀 교육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했다. 초·중·고를 연계한 축구, 야구, 체조 3개 종목, 14개 팀을 육성하여 전국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고 많은 국가 대표 선수를 배출했다. 특히 정동화 대학체조협회장이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3월까지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을 정도로 체조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물론 큰 사고에 대해 가슴 아파하기는 재단 측과 학교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고 후 취하고 있는 자세는 피해자들의 의견과 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피해자들은 사고에 대한 은폐와 조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학교와 재단은 사고 원인에 대해서 "큰 문제가 없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더팩트>는 여러 각도에서 서로 다른 주장에 대해 확인 취재를 했다. 사고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부분 가운데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은 크게 3가지. 사고 발생 시간, CCTV, 그리고 치료비 부분이다.

◆ 정확한 사고 발생 시간은? '사라진 골든타임 32분'

지현 양은 사고 당시 촌각을 다툴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길고도 긴 시간인 '32분'이 사라졌다. 구급차에 실려온 지현 양의 수술을 집도한 제주 S중앙병원 신경외과 백병석 과장(당시 포항 성모병원)은 "급성 외상성 뇌출혈 환자에게 5~10분은 10년의 가치가 있다. 32분은 생명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시간이고 지현 양에게 마비 증세가 남은 것처럼, 시간에 따른 후유증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과 재단 측이 주장하는 사고 발생 시간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큰 부상으로 의식이 없는 지현 양의 상태는 심각했다. 촌각의 시간이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무엇보다 '골든타임(의학적으로 환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의학적 처치가 시행되어야 하는 제한시간)' 확보가 시급했다. 백병석 과장은 "응급실에 왔을 때 지현 양은 양쪽 동공이 열려 사망하기 직전의 혼수상태였다. 처음에는 한쪽 동공이 열리고 심하면 양쪽이 다 열린다. 급성 경막하 출혈로 뇌가 왼쪽으로 많이 밀렸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현 양의 아버지 김규 씨는 "사고 발생 시간이 잘못 보고됐고, 보고된 시간은 이미 지현이가 혼수상태로 접어든 시점"이라고 말했다. 빠른 대처가 있었다면 심각한 부상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김규 씨의 주장이다.

재단 측은 정확히 시간을 기록했다는 입장이다. "오후 6시 20분에 김지현 양이 착지 동작에서 매트에 머리를 부딪쳐 잠시 휴식을 취했고 지도자는 그만하라고 지시를 했다. 4분 뒤 지현 양은 같은 동작을 시도했고 다시 머리를 다치면서 호흡곤란, 구토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래서 오후 6시 32분 응급조치 및 119에 신고를 했고 10분 뒤 구급차가 왔다. 47분엔 포항성모병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오후 7시 20분 보호자가 와 수술에 동의했으며 오후 7시 30분부터 3시간 50분 동안 뇌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재단 측이 주장하는 사건 발생 시간.
재단 측이 주장하는 사건 발생 시간.


반면 김규 씨는 "오후 7시 11분에 체조 감독에게 전화를 받았고 택시를 타고 급하게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전화로 수술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백병석 과장도 "그때 내가 직접 전화를 했다. 당시 정말 의아한 것은 아이가 혼수상태로 실려왔는데 왜 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었다"며 김규 씨 주장을 뒷받침했다.

당시 지현 양과 함께 훈련했던 선수들은 '오후 6시'에 사고가 났다고 기억했다. 당시 체육관에 있던 선수 가운데 3명은 진술서에서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면서 운동을 한다. 당시 사고가 난 시간은 오후 6시 정도였다. 매일 훈련이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가 본 시간이 정확하다"고 증언했다. 결국 현장에서 있던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고 시간은 6시, 재단 측이 주장하는 신고 시간은 6시 32분이다. 엇갈린 주장 속에 '32분'이 사라졌다.

사고 당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한 선수의 진술서.
사고 당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한 선수의 진술서.


구급활동일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신고 시간(32분)과 출동 시간(33분), 구급차 도착 시간(36분), 병원 도착 시간(48분)이다. 그 외의 시간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 CCTV 논란 "조작했다" vs "학부모가 늦게 봤다"

체육관에는 4대의 CCTV가 있다. 하지만 현재 동영상 원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4분 29초짜리 편집된 영상만 존재한다. CCTV에 대한 생각도 피해자 가족과 재단 측이 완전히 다르다.

김규 씨는 "처음 재단을 방문해 본 동영상은 2분여의 짧은 것이었다. 동영상에는 날짜도 시간도 없었다. 두 번의 충돌 장면과 구급요원이 지현이를 옮겨가는 장면만 담겨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장학사와 다시 재단을 찾았다. 그런데 2분짜리 동영상만 있다는 재단의 주장과 달리 4분29초의 영상이 있었다. 재생 시간은 늘어났지만 중간에 빠르게 감은 화면이 있는 등 정확한 상황과 시간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재단 측에서 의도적으로 CCTV 영상을 숨기고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영상] 사고 당시 CCTV(http://youtu.be/kToapMnnMiw)


재단 측은 "현장에는 화재 및 도난 등을 예방하기 위해 CCTV가 설치돼 있다. 사고 당시의 CCTV 영상이 있다는 것을 학부모에게 말하며 확인할 것을 권유했지만 보기를 원치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어서 "2013년 1월에 학부모의 요청으로 재단 내부 보고용으로 축약된 자료를 전달했다. CCTV 자료를 본 학생의 부모는 사고 발생 이후 현장 대처가 많이 지체됐는데 재단에서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영상을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CCTV 자료를 분석해 보면 1·2차 점프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구급차 호출 시간은 119에서 확인한 결과 사고 현장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현 양의 부모에게 사고의 자세한 장면을 보여주기를 바랐으나 그들이 거부한 뒤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재단의 주장이다.

◆ 치료비에 대한 '엇갈린 의견'

치료비에 대한 가족과 재단의 의견도 다르다.

재단 측은 서면으로 지원 금액에 대해 밝혔다.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재단은 치료비 620만 원, 교통비 330만 원을 포함해 성금과 안전공제회에서 지불한 액수를 합쳐 4600만 원을 지원했다. 재단 측은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치료비 이외에 병원에서 발생하는 식사 비용, 15일간 간병인 비용, 보조기구 구입비 등 약 500만 원을 지원하였고 치료비 가운데 급여 부분은 경상북도학교안전공제회에서 1590만 원 전액 지원하고 보호자 식대와 상급 병실료 등에 해당하는 비급여 부분은 재단에서 전액인 620만 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재단 측이 밝힌 치료비 지원금 내역.
재단 측이 밝힌 치료비 지원금 내역.


이어서 재단은 '지현 양의 가족이 민사 소송을 제기(2013.6.5)했고 1심 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손해배상 소송 중인 사고에 대해서는 판결 금액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치료비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학부모에 의해 소송이 제기된 상태에서 도의적, 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항을 더 이상 찾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피해자 가족은 거세게 반박했다. 김규 씨는 "재단이 밝힌 금액은 터무니없는 액수다. 학교에서 모금한 성금과 자발적 성금 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치료비, 교통비 등은 크게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못했다. 소송을 맡은 법률사무소 '히포크라'는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학교 측 재단과 학교안전공제회, 개인(당시 담당 코치, 교장)에 대한 소송이다. 아직 신체 감정 회신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여서 청구 금액이 얼마쯤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재단 측이 주장하는 금액이 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학교의 안전불감증과 체육회·협회의 무관심

지현 양의 사고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학교의 안전불감증과 대한체육회와 대한체조협회의 무관심이다. 학생의 안전을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할 학교가 그 구실을 못했고, 사고 이후에도 뚜렷한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체육회와 협회는 진상 규명 및 예방 대책 마련보다 '권한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2장 제5조(학교안전사고의 예방에 관한 책무)에는 '①교육부장관,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 및 특별자치도의 교육감, 학교장 및「사립학교법」의 규정에 따라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자는 학교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학교시설을 안전하게 관리·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학교가 안전한 장소가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변하는 법률이다. 가족은 지현의 사고가 학교의 사고 예방 부실로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고로 환경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선수들은 위험을 안고 운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체육회와 체조협회의 무관심도 도마에 올랐다. 김지현의 가족과 재단이 긴 싸움을 이어오고 있지만 협회와 체육회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조협회는 지현의 사고에 대해 "우리는 조사 권한이 없다. 학교가 협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도 없다"며 발을 뺐다. 체육회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56개 단체, 15만 명의 선수가 소속돼 있다. 경기단체에서 이 선수들을 관리한다. 과거 대한체육회 정관에는 경기단체를 '지도·감독한다'라고 명시가 돼 있었지만 권위적이라는 비판에 '지원 육성'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어린 나이의 학생들이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가운데 올림픽 챔피언을 꿈꾸던 한 체조 유망주와 가족들은 세상의 두꺼운 사회적 틀과 맞서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sporg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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