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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손흥민 시즌Ⅱ] '절치부심' 손흥민 "A매치·올림픽 팀 경기 보면서"…①





▲ 23일 독일 출국을 앞둔 함부르크SV의 손흥민
▲ 23일 독일 출국을 앞둔 함부르크SV의 손흥민

[춘천=유성현·김용일 기자] "너는 한국 축구의 별이 될 거야."

축구 대표팀 은퇴를 앞둔 캡틴은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은 막내와 한 방을 쓰며 진심 어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 경력의 마지막과 시작, 그 접점에서 만난 두 선수에게는 띠 동갑에 가까운 나이 차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 한번 뿐이었던 둘의 만남은 비록 짧았지만 극적이면서도 강렬했다. 한국 축구 도약의 시대를 이끈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한국 축구의 미래로 일컫는 손흥민(19·함부르크 SV)의 이야기다.

지난 1월 열린 아시안컵에서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은 자신의 뒤를 이을 선수로 주저 없이 손흥민을 꼽았다.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손흥민의 잠재력을 한눈에 알아봤다. 함부르크 구단 역사상 최연소 득점, 분데스리가 전반기 최우수신인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더니 모두가 탐내는 '박지성의 후계자'로 낙점된 것이다. 단 1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손흥민을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기대는 곧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시안컵을 전후로 손흥민의 행보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리그 7경기 연속 출장을 기록하며 3골을 터뜨렸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는 주로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시즌 막판까지 더 이상 골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주변의 관심도 서서히 식어 가며 '거품 논란'까지 등장했다.

유럽 1부 리그 첫 시즌을 보낸 손흥민은 18살이라는 나이에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경험하는 특별한 길을 걸었다. 5월 15일,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손흥민은 고향 춘천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곧바로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시차 적응할 틈도 없이 자신이 꿈을 키운 춘천 공지천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5주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버지이자 춘천 FC 유소년 축구단을 이끌고 있는 손웅정(49) 감독의 지도 아래 구슬땀을 흘렸다. 어느덧 출국 날짜가 다가온 지금,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7kg이나 감량했다. 정신은 시나브로 전투력과 투쟁심으로 똘똘 뭉쳤다.

섭씨 34도를 오르내리며 폭염 주의보가 발령된 20일 오후 춘천 공지천에서 손흥민을 만났다. 하루 동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까이서 지켜보노라니 새 시즌의 기대가 점점 높아졌다.





▲ 귀국 이후 5주 동안 매일 강훈련을 한 손흥민
▲ 귀국 이후 5주 동안 매일 강훈련을 한 손흥민

◆ 귀국 후 맹훈련 돌입 "A매치-올림픽팀 경기 보면서…"

강렬히 내리쬐는 햇볕 아래 특유의 간결한 몸놀림으로 슈팅 훈련을 하는 갈색머리 청년. 멀리서 바라봐도 손흥민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도 날선 눈빛으로 공의 임팩트 지점을 바라보며 매서운 슈팅을 날렸다. 공은 연신 골문 구석에 꽂혔다. 그렇게 수백 개의 슛을 때리고 나서야 오전 훈련이 마무리됐다.

축구화를 벗고 휴식을 취하는 손흥민의 발을 보니 양말을 경계로 흑백의 대비가 선명했다. 1998년 미LPGA 투어 US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가 트러블샷을 하기 위해 양말을 벗을 때 드러났던 하얀 발과 비슷했다. 그간의 혹독한 훈련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귀국 전보다 빠진 살은 또렷한 얼굴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 7kg 빠졌어요. 훈련이요? 산을 타지 않아서 그런지 할 만해요.(웃음)"

손흥민은 최근 발표된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축구의 미래로 거론되며 축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였다. A매치 평가전을 비롯해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이 연달아 치러지는 가운데 손흥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오랫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에 뛰고 싶었죠. 하지만 제가 부족해서 대표팀에 못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올림픽팀도 가고 싶죠. 개인적으로 (윤빛)가람이 형, (김)보경이 형 등 친한 선수들이 많거든요. 제가 아직 A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은 이르고요. 올림픽팀부터 차근차근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훈련을 이끌고 있는 아버지 손웅정 춘천 FC 유소년팀 감독도 거들었다. "솔직히 이번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감사합니다. (손)흥민이가 이 기간에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대표팀 이야기 나올 때는 저도 긴장했어요. 휴식기에 훈련 계획을 다 세워놨는데 이것을 못하고 독일로 보낸다면 제가 못 견디겠더라고요(웃음)."





▲ 그라운드 위 손흥민에게는 섭씨 34도의 불볕더위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 그라운드 위 손흥민에게는 섭씨 34도의 불볕더위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 같은 팀에서 함께 뛰고 싶은 선수? "단연 자철이 형!"

한 달 남짓한 아시안컵 기간이었지만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손흥민에게는 많은 것을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어릴 때부터 우상처럼 삼아 온 선배들과 함께 뛰며 호흡을 맞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특히 박지성의 대표팀 마지막 순간을 함께 나눈 경험은 그에게 결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선배랑 같은 방을 쓴다는 것이 긴장됐어요. 다행히도 (박)지성이 형이 편하게 대해 주셔서 친해질 수 있었어요. 취침 전에는 항상 저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너는 한국 축구의 별이 될 것'이라고 하셨어요.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아시안컵은 독일에서 외로이 활약했던 손흥민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선사했다. 구자철이 대회 득점왕을 차지하며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면서 한 시즌에 두 명의 한국 선수가 분데스리가 1부 리그에 서게 된 것이다.

"(구)자철이 형이랑 기회가 되면 같은 팀에서도 뛰어 보고 싶어요. 함부르크는 미드필드가 꽤 약해요. 자철이 형은 공격적이고 기술이 뛰어난 미드필더죠. 그런데 하필이면 함부르크 라이벌 팀으로 가서…(웃음). 볼프스부르크가 강등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지난 시즌에 서로 시간이 애매해서 만날 수 없었어요. 다음 시즌에는 꼭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요."





▲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한 굳은 의지를 밝히고 있는 손흥민
▲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한 굳은 의지를 밝히고 있는 손흥민

◆ "가가와 신지, 잘 하던데요" 올 시즌 10골 이상 목표

지난 시즌 전반기에는 손흥민의 활약과 함께 일본 국가대표팀 출신의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의 돌풍이 거셌다. 전반기에만 8골을 몰아넣으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시안컵에서 부상해 후반기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의 활약은 손흥민에게 커다란 자극제가 됐다.

"제가 가가와를 평가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죠. 그런데 경기를 해 보니 잘 하더라고요. 키는 별로 크진 않은데 기술, 스피드가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같은 동양인이고 일본인 선수라는 점에서 더 승부욕이 생기더라고요."

함부르크는 새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하고 있다. 손흥민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던 판 니스텔루이가 스페인으로 떠났다. 괴칸 퇴레 등 첼시 유망주들을 대거 영입하며 팀 분위기와 전력을 쇄신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절치부심하며 새 시즌을 준비한 손흥민은 자신과 싸움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올 시즌 목표는 두 자릿수 득점이다.

"휴가 나와서도 운동 열심히 했고요. 독일에 가서도 쉴 때마다 부족한 면을 채워 나가야죠. 게을러지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목표인 것 같아요. 2년차 징크스요? 저는 그런 것 신경 쓰지 않아요. 직접 겪으면서 이겨 보고 싶어요."

새로운 발걸음을 재촉하는 손흥민의 눈동자는 풋풋한 10대 소년의 그것이 아닌 생존 본능을 추구하는 야생의 동물 같은 느낌마저 풍겼다.





▲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한 굳은 의지를 밝히고 있는 손흥민

▶[기획★손흥민 시즌Ⅱ] 아버지 손웅정, 이 남자가 사는 법…②

▶[기획★손흥민 시즌Ⅱ] 손흥민과 함께 하는 '막국수 토크'…③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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