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현 기자] 결국 조광래(57) 감독도 '독이 든 성배'를 피해가지 못했다. 7일 대한축구협회가 조 감독을 경질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지난 17개월 간 한국 축구대표팀에 덧칠해 온 조광래식 만화 축구도 막을 내리게 됐다.
이번 조 감독의 경질은 그간 월드컵 직후 차기 대회를 준비하는 과도기에 지휘봉을 잡았던 전임 감독들의 운명과 무척이나 닮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사령탑에 올랐던 움베르투 코엘류(61·포르투갈) 감독은 거스 히딩크 전임 감독이 이뤄 놓은 엄청난 성과와 끊임없이 비교 당하며 자신의 색깔을 다 펼치기도 전에 중도 하차의 설움을 맛봤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잡았던 핌 베어백(55·네덜란드)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아시안컵 성적 부진으로 차기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채 조기 경질됐다. 이보다 앞선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던 박종환(73) 감독도 1996년 아시안컵에서 이란에 2-6 참패한 뒤 귀국해 곧바로 옷을 벗었다.
조광래 감독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행을 이룬 허정무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조 감독은 취임 첫 날부터 '스페인식 패스축구'를 강조하며 한국 축구의 체질 변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구체적인 목표도 분명했다. 4년 뒤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 8강 진출이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떠난 '영원한 캡틴' 박지성과 '정신적 지주' 이영표의 빈 자리는 컸다. 조 감독은 자신의 철학이 담긴 '만화 축구'를 구현할 적임자들을 수시로 체크했지만 차출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노출된 불안정한 전력도 수시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8월 한일전 0-3 참패 이후부터는 서서히 경질 여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부는 조 감독에게 도저히 차기 월드컵 본선까지 한국 축구를 맡길 수 없다는 서명 운동까지 벌였다.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승점 10점(3승1무1패)로 B조 1위를 기록 중이지만 위태로운 선수 수성이었다. 결국 차기 월드컵을 향한 조 감독의 도전은 밑그림만 그려진 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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