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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조합’ 모따와 라돈치치, 왜 최고가 되지 못할까

[ 김현회기자]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리오넬 메시, 자장면과 짬뽕, 그리고 김현회와 장동건. 마지막 부분에서 이견을 가진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위에 열거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참 고르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K-리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위 비교 대상에 모따와 라돈치치를 넣었을지도 모른다.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 모따와 라돈치치 중에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은 자장면과 짬뽕 중의 하나를 고르는 것만큼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성남의 신태용 감독은 마치 누군가가 ‘짬자면’을 개발한 것처럼 모따와 라돈치치를 한 경기장에서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게 했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결합해 음반을 내고 같이 활동하는 것만큼이나 꿈같은 현실이 K-리그에서 이뤄진 것이다.

모따와 라돈치치, 최고가 되다
지난해 8월, K-리그 팬들은 좋은 구경거리를 놓쳤다. 한일 올스타전 ‘JOMO CUP(조모컵) 2008’에 성남의 모따와 당시 인천 소속이던 라돈치치가 K-리그 대표로 선발됐지만 모따가 개인사정으로 고국인 브라질로 돌아가면서 ‘환상의 조합’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모따는 2004년 전남에 입단,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정규리그 22경기에 나서 14골 1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거머쥔 모따는 전남의 끈질긴 재계약 제의를 뿌리치고 꿈을 위해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주전 입지를 굳히지 못했고 6개월여 만에 성남을 통해 K-리그로 복귀한 그는 9경기에 나서 7골 4도움을 기록, 성남의 후기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2006년에는 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해 선수 생활이 끝날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4개월의 재활 끝에 그라운드에 복귀, 성남이 포스트시즌서 기록한 4골 가운데 3골을 넣으며 팀 우승에 일등공신이 됐다.

라돈치치의 K-리그 경력도 만만치 않다. 그는 분리되기 전 조국이었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명문인 FK 파르티잔의 유망주였다. 당시 라돈치치는 ‘슈퍼스타’ 로타르 마테우스 감독 눈에 들어 파르티잔으로 이적한 촉망받는 10대 선수였다. 하지만 마테우스 감독 경질 이후 설 자리를 잃은 그는 결국 K-리그로 눈을 돌렸다.

라돈치치는 지난 2005년 하위권을 맴돌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13골을 뽑아내 인천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이후 2006년과 2007년 각각 2골에 그치며 부진했고 결국 2007년 7월 일본 J리그로 임대돼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J리그에서 실패를 맛본 뒤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2008년 K-리그 32경기에서 14골 2도움의 특급 활약을 펼쳤다.

‘꿈의 조합’, 하지만…

이런 모따와 라돈치치가 J리그 대표팀 골문에 융단폭격을 가할 생각으로 잠을 설치던 팬들은 모따의 고국행으로 인해 둘의 조합이 성사되지 못하자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어쩌면 모따와 라돈치치 조합은 다시 볼 수 있을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팬들의 아쉬운 마음도 잠시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성남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이 인천으로부터 라돈치치를 영입한 것이다. 이 와중에 ‘득점력은 훌륭하지만 헌신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팀에서 방출하려던 모따가 강력한 의지로 잔류 의사를 표하면서 팀에 남게 돼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조합은 단순한 이벤트 경기가 아닌 리그 경기를 통해 1년 내내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팀을 개혁하는 와중에 김상식과 김영철, 박진섭, 이동국 등 주축 선수를 떠나보냈지만 라돈치치를 영입하며 모따와의 환상적인 호흡에 기대를 걸었다. 비단 이 기대는 신태용 감독뿐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성남 팬들은 핵심 선수가 팀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슬퍼하면서도 새로운 공격 자원 영입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K-리그 10라운드가 끝난 현재 모따와 라돈치치 조합은 아직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공격력에 그치고 있다. 모따는 정규리그 7경기에 나서 도움 두 개를 올리는 데 머물렀고 라돈치치는 9경기에서 한 골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팀도 3승 3무 3패로 리그 7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까지 막강한 공격력을 뽐내던 성남은 9경기에서 9골을 넣어 경기당 한 골을 뽑는데 그쳤다. 과연 모따와 라돈치치의 만남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전혀 다른 플레이 스타일
모따는 드리블이 안정적인 공격수다. 수비가 밀집된 상태에서도 공을 발에 붙이고 다니는 장점을 활용해 손쉽게 상대 수비를 돌파하는 스타일이다. 지난 시즌까지 성남에서 함께 활약한 두두와도 이런 호흡으로 곧잘 골을 엮어냈다. 모따는 측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공을 잡고 드리블해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플레이를 즐겼다.

모따는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 상대 수비 시선을 빼앗고 침투해 들어가는 두두에게 어시스트를 날렸다. 때로는 수비수를 등진 두두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아 자신이 직접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성남의 주 공격루트는 모따로부터 시작돼 모따로 끝났다. 반대편 측면의 아르체(혹은 최성국)가 자유로워진 것도 모따가 포메이션에 상관없이 여기저기 헤집고 다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학범 전 감독도 이런 모따의 능력을 믿고 그에게 수비 부담을 덜어 공격에 치중할 수 있도록 했다.

반대로 라돈치치는 오밀조밀한 플레이보다는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한다. 그는 인천 시절 192cm의 큰 키를 앞세워 타점 높은 축구를 선보였다. 김상록, 방승환, 이준영 등 인천 공격수들은 라돈치치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인천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들어서며 미드필더의 기동력이 떨어지고 수비 라인이 뒤로 쳐지자 긴 패스를 라돈치치에게 전달해 해결하는 형태로 팀 공격을 운용했다.

라돈치치는 계륵?
신태용 감독은 라돈치치의 활용을 위해 모따를 측면에 묶어둔 상태다. 모따는 지난 시즌까지 집착했던 중앙을 포기하고 측면에서 라돈치치의 골을 돕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시즌 최고의 신인으로 떠올랐던 조동건도 오른쪽 측면에서 모따와 마찬가지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양쪽 측면의 모따와 조동건은 아직도 라돈치치에 맞춰진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모따와 조동건은 유기적인 공격을 펼치기에 라돈치치와 너무 멀리 떨어져있다.

결국 인천 시절처럼 원하는 공을 받지 못한 라돈치치는 자꾸만 중원까지 내려와 신체적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플레이로 일관하고 있다. 라돈치치에게 두두를 강요하고, 모따에게 김상록을 강요하는 형태는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인 라돈치치와 모따에게 모두 마이너스 요소가 됐다. 모따도 이 점을 인정했다. 모따는 “각자의 플레이 스타일이 있다. 쉽게 변화하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서서히 팀플레이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호흡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태용, “조만간 정상권으로”
모따에게 플레이를 일임했던 김학범 전 감독과 달리 신태용 감독은 모따에게도 팀 플레이를 강조한다. 신태용 감독이 모따를 퇴출하려 했던 것도 그가 지나친 개인 플레이로 팀 사기를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따는 최근 들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신태용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따는 이번 시즌 들어 수비까지 신경 쓰며 팀에 헌신적인 선수가 됐지만 공격력에서는 이전 시즌과 같은 파괴력이 떨어졌다.

지난 시즌까지 성남의 가장 강력한 공격 루트였던 중앙은 이제 김정우의 차지가 됐다. 신태용 감독은 이호와 김철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고 김정우를 전진 배치해 공격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을 세웠다. 하지만 김정우도 정작 라돈치치와는 발이 맞지 않는다. 라돈치치의 신장을 이용한 공격을 위해서는 김정우가 2선에서 강력한 슈팅력을 무기로 내세워야 하지만 그는 슈팅을 너무 아낀다. 김정우는 자꾸만 완벽한 찬스를 만들려 한다.

신태용 감독은 이 둘의 호흡이 가까운 시일 내에 들어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태용 감독은 “현재는 과도기다. 5~6월 안에 정상권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라돈치치가 살아나면 팀이 힘을 얻을 것이다. 아직 미흡하며 자신도 알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명히 라돈치치의 경기력 상승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전술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브라질 테크니션’ 모따와 ‘정통 유럽형 공격수’ 라돈치치. K-리그를 대표하는 이 두 공격수의 완벽한 호흡은 가진 기량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다. 성남은 과연 모따와 라돈치치의 호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막강한 공격력을 다시 뽐낼 수 있을까. 신태용 감독은 과연 이 둘을 놓고 ‘짬자면’처럼 기발한 해결 방안을 떠올릴 수 있을까.

90minutes@tf.co.kr

<그래픽 = 손해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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