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일 기자] '4년 만에 세계선수권 제패, 日 아사다 마오를 이겨라?'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겨 여왕' 김연아(23)가 2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다. 과연 그가 은반 위에서 어떤 연기로 다시 한 번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안겨다 줄 수 있을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연아는 13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 조 추첨에서 번호표 14번을 뽑았다. 15일 오전 1시 47분 3조 3번째로 연기를 펼친다. 4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 탈환이자 여왕의 귀환을 알리기 위한 시동을 걸게 된다.
대회 직전부터 김연아는 전 세계에서 모인 취재진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긴 공백을 깨고 흠이 없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김연아에 대해 다수 외신은 '김연아의 우승은 떼 놓은 당상'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와 아사다 마오(일본) 등 우승 경쟁자들은 다소 섭섭하게 느낄 법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웃 나라' 일본 역시 자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면서도 김연아의 등장에 잔뜩 긴장했다는 것이다. 최근 보여준 김연아의 경기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항간에 불거진 '체력 문제'를 들먹이며 자국 선수들의 선전을 바라는 눈치다. 분명 대다수 언론은 이번 대회가 '김연아로 시작해 김연아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김연아의 경기 결과에 가장 웃고 우는 것은 고국의 팬들이다. 김연아의 첫 점프 시도부터 가장 마음 졸이는 것도 대한민국 사람이다. 그런 가운데 엄청난 관심은 자칫 독(毒)이 될 수 있다. 김연아를 바라보는 우리 내의 시각이 더욱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김연아는 이미 이룰 것을 다 이룬 세계 최고의 피겨 선수다. 주니어 때부터 주목받은 그는 시니어 데뷔 이후 2009년 로스앤젤레스 세계선수권대회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연달아 제패했다. 세계 챔피언과 올림픽 챔피언의 타이틀을 거머쥔 김연아다. 특히 밴쿠버 올림픽 때 세운 228.56점은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불멸의 대기록이다. 그런 그가 2년 만에 선수 복귀를 선언한 것을 두고 국내에서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김연아가 은반 위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피겨를 향한 진정성이었다. 많은 운동선수는 올림픽 우승 등 최고의 타이틀을 거머쥐면 이후 허탈감과 무력감, 공허함이 찾아온다. 평생 운동을 하며 목표를 지향해 온 그들이 새로운 동기부여를 찾는 과정에서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김연아 역시 남모를 고통을 감수하며 은반 위에서 생활한 과거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은반 위에서 겪은 인내의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이었음을 알았을 것이다. 딜레마를 극복한 김연아는 당당히 선수 복귀 선언을 한 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웃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 최초의 올림픽 2연패다. 올림픽에서 2연패 이상의 성적을 거둔 선수는 소냐 헤니(3연패·노르웨이)와 카타리나 비트(독일)뿐이다.
즉,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소중한 과정'이다. 라이벌로 불리는 아사다 마오도 이미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올림픽에선 참혹한 결과를 얻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모두 소치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소치를 향한 과정쯤으로 여길만하다. 물론 이번 대회의 성적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세계선수권대회가 갖는 권위와 상징은 무시할 수 없다. 올림픽을 앞두고 실질적인 경기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소한 김연아에겐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4년 전과 전혀 다른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가벼우면서도 확고한 중심이 있는 성숙한 정신력이다. 2009년 우승 당시엔 세계선수권대회 제패 경험이 없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이 붙기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 그 이상도 아니다. 4년 만에 우승, 2위 안에 들면 올림픽 티켓 3장(3위부터 10위까지 2장)을 얻어 후배들의 길을 터준다는 것, 광고계의 입지를 더 넓힐 수 있다는 것, 우승 상금 4만 5000만 달러(약 5000만 원) 획득 등 부수적인 결과도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치를 향한 예열의 과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수 복귀 기자회견에서 "소치에선 금메달을 따겠다는 생각보다 경기를 즐기고 싶다"고 말한 김연아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자칫 지금껏 이뤄온 수많은 업적에 흠이 갈 수 있는 도박 같은 선택을 한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즐기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과정이 소중한 만큼 결과가 소중하다. 세계선수권대회는 소치를 향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생각할 때 오히려 그가 이번 대회에서 얻고자 하는 유무형의 결과 그 이상을 안겨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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