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산이 변하고도 2년이 더 흘렀다. 중국 국적의 소녀는 이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탁구 여자대표팀 석하정(28.대한항공)의 인생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다. 지난 2000년 15살의 어린 나이에 대한항공 연습생으로 한국 땅을 밟은 뒤 물 설고 낯선 곳에서 야생화처럼 꿋꿋이 잘 버텼다. 부모님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였지만 탁구에 인생을 걸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버팀목 삼아 인고의 세월을 무던히도 잘 견뎌냈다.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 물론 이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무대에 나설 수 없다는 게 가장 서럽고 고통스러웠다. 2007년 8월 대한민국 국적을 얻을 때 까지 그는 무려 7년간 공식경기에 나설 수 없는 '얼굴 없는' 훈련 파트너로 지내야 했다. "가슴에 피는 끓고 있는데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심정이란…." 옛 시절을 떠올리던 그의 눈가에 설핏 물기가 비쳤지만 이내 달덩이 같이 환한 표정으로 가슴 벅찬 미래를 그렸다. "대한민국을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에 반드시 메달을 선물할거에요."
2012 런던올림픽 여자대표팀에 마지막 세번째 선수로 승선한 석하정은 일본 고베에서 열리는 일본오픈 본선에 앞서 당찬 올림픽 출사표를 던졌다."제가 큰 경기에서는 집중력을 잘 발휘하기 때문에 올림픽에선 자신이 있어요."
'만리장성' 중국을 깰 한국의 스페셜리스트로서는 석하정 만한 카드가 없다. 이미 국제무대에서도 입증됐다. 2010 세계팀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중국의 리샤오샤(세계랭킹 3위)를 3-2로 꺾었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중국과 준결승에서는 류스원(세계랭킹 2위)을 3-2로 격파해 스페셜리스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석하정이 이겼던 두 선수는 런던올림픽 중국 여자대표팀 멤버에 포함돼 있다.
여자대표팀 강희찬 감독은 "석하정은 파워와 감각을 겸비한 몇 안되는 선수"라고 극찬하며 런던올림픽에서 그의 활약을 크게 기대했다. 석하정의 플레이 스타일은 아지자기한 다른 여자 선수와 달리 호쾌하기 그지없다. 172㎝ 62㎏의 탄탄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파워 드라이브는 세계무대에서도 결코 빠지지 않는 위력적인 무기로 통한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마지막은 늘 해피엔딩이다. 12년을 기다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신데렐라' 석하정이 런던올림픽에서 인생 최대의 해피엔딩을 준비하고 있다. 고베(일본) | 고진현기자 jhk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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