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유성현 기자] 외모만 보면 연예인이 따로 없다. 2m의 큰 키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 얼굴은 다비드상을 닮은 '조각외모'라 불린다. 여기에 새 시즌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을 정도로 능력까지 갖췄다. 이 선수가 코트에 나서면 많은 여성팬들이 경기장으로 몰려들 정도다. 배구얼짱을 넘어선 완벽남, 김요한(26․LIG손해보험)의 이야기다.
런던 올림픽의 막바지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8일, LIG손해보험 배구단의 훈련장에서 김요한을 만났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말까지 청산유수다. 심지어 자신의 연애관까지 솔직하고 거침없이 털어놨다. 외모로 인한 편견도 있었지만 노력으로 돌파했다. 새 시즌 '연봉왕'에 오른 그는 천상 배구인이었다. 프로 데뷔 6년째, 어느덧 그에게도 베테랑의 향기가 짙게 풍겼다.

◆ 못내 아쉬운 런던행, "그래도 여자배구-김연경 최고!"
-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런던올림픽 소식은 관심 있게 보고 있는지?
오전에 운동하고 오후엔 치료받고 재활을 하다보면 하루가 간다. TV 볼 시간도 별로 없다. 축구가 화제던데 새벽에 하니까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올림픽 뉴스만큼은 인터넷을 통해 꼭 체크해왔다.
- 남자배구가 런던 입성에 실패한 상황에서 여자배구의 선전을 보는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연습 때문에 경기를 제 시간에 보진 못한다. 그래도 뉴스는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여자 배구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남자 배구도 함께 무대에 섰더라면 좀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많다. 특히 김연경 선수의 활약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 팀을 이끈 김연경의 기량, 어떻게 봤는가.
김연경 선수는 프로에 발을 딛자마자 팀을 우승으로 이끌 정도로 원래 좋은 실력을 갖췄다. 여기에 해외에 진출해 2년 동안 활약하면서 실력이 꽃을 피운 것 같다. 신체적인 조건이나 실력이야 원래 좋았지만 외국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한 단계 더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다. 이제는 완숙한 기량까지 뽐내는 것 같다.
- 김연경처럼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없나?
대학교 땐 욕심이 있었다. 진출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됐다. 우리나라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외국으로 갈 수 있는 제도가 없다. (문)성민이도 외국을 갔다 왔지만 휴학 중에 다녀왔다. 정당하게 나갈 수 있는 방법은 FA 자격을 얻는 일 뿐이다.
- 배구는 다른 종목보다 비교적 선수수명이 짧다. FA로 해외진출을 노리기엔 힘들지 않나?
그렇다. 6년을 활약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FA 자격을 얻고 나면 남자는 30대에 접어든다. 사실상 해외 진출이 힘든 나이다. 실력이 되고, 해외 구단에서도 원한다면 대학 졸업 이후 갈 수 있는 선수는 길을 열어주는 게 한국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나간다면 빠른 적응에도 도움이 되고 실력도 더 일찍 늘 수 있다.
-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건 선수로서 매우 큰 소득인 것 같다.
(문)성민이랑 저랑 두 명은 그때 대학생 신분이었다. 그때 금메달로 지금 예비군 훈련을 다니고 있다.(웃음) 그땐 가슴으로 와닿지 않아 좋은지도 잘 몰랐다. 근데 제 주변에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군대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는 걸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은 '다행이다'고 느낄 정도다.(웃음)

◆ '연봉왕'의 자부심 "많이 받는 만큼 잘할 것…챔피언전 가자!"
- 다음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게 된다. 미래를 생각해볼 시기일 것 같은데?
아직 1년 뒤의 이야기니까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다. 난 '내년엔 FA니까 어떻게 하겠다'는 그런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먼 미래의 일보다도 당장 닥친 일에 집중하는 편이다. 지금은 이번 시즌에 팀이 우승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 FA가 된다는 것만 알고 있는 상태고, 어떤 계획도 가지고 있진 않다.
- 프로 데뷔 6년차, 지금 팀에 대한 애착도 많을 것 같다.
두 시즌 전에는 시즌 중에 발목 피로골절로 뼈가 많이 망가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우리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처음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수술을 받고 두 달 만에 복귀했다. 모든 트레이너와 의사 선생님들이 다 반대했다. "운동을 10년을 할 거라면 절대 지금 급하게 나서면 안된다. 1, 2년 하고 더 망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난 당장 앞에 놓인 일만 보였다. 뼈 붙는 것만 해도 두 달이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열심히 재활해서 코트에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팀에 애착이 크다.
- 그 마음이 좋은 활약과 연봉으로 이어진 것 같다. 새 시즌 연봉왕에 오른 소감은?
연봉은 하는 것만큼 받는 건데, 팀 성적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꼴찌하고도 최고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 열심히 했던 걸 팀에서 알아준 것 같다. 부담을 잘 느끼지 않는 스타일이다. 많이 받는 만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지난 시즌 토종선수 중 득점 1위에 오를 정도로 용병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쳤다.
자부심이 있기 보다는 꽤 난감했다. 팀 성적이 꼴찌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 등 기록도 세웠기 때문에 가슴 한 켠에는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팀 성적이 많이 좋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지난 아쉬움은 잊어버리고 새 시즌에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스스로 현재 기량이 전성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어렸을 때는 패기로 하고, 나이가 들어 힘이 떨어지면 노련미로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하면 두 시기가 어느 정도 겹치는 때도 있는 것 같다. 공격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가 힘과 노련미를 갖추면서 시야까지 넓어지는 전성기라고 본다. 저도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지금이 전성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 팀 성적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 요소는 여전히 용병의 성적이다. 새 용병과 호흡은 잘 맞추고 있나.
새로 온 용병은 정상적인 연습보다는 몸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쿠바 출신이다보니 흑인 특유의 탄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보인다. 신체적 능력 자체는 역대 최고라 본다. 균형잡힌 체격에 타점도 높아 팀이 거는 기대가 크다. 그래도 시즌 예상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새 시즌에는 4강 진입보다도 챔피언전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 "공개연애는 더 이상 안 해…현재 결혼 전제로 교제 중"
- 빼어난 외모 탓에 실력이 과소평가 받는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나?
예전엔 그랬다. 프로 입단 직전에 큰 부상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때 얼굴로 유명해졌다는 거품론이 일었다. 대학교 때 대표팀에 뽑힌 것도 '얼굴 때문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선수를 어떻게 얼굴만 보고 뽑겠나. 배구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유가 있는데, 그런 말을 듣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것들이 이를 악무는 계기가 됐다.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정말 열심히 했다.
- 그래도 선수촌에 소집되면 여자 선수들에게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
그런 소리를 듣긴 들었다. 근데 왜 티가 안 날까.(웃음) 식당에서는 선수들이 다 모이는데 전혀 모르겠다. 인사만 하고 지나치는 정도다. 가끔 물리치료실에서 선생님들이 '너 인기 많더라'고 이야기를 해줘서 알지, 직접적으로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다. 몇몇 여자 배구선수들하고는 친분이 있다. 특히 (한)유미 누나랑은 친구처럼 지내면서 예전부터 고민 상담도 많이 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서로 격려해주는 사이다.
- 문성민과 한선수, 그리고 본인 중 가장 외모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각자 개성이 다 틀린 만큼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한)선수는 얼굴도 하얗고 곱상한 스타일이지만 속에서 승부욕을 불태운다. 결혼했어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것 같더라.(웃음) 저는 우선 피부가 까맣고 어딜 가는 밝게 지내려 하는 성격이다. (문)성민이는 과묵한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쾌활한 장난꾸러기다. 후배들이 힘들어할 정도로 짓궂은 장난을 많이 한다. 외모는 누가 더 잘생겼다고 따지기 힘들다. 보는 사람들의 판단에 맡길 뿐이다.(웃음)
- 만약 배구선수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
정말 배구 이외에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다른 운동을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 평소에도 배구 말고는 관심 있는 게 거의 없다. TV도 잘 안 보고, 게임도 안 한다. 매일 바빠서 관심을 다른 것에 쏟을 시간이 없는 편이다.
- 그렇다면 여가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거의 여자친구와 데이트한다. 그것도 시간이 잘 안 나서 시간을 정말 소중히 쓰고 있다. 여자친구는 모델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지 알려달라고 해도 알려주지 않겠다.(웃음) 이제 나이가 있기 때문에 여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다. 예전에 연애할 땐 결혼 생각이 크게 없었는데, 지금은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하나 둘 결혼하다보니 서서히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
- 여자 친구의 존재를 늘 솔직하게 말하는 편인 것 같다. 만난 지는 얼마나 됐나?
만난 지는 한 250일 정도 된 것 같다. 원래 숨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예전에는 개인 미니홈피에도 여자친구의 존재를 공개했었다. 그래서 제가 따로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도 기자 분들이 사진들을 보고 기사를 내주시더라.(웃음) 기사가 쏟아지듯 나와서 검색어 1,2위를 저랑 예전 여자친구가 번갈아 올랐던 적도 있다. 어떤 경기를 이겨도, 활약이 얼마나 좋았더라도 열애설 하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더라. 대중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그때 알게 됐다.
- 예전엔 여자친구와 만남과 결별이 모두 보도돼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공개연애 할 마음이 없을 것 같은데?
맞다.(웃음) 그래서 미니홈피를 탈퇴해버렸다. 페이스북 등 다른 것들은 아는 사람들만 볼 수 있게 했다. 연애사가 공개되는 건 그리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는데, 나중에 연관검색어에 이름이 뜨는 것처럼 후유증이 있더라. 만약 결혼까지 이어진다면 문제가 없지만, 헤어진 뒤 새로운 여자친구가 그런 걸 봤을 때 기분이 안 좋지 않겠나. 전 여자친구도 평생 그렇게 이름이 남는 것 아닌가.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텐데 예전일로 좋지 않은 추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조심하게 됐다. 연애 이야기보다는 좋은 활약으로 팬들과 만나고 싶다.(웃음)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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