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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 9명’ 이민성호, 금메달은 이름값으로 못 딴다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유럽파 이름값만으로 금메달을 보장할 수 없다
넘치는 2선과 얇은 허리, '포지션 불균형' 해소할 ‘승리 공식’부터 증명해야


이민성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소집훈련'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안=김성렬 기자
이민성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소집훈련'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안=김성렬 기자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지난 6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호를 대하던 심정과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준비 과정에서 미흡함과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정되었음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는 수장의 장담을,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팬들은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다. 결국 우려했던 월드컵은 조별리그 조기 탈락이라는 최악의 참사로 현실화되었다.

이제 아시안게임을 앞둔 이민성호의 행보를 보고 있자니 서늘한 데자뷔가 감돈다. 응원은 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던 지난날처럼, 또다시 반복될지 모르는 실패에 대한 걱정 앞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심정이다. 왜 한국 축구는 국민에게 마음 놓고 응원할 여건을 만들지 못하고 매번 이토록 시련을 안기는가. 이민성호가 하루라도 빨리 불안 포인트를 해소하고 개선점을 찾아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하는 금메달에 다가서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발표된 이민성호의 최종 엔트리는 외견상 역대급 화려함을 자랑한다. 배준호(스토크 시티),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유망주 9명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축구협회와 대표팀 주변에서는 "유럽파의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우승을 자신한다"는 당위론적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스토크시티 배준호(왼쪽)가 지난 2월 열린 잉글랜드 챔피언십 옥스포드 유나이티드전에서 상대 유누스 코낙과 볼을 다투고 있다. /스토크(잉글랜드)=AP 뉴시스
스토크시티 배준호(왼쪽)가 지난 2월 열린 잉글랜드 챔피언십 옥스포드 유나이티드전에서 상대 유누스 코낙과 볼을 다투고 있다. /스토크(잉글랜드)=AP 뉴시스

하지만 냉정하게 판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이름값의 이면에는 전술적 불균형이라는 고민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포지션 중복과 전술적으로 불균형한 뎁스 구조에서 출발한다. 2선 공격진 및 측면 자원에는 배준호, 양현준, 양민혁(토트넘), 엄지성(스완지시티), 이현주(아로카), 박승수(뉴캐슬) 등 유럽파들이 과도하게 밀집해 있다. 최전방 역시 이영준(그라스호퍼)과 김명준(용 헹크)이 자리하지만, 실제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는 베스트 11 조합에서 유럽파는 아무리 끌어모아도 5명 내외에 불과하다.

결국 뛰어난 자원 중 상당수는 벤치를 지켜야 하는 '유럽파의 전력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팀의 허리를 받치고 수비 밸런스를 잡아줄 3선 전문 홀딩 미드필더와 측면 풀백 자원은 상대적으로 얇다.

2선에 해외파 '이름값'을 몰아넣느라 축구의 핵심인 '공수 균형'을 놓친 셈이다. 이 상태에서 유럽파를 모두 활용하기 위해 공격 자원을 무리하게 전진 배치한다면, 중원 압박이 풀리는 순간 수비 라인은 단 한 번의 역습에도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수비적 균형을 우선하면 호화로운 공격 자원의 상당수를 벤치에 묶어두는 역설이 발생한다.

우리가 진짜 우려하는 것은 이민성 감독이 처한 전술적 딜레마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간 한국 축구는 '잘되면 내 덕, 안되면 그만'식의 무책임한 사령탑 잔혹사를 숱하게 겪어왔다.

대회를 앞두고 밤낮 "자신 있다", "우승이 목표다"라는 구호만 외치다, 정작 본선에서 전술적 밑천이 드러나 실패하면 "사퇴!" 한 마디로 털어버리는 구조다. 감독 개인이야 사퇴하면 그 뿐이지만, 그로 인해 커리어의 결정적 단계를 허비하는 어린 선수들과 마음을 다치는 국민들의 상처는 누구도 보상해 주지 않는다.

이민성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소집훈련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천안=김성렬 기자
이민성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소집훈련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천안=김성렬 기자

문제는 유럽파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이들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팀 전체의 포지션 구조가 설계돼 있느냐는 데 있다. 대회를 앞두고 "우승이 목표"라는 이민성 감독은 그 자신감의 근거를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민성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증명할 세 가지 핵심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첫째, 넘치는 2선 자원을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가. 우선 2선 과부하를 해소할 정교한 로테이션 전략이 존재하는가 여부다. 유럽파 선발과 벤치 자원 간의 정밀한 역할 분담은 물론, 경기 후반 상대 체력이 떨어진 시점을 파고들 '게임 체인저' 활용 플랜이 명확하게 준비돼 있어야 한다. 후반전에 뛰어난 선수를 무작정 교체 투입하는 식의 일차원적인 운영으로는 상대를 흔들 수 없다.

무기력하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홍명보호에서도 풍부한 2선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배준호와 이동경은 월드컵 무대를 단 1분도 밟지 못했고, 양현준 역시 멕시코전 후반 교체 투입돼 제한적인 출전 시간에 그쳤다. 화려한 선수 구성이 곧 풍부한 전술적 선택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둘째, 얇은 3선과 풀백의 약점을 어떻게 가릴 것인가. 중원의 수비 뎁스가 충분하지 않다면 2선 공격수들의 압박과 수비 가담을 전술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개인의 헌신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팀의 구조로 보완해야 한다. 공격수들의 희생적 수비가 전술적으로 이식되지 않는다면 이민성호의 허리는 대회 내내 거대한 구멍으로 남을 것이다.

셋째, 한국을 상대로 극단적으로 내려앉는 아시아 팀을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가. 두 줄 수비를 뚫어낼 세부 빌드업 작업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내고 빈틈을 만드는 패턴, 측면과 중앙의 연계, 세컨드볼에 대한 대응까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유럽파의 개인 능력'이 전술을 대신할 수 없다. 좁은 공간에서의 세밀한 패스워크,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 등 약속된 공간 창출 패턴이 그라운드 위에서 실시간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민성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소집훈련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천안=김성렬 기자
이민성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소집훈련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천안=김성렬 기자

결국 메달의 색깔을 결정하는 것은 유명 선수들의 이름값이 아니라, 상대팀에 맞춘 전술 설계와 매끄러운 역할 분담, 그리고 정교한 교체 타이밍이다. 지난날처럼 선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해줘 축구'를 반복한다면 똑같은 낭패를 볼 것이 뻔하다. 유럽파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회에 들어갔다가는 필패를 면하기 어렵다.

지금 팬들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해외파 숫자가 주는 위안이 아니라,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되는 차가운 전술적 완성도다. 이번 대회의 성공 기준은 오직 금메달뿐이다. 이민성 감독이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하고 싶다면, 남은 시간 동안 전술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국민들과 팬들은 이제 화려한 이름값이 아닌, 그라운드 위에서 드러나는 이민성호의 준비 상태와 전술을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이민성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소집훈련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천안=김성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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