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모레노 임시감독 일문일답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우리가 말해야 할 모든 것은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하겠습니다."
한국 축구의 재건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은 로베르트 모레노(48·스페인)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이름값이 아닌 현재 경기력’을 첫 번째 선수 선발 원칙으로 내세웠다. 북중미 월드컵 실패를 잊지 않되 과거에 붙잡히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모레노 감독은 14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 및 9~10월 A매치 소집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수년 전부터 대한민국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원했다"며 "국민들이 다시 대표팀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원팀(One Team)’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모레노 감독은 한국 선수 약 1700명의 데이터를 검토해 30명의 대규모 명단을 구성했다. 주장 손흥민(LAFC)을 비롯해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기존 핵심 선수들을 불러들였고, K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인 정승원(FC서울)을 다시 선택했다.
김민수(레인저스)와 김건희(인천), 박태준(김천)은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다. 반면 이승우(전북)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모레노 감독은 오는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다음은 모레노 감독과의 일문일답.
-한국 대표팀 임시 감독을 맡게 된 소감과 각오는.
"수년 전부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원했다. 이곳에 서게 돼 큰 영광이며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경기 결과를 미리 장담하거나 약속하지는 않겠다. 다만 나의 모든 진정성과 노력, 한국 축구에 대한 존중은 약속할 수 있다. 국민들이 다시 대표팀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하나의 팀을 만들고 더 나은 축구를 보여드리겠다. 우리가 말해야 할 모든 것은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할 것이다."
-북중미 월드컵 이후 대표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어떻게 수습할 생각인가.
"지난 북중미 월드컵의 결과는 분명 슬프고 아쉬운 일이었다. 당시 일어났던 일을 절대 잊지 않고 교훈으로 삼겠다. 그러나 계속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앞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30명이라는 대규모 명단을 구성했다. 선수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한국 축구 선수 1700여 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대상을 추려 명단을 구성했다. 대표팀에 들어오는 기준은 결코 이름값이나 과거의 경력이 아니다. 오직 현재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이 기준이다. 공격 능력뿐만 아니라 수비 가담과 공수 균형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는 선수를 원한다."
-정승원의 복귀와 김민수 등 새 얼굴들의 발탁이 눈에 띈다.
"엄지성, 배준호, 양현준 등 기존 자원들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변수는 있었다. 하지만 소속 리그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정승원은 FC서울의 선두 경쟁을 이끌면서 뛰어난 헌신과 공격포인트를 보여줬다. 김민수와 박태준, 김건희도 현재 경기력과 대표팀 전술 적합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자격을 갖춘 선수들이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등 기존 핵심 선수들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세 선수는 대표팀의 확고한 기둥이며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을 증명해 왔다. 이들이 보유한 경험과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중요하다. 기존 주축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 개인에 의존하기보다 조직적으로 단단한 팀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임시 감독으로 6경기를 지휘한다. 정식 감독직에 대한 욕심도 있는가.
"당장 먼 미래의 거취를 이야기하기보다 눈앞의 6경기에서 한국 축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한 경기, 한 차례 훈련마다 최선을 다하겠다. 대표팀을 만드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
모레노 감독은 24일 에콰도르전을 시작으로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전 등을 포함해 오는 11월까지 총 6경기를 지휘한다. 이후 경기 내용과 대표팀 운영에 대한 평가에 따라 정식 감독 전환 또는 계약 연장 가능성이 검토될 전망이다.
결과를 약속하지 않는 대신 과정과 헌신, 그리고 ‘현재의 경기력’을 강조한 모레노 감독. 1700여 명의 데이터에서 출발한 그의 첫 번째 선택이 침체한 한국 축구에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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